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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취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걱정과 근심을 직간접적으로 느낀다. 깊이와 범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단체의 장이든 구성원이든 만나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걱정이 있다. 

공공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던 조직들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몇몇은 사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예산의 비율이 줄었다. 대부분 작년과 비슷하게 운영하려면 더 힘을 들여야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어떤 협의체들은 더 나은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위해 머리를 맞댄 과정의 결과를 보기 직전에 무산되기도 했다. 외에도 매일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제 사회적경제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들 잘 버티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자의 의견과 대처는 다양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해졌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프랑스에서 황혼을 비유하는 말이다. 어스름한 황혼의 시간에는 멀리 보이는 동물의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칠 늑대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 사회적경제를 비롯해 민관협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에게는 모든게 명확해지고 있다. 대선과 지선 이후 예산삭감, 특정감사 등 민관협력 분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라도 완벽하게 늑대와 개를 구분할 수 있다. 이미 늑대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간 사람도 있다.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늑대에 물려가는 이도, 부상을 입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우왕좌왕할 시간은 없다. 강력한 문제 앞에는 명확한 해법이 필요하다. 

공공과의 협력은 양날의 검이다. 성장을 빠르게 돕지만, 빠른 속도만큼 놓칠 수 밖에 없거나 버려야만 하는 것들도 발생한다. 곧 다가올 시기가 시민사회, 비영리, 사회적경제에 고난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맺어온 결실들을 다시 한 번 살피고, 복기하는 시기로 만들수도 있다. 오랫동안 활동하며 잘 해왔던 것은 무엇인지, 더 뾰족하게 벼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취재를 하며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회적경제가 가진 호혜와 연대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사회적경제를 단지 현상해결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사회적경제는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겨지며 성장해왔다. 이제 사회적경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겠으나,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긴 사회적경제는 좀 더 새로운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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