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팜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홈페이지
스마트 팜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홈페이지

일본에서 반도체 원자재의 수출을 금지 하니 관련 업체의 공장은 멈춰 섰고, 중국에서 요소수 수출을 규제하니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자동차·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량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겨울철 제설용 염화칼슘의 가격이 벌써부터 폭등할 조짐이다. 눈앞의 가격대비 비교우위에 집착하여 진작에 원자재의 국산화률 제고와 수입선 다변화를 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소련의 붕괴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농업정책의 실패가 불러온 것이었다. 그들이 부르짖던 과학적 사회주의가 과학적이지 못해 집단농장제의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로 귀결된게 원인이었다. 미국의 곡물 금수조치와 밀 수입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작금에는 최대 콩 수입국인 중국이 관세를 무기로 미국의 ‘팜 벨트’를 무너뜨리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 중에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북한의 아연과 미국의 곡물을 물물교환하려다 곡물을 실은 수출선의 뱃머리를 다른 아시아 국가로 돌려 북한을 곤경에 빠뜨린 일도 있다. 

물론, 국제 무역이 발달한 지금, 식량전쟁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미국은 소련에 곡물 판매를 중지해서 압박을 가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곡물의 국제시세가 폭락하여 정작 소련은 저렴하게 식량을 구입한 반사이익을 누렸고 그 피해는 미국의 농민들이 떠안았다. 그러나 식량의 전략상품화는 일시적으로 식량대란을 일으켜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즈음, 3C(기후변화, 코로나19, 분쟁)가 글로벌 식량위기를 불러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 식량계획기구(WFP)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상승하면, 세계에서 1억 8,9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했다. 피해는 주로 저소득 국가에서 크게 나타난다. 농업, 어업, 축산업처럼 기후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이 그 나라들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염병이 창궐한 지역과 분쟁지역에는 구호단체들의 접근이 어려워져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식탁 물가 급등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시켰고 ESG경영 확산은 전통 식품 사슬이 야기한 환경문제를 부각시켰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정 당사국 총회(COP26)에 참석, “자연보호와 식량 시스템 개선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등 세계 ‘큰 손’들은 식품업체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환경오염, 동물복지, 식품안정 등을 이유로 대체 식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해조류에서 육류 대체 식품을 개발하고 식용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귀리로 우유를 만들고 미국 기업은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 계란을 출시했다. 네덜란드 기업 프로티팜은 딱정벌레류의 곤충 단백질 식품을 내놓았고, 싱가포르 기업 시옥미트는 새우의 세포로 배양육을 만들었다. 독일의 바이오준은 고령자가 쉽게 씹을 수 있는 젤리 식품을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있다. 푸드테크가 다양한 복합적인 문제를 풀 해결사로 급부상하여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이미 약 200조원에 달했다.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홈페이지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홈페이지

식량자급률이 120%를 넘는 미국도 190억 달러를 식량 공급망 유지와 식량안보에 긴급 투입했다. 우리는 소비량이 줄어서 걱정이라던 쌀의 소비가 작년보다 23%나 늘었고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로 일손이 부족하여 농업생산량이 급감, 정부미 재고량이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이 남아돈다는 말도 예전 이야기다. 

2020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세계 29위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정부는 청년 농부의 농업에 유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장조치를 마련하고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농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농산물 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직면한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농정 시스템의 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농업이 천대받는 산업으로 전락하자 농촌 공동체의 해체가 임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마트 팜 업체가 클라우드 기반 AI농법으로 농촌에 새 바람을 불어 넣으며 생산성을  증대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여 농촌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또한 ‘에어로 팜’시스템이 작물생산에 선진 농업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적화된 LED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여 수확량을 ‘스마트 팜’보다 75%향상시켰다. 또한 빅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 예측을 통해 고품질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배달 플랫폼이 급성장 하여 농가와 소비자의 거리가 좁혀졌고, 국내 푸드테크는 배달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대체 식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롯데푸드는 이미 자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선보였으며,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를 내놨다.

'맬서스의 덫'은 기우였고 이제는 인구감소와 식량 부족을 함께 걱정할 때이다. 날로 먹거리 물가는 치솟고 있다. 농토 관리와 수자원 관리를 병행하고 농토를 더 이상 투기의 대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문농업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청년들은 농촌으로 가서  그린혁명을 일으키고, 기업인과 과학자들은 애그테크와 푸드테크에 눈을 돌려라. 농업이 대본이다.

키워드
#단필단상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