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사 항전하는 투혼이 신화처럼 지구촌에 감동을 주고 있다. 불과 이삼일 안에 속수무책으로 수도가 함락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그의 결기와 호소력 있는 연설은 온 국민이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게 하였다. 시민들은 침략군의 탱크를 맨몸으로 막았고 세계 도처에 나가 있던 젊은이들은 속속 귀국하여 민병대에 자원 입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원의 천국이다. 비옥한 흑토로 덮혀있어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세계 3대 곡창지대이다. 해바라기씨, 옥수수, 밀, 보리, 콩 등은 전 세계 수출량 톱10에 들어간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흐르시초프 등 걸출한 러시아의 정치인들을 배출한 나라이다. 스탈린의 공산치하에서 집단농장화와 수탈, 연이은 대기근으로 350만 명이 굶어 죽은 아픈 역사(홀로 도모르, Holo Domor)가 있어 러시아에는 치를 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키이우 법대를 졸업하고 ‘국민의 종’이라는 시트콤을 제작하여 주연을 맡은 젤렌스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야망을 품은 그는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했다. 취임 후 국가 최고 요직에 시나리오 작가와 PD를 앉혔다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코미디언 출신 초짜 대통령으로 조롱받던 그가 슈퍼히어로로 바뀌는 데는 채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그를 ‘캡틴 우크라’라고 칭송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군이 철수하자 국민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야반도주하여 지탄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전 대통령 가니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몰아낼 것”이라고 한 그의 유럽의회 연설 장면을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를 2차 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끌었던 세계적인 정치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빗댄 것이다. 러시아 특수부대 암살1호로 올랐음을 알고도 수도를 떠나지 않고 국토수호를 다짐한 그의 용기와 리더십을 세계는 극찬했다.

젤렌스키는 미연방 상하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연설에서 “러시아가 우리 땅, 우리 도시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미래를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 인간의 기본가치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면서 대 러시아 항전에 미국과 서방의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미 의원들은 전쟁 중에 나타난 슈퍼스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국이 도피할 항공기를 보내겠다고 하자, 그는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탄약"이라고 결사 항전의 결기를 보였다. 전쟁 중 죽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나도 두렵다. 그러나 대통령은 두려워 할 권리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다른 국민처럼 총을 들고 군에 합류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집무실 복도에는 시가전에 대비한 모래주머니를 쌓아 사격 진지를 구축해 놓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다. 

젤렌스키는 "여기가 우리의 땅이고 우리의 나라이고 우리의 자식이므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지킬 것이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항쟁이냐 항복이냐, 죽느냐 사느냐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조국과 국민의 미래를 생각했다. 살아 남는다면 조국과 유럽을 러시아로부터 지켜낸 영웅이 될 것이고, 죽는다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순교자로 기억될 것이다.

전쟁을 발발하여 비난받고 디폴트 위기에 몰린 푸틴이 끝까지 오기를 부려 3차 대전으로 확전될 것을 세계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친서방으로 급격히 선회한 젤렌스키의 외교미숙이 화를 자초한 점도 없지 않다. 조속히 평화협상이 결실을 맺어 전쟁의 포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새로 맞이한 우리 대통령이 국민을 대동단결하고 내치와 외교에 만전을 기하여 평화와 번영을 이룩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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