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본격화 된 해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했고, 현장은 연대와 협력으로 여러 난제를 돌파하고자 노력했다. 사회적경제가 시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들이 2020년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로운넷>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2020년에 펼쳐질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봤다.

 

지난 2019년에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 대폭 확산됐다. 이들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육성,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사회적경제 등 특정 분야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의 흐름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작년 한 해의 활동들을 진단하고, 새해 2020년을 전망해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국정 운영을 천명했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 중 50%가량을 사회적 가치 관련으로 구성하는 등 변화를 촉발했다. 즉 본연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효율성과 함께 사회적 편익이 중시될 수 있는 공공기관 운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고자 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 공정한 근로계약 선도, 공공성 강화 등으로 방향을 제시했고, 전체 공공기관에 공통 적용되는 경영관리 범주에 사회적가치 평가지표(일자리 창출, 안전?환경 등 5대 지표)를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표들을 사회적 가치라는 항목으로 모아 재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타났다. 공공기관은 원래 공공성 증진을 위해 설립된 것이기에 사회적 가치와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그동안 효율성 제고에만 주력해온 현장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공공기관 대부분은 그저 새로운 경영평가 항목에 대응한다는 관점에 서 있으며, 조직 전반의 혁신이 아니라 기획 단위 등 담당 팀의 과제로 인식하는 문제도 있다.

공공기관들은 설립 목적과 주요 사업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 미션이 있기에 본업과 관련지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잘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특히 공기업 등에서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과 조화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기반에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사명의 재인식, 이해관계자 집단 간의 관계 재정립, 구성원들의 인식과 역할의 전환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기관들이 있다.

작년 ‘사회적가치 창출 우수 공공기관' 대상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취약계층 주거안정, 안전한 주거·근로 환경 조성 등 본업에 충실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국민 체감을 높였다. 사회적 가치 비전과 전략과제 등을 반영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경영 및 사업체계를 개선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국제개발협력이라는 기관 고유의 사업과 연계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제1회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창출대회 및 사회적경제 친화도시 선정식'에서 수상한 지자체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단체 사진.

민간기업들도 그동안 사회공헌과 함께 사회적기업의 생태계 조성 지원, 인프라 공유 등을 수년 동안 꾸준히 수행해왔는데,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이러한 노력에 앞장섰다. 민간기업들은 이제 자신의 사업에서도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함으로써 사업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기업의 정당성도 획득하고자 한다. 작년 8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모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 Table)’에서도 “기업의 목적이 경제적 가치의 극대화에 있지 않고, 기업과 사회공동체와 국가의 미래 성공을 위해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시대적 요구가 크다. 민간기업들도 사회가치경영을 통해 신사업 개발을 펼치려면 비즈니스 시스템과 구성원들의 사고·행동 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으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가질 때 한국 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도 강화돼 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선진기업들은 미래 기술이나 비즈니스와 연계해 기업의 핵심 역량에 맞닿은 활동을 확대하고자 하며, 자신들의 가치사슬 전반에 사회적 가치를 담으려 노력한다. 결국, 민간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높여 장기적 생존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수익성의 강화까지 함께 지향한다.

성공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조직들은 본업에 기반해 가치사슬에서 나타나는 사회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사회에 효익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으로 변신 중이다.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임팩트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변화이론’에 기초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실행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향후 더욱 기대되는 건 한국사회 전반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생태계 혁신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인적·물적 자산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이 사회적경제 조직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을 뒤흔들고, 제도를 변화시켜 한국의 산업과 사회를 혁신하길 기대하며 2020년 새해를 맞이한다.

명지대 경영학과 김재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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