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최근 과태료를 낼 위기에 몰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애로사항을 취재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이 개정돼 모든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부채비율이 높다고 가입이 거절되고 있는 현실이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부채비율이 높은 건 사업자가 토지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딛고 있는 토지는 정부가 소유한다. 사업자가 땅 없이 사업하니, 나중에 주택을 팔더라도 땅값 상승에 대한 이득은 전혀 취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 자체만으로 임대주택으로서의 안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장점 탓에 발목이 잡힌 거다.

총 1500세대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곳은 1곳뿐이다. 여기마저도 간신히 부채율을 맞춘 거고, 시간이 지나 건물이 감가상각되면 갱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전국에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첫 사례를 만들었던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는 "(처음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제도가 도입됐던) 당시에는 이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줄도, 보증보험 문제가 생길 줄도 몰랐다"고 했다.

해결방안은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도입 취지와 특성을 고려해 부채비율 상한선을 높이면 된다. 보다 근원적인 방법은 사회주택을 보증보험 가입 의무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민특법을 개정하는 거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들은 리스크 관리가 부담스러워 '민간임대사업자라면 현재의 기준에 스스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관계자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사회주택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가치를 계량화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조건 미달 취급을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세입자가 최장 4년까지 살 수 있게 됐고, 전월세상한제로 임대료 상승도 통제됐지만,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 문제를 이런 규제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직접 집을 공급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발적으로 장기간 합리적인 임대료를 받으며 임대주택 사업을 하려는 민간사업자들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실현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며 "임대주택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차별과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누구나 만족하며 사는 양질의 주택, 누구나 살고 싶은 주택으로 혁신을 본격화한다"고 설명했다. 대선 때도 중산층이 살고 싶은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공약들이 나왔다. 소유만이 능사가 아니다.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임차인으로 오래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을 위한 집을 만드는 사업자들의 필요도 채워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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