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후보 사회적경제 공약을 발표했다./출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후보 사회적경제 공약을 발표했다./출처=더불어민주당

27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검찰청법 개정안’(이하 검수완박법)을 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진행됐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하겠다고 나서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 하지만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전략으로 필리버스터는 자정에 끝났다.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검찰청법 개정안이 끝내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민형배 의원이 거론된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처리하기로 한 계획이 실현되는데 민 의원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총 6명의 위원은 여야 동수(3:3)로 구성되는데, 민형배 의원이 '솔선수범' 탈당을 결행해 무소속 자격을 얻은 뒤 야당 몫 위원으로 선임됐다. 민 의원 덕에 4 대 2 구도를 완성한 민주당은 26일 법사위를 거쳐 검수완박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이제 시간만 흐르면 본회의 통과도 어렵지 않다.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찬반양론에 대부분 국민의 시선이 집중돼있지만, 어떤 국민들은 다른 관점에서 이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회적경제 현장이다. 논란의 중심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현장과 지근거리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자동으로 공석이 됐다. 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관련 문의를 넣어보니 “향후 계획이 확정된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상 방치다. 검수완박 달성이 시급했겠지만, 사회적경제가 부수적 피해(collatral damage) 정도로 취급받을 이유는 없다.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이재명 후보 공약에 사회적경제 내용을 반영하는 등 분명 많은 역할을 했지만 현장이 줄곧 요구해온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에 있어서는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수차례 제정을 약속했으나 실제로 이행은 못하면서 "희망고문하는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가 거세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검수완박법 뿐만 아니라, 여러 법안에서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도 강행처리를 시도해왔다. 선거법, 공수처법, 임대차 3법, 언론중재법 개정안(추진 보류) 등이 그 예다. 필요하다면 밀어붙이지만 사회적경제 관련은 예외다.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활용한 안건조정위원회는 사회적경제인들에게도 익숙하다. 지난해 12월 8일, 민주당은 안건조정위를 소집해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비롯해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실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상정했다. 하지만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언했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공운법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검수완박법 통과를 위해 위장 탈당을 할 정도의 결기가 왜 그때는 발휘되지 못했을까? 지난해 안건조정위가 무위로 그친걸 기억하는 사회적경제계는 검수완박법 처리과정을 지켜보며 또한번 실망한다.

사회적경제위원회가 지난 5일 발간한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백서’ 발간사에서 민형배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사회적가치기본법’을 아직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입니다. 기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어렵사리 올렸으나,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민의힘 반대에 부딪혀 7부, 8부 능선에 발이 묶여있습니다. 참으로 송구한 마음입니다. 조속한 통과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는 공허한 외침이 됐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다. 민주당 역시 강령에 ‘사회적경제 성장기반 조성과 지역공동체 발전’을 목표로 명시했다. 지난해 12월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선후보 모두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신속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강행처리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당 강령과 정부 국정과제에 실었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관련 수많은 약속을 한만큼 작은 부분에서부터 진정성있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한다. 사회적경제 현장은 정권 교체기의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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