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본격화한 해였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했고, 현장은 연대와 협력으로 여러 난제를 돌파하고자 노력했다. 사회적경제가 시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들이 2020년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로운넷>이 각 분야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2020년에 펼쳐질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봤다.

 

2019년은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한 해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20년 새해 초 구글 타임라인이 내게 보내온 첫 메시지는 지난 한 해 내가 방문한 곳이 20개국의 39개 도시라는 것이다. 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들으면 여전히 시급한 환경문제를 악화시키는 책임 없는 기성세대라고 개탄할 노릇이지만,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사무국장으로서 여러 나라의 사회적경제 성장과 발전을 지켜봤다.

2020년은 GSEF가 격년제로 대륙을 돌며 개최하는 ‘제5차 국제사회적경제포럼’이 열리는 해다. GSEF는 지난 4년간 전 세계의 사회적경제 분야의 이해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 정책은 물론, 우수 경험과 사례에 대한 교류 및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교류하며 국제적 논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10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GSFF 차기 총회는 2박 3일간 진행되는 본 포럼(10월 21~23일) 외에도 5개 분야(사회적경제와 청년, 여성, 원주민 공동체 운동, 지방정부와 공공 정책 및 사회적경제와 연구 및 교육)로 나뉜 주제별 포럼(10월 19~20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2019년 7월 10일 멕시코시에서 열린 'GSEF 2020 멕시코 포럼' 발족 기자회견./사진제공=GSEF

세계적으로는 사회적경제 분야를 선도하는 유럽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는 2019년 7월 마크롱 대통령 주재로 파리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사회 및 포용적 경제를 위한 글로벌 동맹’을 제안했다. 또한 2020년 6월 보르도시에서 열리는 아프리카-프랑스 정상 회의에 프랑스의 다국적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새 국제 협력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아프리카 대도시가 직면한 청년 실업, 쓰레기 및 상수도, 교육, 주거, 먹거리 문제 등 수많은 과제를 스마트 경제 시스템으로 풀자고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 30년간 꾸준히 성장하며 민간 경제 영역 중 가장 안정적?지속적으로 성장한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가 국제협력?개발 영역까지 확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프랑스인 2명 중 1명은 협동조합의 구성원이며, 전 국민의 60% 이상이 상호건강보험의 수혜자이자 사회연대경제 기업의 가입자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때도 포용적?회복탄력적 역량을 활용해 지역 발전과 고용창출에 기여했다. 이것만 봐도 유럽에서 사회연대경제가 더 이상 소외된 경제 분야가 아니며, 주류 경제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4년 7월 통과된 사회연대경제법 이후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는 139개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RTES), 사회연대경제 지역회의소(CRESS) 등과 협업?연대해왔다. 특히 3차 산업과 사회서비스?상호보험?교육?건강?스포츠,?금융?문화?공정무역?예술 등 경제 영역의 60%를 책임지며 시민들의 삶과 일자리의 질을 보다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경제로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말리 바마코에서 열린 서아프리카 8개국 사회적경제 정책 대화./사진제공=GSEF

또한 아프리카의 사회적경제 발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말리?세네갈?우간다의 캄팔라시는 물론 동아프리카 지역의 국경을 함께 나누는 5개국 지방 정부들은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안정성이 향상되고,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인구 대다수를 대표하는 여성, 청소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 빈곤 퇴치에 국한된 아프리카의 공공정책은 변화할 전망이다. 현 시장경제에서 고용의 기회를 얻지 못한 절대다수의 청년(전 인구의 70~80%에 해당) 및 여성을 위한 고용 창출,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문제(교육?건강?주거?안보?교통)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공공성?공동체성을 내재한 사회적경제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공무원 역량 강화에 이어 사회연대경제 주체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GSEF에 지원을 요청해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인 아프리카 대륙은 2019년 5월 아프리카 자유무역협정(AfCFTA)이 발효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현 경제 성장률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17억 명에 이를 대륙의 인구 중 43% 이상이 중상류층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AfCFTA에 따라 약육강식의 자본시장이 될 아프리카에서는 발 빠른 정책과 법적 지원으로 시장을 주도할 사회적기업가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토고, 코트디부아르, 남아공 등에서는 공정한 성장을 주도할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을 배출해 포용 성장의 허브로 거듭나겠다고 나섰다. 사회연대경제를 주도하는 민간 기업, 여성 창업가는 물론 사회적경제를 교육하는 대학생 자원봉사단, 사회적경제 정책의 개발 및 교류를 위해 뭉친 130여 개의 지방정부협의회, 사회적경제법 통과를 위해 활동하는 국회의원까지 촘촘하게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이다. 사회적경제 주류화에 나선 카메룬,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국이지만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극심한 남아공까지 2020년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해외공무원 대상 사회적경제 역량 강화 교육 사업./사진제공=GSEF

이밖에 오랜 내전을 종식하고 새로운 사회통합과 포용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사회 발전을 준비하는 콜롬비아, 2018년 7월 89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멕시코 연방 정부 및 멕시코시를 포함한 지방 정부들 역시 2020년을 새롭게 사회적경제 정책을 통해 산적한 경제 및 사회문제를 푸는 해로 정했다. 

이처럼 2020년은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넘어 사회적경제의 시대를 여는 노력에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협업하고 연대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열심히 사회적경제의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사회적경제인들이 주역이 되어 새해를 희망차게 열어주시길 기대해본다.

곽은경 GSEF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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