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초당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정의하는 법률 제정은 초기 상태다. 국회 법안 발의를 통해 처음부터 설계하고 있는 단계다. 실제 21대 국회에는 총 5개의 기본소득 관련법안이 발의돼있는데, 정당 구성도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의원들이 대표발의했다.

28일에는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특별세션 1-2에서 ‘기본소득 입법, 현실전망’을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이 주최한 이번 세션에서는 현재 발의된 법안의 시행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소병훈 민주당 의원(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대표)은 인사말을 통해 “기본소득 입법을 위해서는 이른바 ‘상인의 현실감각’도 필요하다. 모든 법안이 그렇듯 기본소득도 입법과정에서 재원이 명확하지 않으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본소득 법안 통과를 위해 재원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현실적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 의원은 현재 기본소득 토지세, 데이터세, 탄소세, 로봇세 등을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법이라 보고,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용혜인 “공유자-민주주의 전환의 핵심은 기본소득”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책임연구의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본소득제 논의가 긍정적 미래, 즉 선호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용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위험 미래를 피하고 선호 미래로 공동체를 이끄는 것”이라며 “한국사회 부동산 불평등과 자산불평등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사적소유자-민주주의에서 공유자-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 의원이 주창한 공유자-민주주의의 핵심은 기본소득제다. 그는 “기본소득은 공유부 이익을 평등하게 배당해 자유의 실질적 기초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발표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발표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그는 기본소득의 실현 전략으로 ▲시민참여 공론화 ▲층 쌓기와 징검다리 만들기를 제안했다. 층 쌓기란 낮은 액수의 기본소득부터 차례로 도입하자는 의미이고, 징검다리 만들기란 특정 연령부터 먼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용 의원은 “시민이 함께 모여 숙의한다면 기본소득 지지는 커지고, 증세논의도 확산될 것”이라면서 지난해 12월 자신이 발의한 ‘기본소득 공론화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부분적·과도기적 제도를 하나씩 도입해나가면 된다”면서 탄소세 기본소득, 토지세 기본소득, 청년 기본소득 등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용혜인 의원은 현재 탄소세, 토지세 기본소득 및 아동·청년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기본소득법이 원칙과 권리 충실히 담았으면”

발표하는 서정희 교수/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발표하는 서정희 교수/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다음 토론자인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는 연구자 입장에서 발의된 법률안을 이론적 측면에서 평가했다. 그는 ‘전국민 매달 30만원 지급’을 담은 조정훈 의원 발의안과 국가기본소득위원회에서 기본소득액을 결정하도록 명시한 소병훈 의원 발의안을 검토했다. 

서 교수는 먼저 조정훈안에 대해서는 “국내 체류 외국인도 기본소득 지급대상으로 규정해 수급권의 대상과 인권의 주체범위를 확장했다”면서도 기본소득액으로 월 30만원을 명시한 대목에 대해 “지급액으로 절대액을 명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병훈안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의 이념과 정상서의 근거를 법규에 잘 명시했다”면서도 “기본소득의 제도화 과정을 점진적으로 설정해 과도기에서 보편성을 일부 미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기본소득제도 입법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나라는 드물다”며 “기본소득법이 원칙과 권리 측면에서 충실히 담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본소득과 노동 논의 재설정해야” 의견도... "공론화 중요"에는 공감대 형성

토론 진행 모습/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토론 진행 모습/출처=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토론시간에는 이다혜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사)이 ‘기본소득과 노동의 관계’와 ‘지역화폐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먼저 노동의 감소를 기본소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이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는 직무형태의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라며 “실제로 1~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었지만,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평형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4차산업혁명기에도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면 기본소득은 필요없는 존재가 된다”며 “더 좋은 노동을 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맥락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은 지역불균형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연대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화폐는 시공간적 제약 때문에 사용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타 지역에서 소비할 수 없다보니 지역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민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소득의 이념은 법률이 아니라 헌법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사회구성원이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민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기본소득 공론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뿐만 아니라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갈 것인지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특히 소수자나 사회적약자가 공론화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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