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美 컬럼비아대 교수가 29일 “기본소득이 방역위기와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2일차 기조연설에서 “기본소득은 각 개인이 적합한 일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 생산성을 증대시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면서 “팬데믹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에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2일차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스티글리츠 교수./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2일차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스티글리츠 교수./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스티글리츠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기본소득이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기본소득이 위기대응에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 “경제위기는 종종 발생하는데,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본소득을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지급됐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을 기본소득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사용기한이 정해진 지역화폐를 지급해 필요한 경제부문에서 소비되도록 유도했다는 것. 스티글리츠 교수는 “팬데믹은 업종별로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쳤는데, 건전한 거시경제 회복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자금이 정해진 곳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현행 복지제도보다 우월”

출처=경기도
출처=경기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첫날인 28일에는 사라트 다발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의장이 ‘세계 기본소득 운동으로부터 얻는 교훈’을 주제로 특별연설을 했다. 다발라는 인도의 사회학자로 지난해부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기본소득 실험의 대다수는 기본소득의 원칙 중 하나인 ‘무조건성’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행 복지제도와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간 비교분석을 위해서다. 

다발라 의장은 “무조건성은 기본소득의 핵심”이라면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실험들은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핀란드 실험에서 무조건적으로 수당을 지급받은 이들이 특정조건 충족시 지급받았던 이들에 비해 더욱 큰 행복감을 느꼈다”며 “나미비아와 인도 실험에서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지급받았을 때, 더 열심히 창조적으로 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행 복지체계는 비효율적인 전달체계 속에 이뤄지는데다 수혜자들을 낙인 찍으면서 수치심을 안겨준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발라 의장은 “현행 복지제도는 21세기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미흡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판 파레이스 “무조건 지급 기본소득, 사회 회복력 증진”

발표하고 있는 필리프 판 파레이스 교수./ 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발표하고 있는 필리프 판 파레이스 교수./ 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팬데믹, 우리 삶의 위기, 기본소득’을 주제로 열린 세션 1-1에서는 대표적 기본소득 사상가인 필리프 판파레이스 벨기에 루뱅카톨릭대 명예교수(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명예공동의장)와 가이 스탠딩 영국 SOAS 런던대학교 전임연구교수(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의장)가 발표했다. 

판 파레이스 교수는 먼저 코로나19 기간 중 3가지 기본소득 모델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적자지출로 조달하는 ‘임시보편적 생존소득’ ▲화폐발행으로 조달하는 ‘임시보편적 회생소득’ ▲소득세 또는 기타 재원으로 조달하는 ‘영구 무조건 기본소득’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세 번째인 ‘영구 무조건 기본소득’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기본소득이라 봤다. 그는 “소득세 인상 등 기타 재원으로 조달하기에 화폐발행이나 적자재정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며 “아울러 영구 무조건 기본소득은 행정상의 복잡함이나 지연없이 모두에게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을 제공해 경제와 사회의 회복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구적 기본소득은 예산규모를 막대하게 늘리고, 생산성의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판파레이스 교수는 먼저 예산에 대해 “영구적 기본소득은 일부 복지예산을 대체할 수 있어 순비용이 얼마인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위기 등에 대비해 탄소세, 에너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공공예산 증가에 대처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생산성 하락 비판에 대해서는 “이제는 경제모델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진보를 통한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21세기에는 유연한 생산성이 필요한 시기인데, 기본소득은 평생교육 및 훈련을 가능케 해 각자 경력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너무 많은 의무와 제한된 자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기본소득이야말로 우리가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현실적 유토피아”라며 발표를 끝마쳤다. 

"기본소득 재원으로 기후위기·투기문제 해결 위한 세금 활용"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세션1-1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경기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세션1-1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경기도

가이스탠딩 교수는 적정 규모의 기본소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역진적 지원금을 폐지하고 생태적 세금 개혁전략을 추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탄소세 등 환경세에서 얻은 세입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훈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기본소득이 경제개혁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부동산 투기문제가 심각해 토지개혁이 필요한데, 토지보유세를 부과해 막을 수 있다”며 “조세저항 문제는 토지보유세 수입 전체를 기본소득으로 분배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29일까지 이어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이밖에도 기본소득 입법, 생태적 전환을 촉진하는 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사회적 재생산으로서의 기본소득, 기본소득 재원조달,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을 주제로 하는 세션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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