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개혁 vs 실패한 개혁
스님이 참선에 들기 전 처음 마음에 담는 말을 ‘화두’라 한다. 그러므로 화두는 깨달음으로 가는 문과 같다. 뒤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며, 2020년 한국의 협동조합을 전망한다면 ‘협동조합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도 좋겠다.
UN은 2009년 12월 18일 제65차 총회를 통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고, 우리는 기다린 것처럼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2019년 12월 말 기준 1만7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 운영 중에 있다. 이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당시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협동조합이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둘 다를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리 사회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연구해 보면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포인트가 있다. 대게 개혁의 수용자 전체에서 3%, 15%와 같은 지점이다.
사람들이 새롭다고 받아들이고 그 숫자가 15%에 이르면 개혁은 결정적 국면에 도달하게 된다. 2020년은 우리나라 협동조합들에게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 될 수 있다. 과연 협동조합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구체적 실체로 성장해가면서 성공한 개혁으로 기록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한국의 협동조합은 얼마나 전진해왔고 더 멀리 가기 위해서 우리 앞에 놓은 과제들은 무엇일까?
규모를 넘어 범위의 경제로
협동조합의 유형은 크게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뉘고 일반협동조합은 직원, 사업자, 소비자,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으로 세부유형을 구별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설립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협동조합은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대개 사업자협동조합은 작은 사업체를 경영하는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사업부문을 공동으로 위임하여 사업성과를 높임으로써 조합원들의 경영 개선 혹은 안정을 이루기 위해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이런 형태의 협동조합은 2020년에도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국내 자영업 시장이 이미 포화를 넘어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과 같이 규모를 넘어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속적인 출현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일반협동조합의 설립은 점차 줄고 있지만, 환경·교육·복지·여성 등의 영역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은 오히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협동조합에 비해 협동조합의 소유에 더 많은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이유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조합원의 다중이해관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윤이 아닌 이용을 목적으로 배당금지, 비분할 자본 조성 등 이해관계간 소유권의 자발적 절제를 실현함으로써, 그리고, 서비스의 단순 소비자를 서비스의 이용자로 전환시켜 나감으로써 협동조합기업이 가지는 집단적 의사결정 비용, 무임승차자의 문제, 자본투자 기피 경향의 문제, 경영자 통제 비용의 상승 경향 등 소유구조에 있어 발생하는 여러 단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협동조합의 등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의 다중이해관계자성이 가지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가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협동조합
2015년 뉴욕에서 열린 플랫폼협동조합 컨퍼런스에서 트레버 숄츠는 기존 공유경제 모델이 가지는 한계와 디지털 노동 환경에 대해 지적하면서 플랫폼협동조합이 출현 할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사회도 ‘타다’와 같은 디지털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함께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넘는 대안적 플랫폼 기업의 형태로 플랫폼협동조합과 같은 모델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며 2020년에는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시도들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2020년은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이 시행되는 첫 해
정부는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3년마다 협동조합기본계획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2020년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이 시행되는 첫해로 협동조합 이 1.0의 시대를 마감하고 협동조합이어서 주식회사에 비해 차별받지 않는 협동조합 2.0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쉬운 설립에서 준비된 설립을 유도하고 제한된 연대에서 광범위한 연대가 가능하도록 제도와 정책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로 현행법으로는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과 연합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데 이런 제도가 개선되면 자본 등이 부족한 기본법 협동조합들이 선배협동조합인 신협, 생협 등과 협력하여 규모화된 사업 추진이나 사업적 네트워크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서울대회 개최
ICA는 1995년 ICA 탄생 100년을 기념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였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20년 서울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협동조합의 공헌 강화와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주제로 서울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ICA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계기로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회 자체가 아니라 대회를 준비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협동조합이 한 뼘 더 성장했으면 한다.
다시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2020년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협동조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에 대한 합의도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무엇을 상상을 동원해 만들어 나가는 혁신적인 사업조직으로 2020년에도 조합원의 필요를 사업으로 바꾸어 나가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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