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면 사람들은 나를 ‘영웅’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왜 굶주리고 있냐고 질문하면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왜 굶주리고 학대당하며 살해당하는지 묻자 살해 협박이 시작됐어요.” -콰테말라의 브루스 해리스

“6살 때 처음 학교에 가던 날,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구두를 닦는 내 또래의 아이를 봤어요. 어떤 사람은 왜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고, 나 같은 사람은 왜 학교에 가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인도의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연극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 온라인 공연 썸네일./사진제공=전태일기념관 유튜브 갈무리

연극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인권운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표현의 자유, 법치주의, 여성의 인권, 종교의 자유, 환경보호, 노예제 폐지, 자본에 대한 접근권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대의(大義)’를 이뤄내기 위해 불의한 권력에 맞서고 온갖 희생을 무릅쓰며 진실을 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작품은 유명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 ‘진실을 외쳐라: 세상을 바꾸어가는 인권운동가들’을 희곡화한 것이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Voices from Beyond the Dark)’라는 제목으로 런던·아테네·시드니·헬싱키·마드리드·로마 등 여러 도시에서 상연됐다.

원작인 책은 로버트 캐네디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자 시민운동가인 ‘케리 케네디’가 5대륙, 35개국을 돌며 인터뷰한 인권운동가들 51명의 이야기를 엮어냈다. 한국에는 2006년 출간됐으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룩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라는 서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원작 책 '진실을 외쳐라 세상을 바꾸어가는 인권운동가들' 한국어판 표지 이미지. 사막 한가운데,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채 목에는 밧줄이 감긴 인물은 수단의 독재정권에 맞선 익명의 인권운동가의 모습이다./사진제공=뿌리와이파리

인권·노동 주제의 예술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전태일기념관’이 2020년 공연예술단체 지원 선정작으로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를 선정하면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 하일호 연출이 각색을 더했으며, 배우 10명을 통해 케냐·파키스탄·남아프리카공화국·헝가리·칠레·인도·과테말라·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한 인권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했다.

국적·성별·인종·나이는 전부 다르지만, 이들은 국가와 공동체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투옥과 고문, 도청과 감시, 살해 협박에까지 시달린다. 원작자인 케리 케네디가 물었듯 “성공과 승리의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투옥과 고문, 죽음까지 무릅쓰며 그 길에 뛰어들고 그 길을 계속 걷는 까닭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는 그동안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다룬 ‘내 아이에게’, 한국사회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403호 아가씨는 누가 죽였을까?’, 페미니즘 연극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 등을 공연해온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쌓아온 역량이 느껴지는 무대이기도 했다. 인권운동가들의 삶이 그랬듯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할 것인가!”라는 태도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연극인들의 굳은 신념도 함께 느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공기관 휴관 조치에 따라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된 작품은 아쉽게도 비대면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전태일기념관 유튜브 채널에서 오는 9월 7일까지 한 달간 전막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연예술단체 초청작으로 선정된 극단 그린피그 ‘노동풍경1: 실업’은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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