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컨'의 한 장면
  영화 '링컨'의 한 장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에서 링컨 역을 한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연기는 링컨보다 더 링컨다웠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위한 확고한 신념으로 항상 귀와 가슴을 열었고 해야 할 일과 행동해야 할 때를 알아 결정적인 순간에 소통, 설득, 포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노예제도를 폐지하여 인류사를 바꾸어 놓고 닷새 뒤 흉탄에 쓰러진 그를 역사는 ‘민주주의의 순교자’ 이자 '지도자의 모델' 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링컨과 같은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간절히 기다려지는 때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반대파의 의견도 귀담아 듣고 존중하며 끌어 안는 아량과 포용력이 바로 자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자세이다. 표를 얻기 위해 유리하다 싶으면 내편 니편으로 편 가르기 하여 노사갈등, 세대갈등을 촉발시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이다. 

위기의 시대에 남다른 통찰력과 경륜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결집하여 중흥을 이루는 정치예술가를 바란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제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은 그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생활패턴을 바꾸어 놓았고, 신 기술이 새로운 문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도자의 능력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어떠한 최악의 상황에도 필승의 전략을 준비하고 대응했던 이순신은 성웅으로 추앙받는 반면, 대책없이 갈팡질팡하다가 몽진한 선조는 가장 무능한 군주로 평가받고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누구와 함께 하는가' 이다. 자기보다 더 유능한 참모와 함께 해야 성공한다. 정의로운 지도자가 훌륭한 참모를 얻고, 그 참모가 훌륭한 지도자를 만든다. 세종대왕은 황희, 맹사성과 같은 유능하고 청렴, 정직한 정승과, 성삼문, 신숙주와 같은 집현전 학사들이 있었기에 성군이 되었고, 삼국지에서 유비에게는 불세출의 책사 제갈공명이, ‘정관의 치’를 이룬 당태종은 목숨을 내놓고 직언을 멈추지 않은 위징이 곁에 있었다. 그리고 독재자 히틀러의 곁에는 선동의 달인, 괴벨스가 있었다. 힘과 정의는 늘 함께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증오심과 한을 품은 사람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집권하면 권력을 한풀이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패거리들의 도움에 의존하는 빚진 사람을 뽑아서도 안 된다. 공직을 마치 전리품인양 끼리끼리 나눠 가진다. 걸맞지 않은 자리를 차지한 자들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온갖 이권에 개입하여 국정을 농단할 것이 뻔하다. 한풀이 정치, 패거리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역사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망국의 지름길이다. 유력한 후보들이 연단에 올라 '하이킥'과 '어퍼컷' 세레머니를 연출한다. 섬뜩하다. 격투기 선수를 뽑는 선거가 아니지 않는가?

강력한 리더십이 모든 것을 해주기 바라는 것은 스스로 노예이기를 바라는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리고 더 이상은 속지 말라. 선거 때 내세운 장미빛 공약은 지지자 결집을 위한 것일 뿐이다. 권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편에 압도적인 지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력은 속성상 도덕적이지 않기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으면 십상 오만과 독선을 불러와 독재를 자초할 수도 있다. 바둑의 고수는 하수와의 대국에서도 한 두집만 이긴다. 승자의 자만에 빠지지 않고 상대방에게는 패배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드넓은 사바나에서 숫사자들은 물고 뜯으며 피 터지게 패권 다툼을 벌인다. 이기면 광야의 왕자가 되지만, 지는 날에는 죽음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혼자 쓸쓸히 무리를 벗어나 고독한 길을 간다. 정치판이 그러하다. 고금의 역사를 통해 권력을 잡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피바람을 일으킨 사례를 흔히 보아왔다. 승자는 모든 것을 누리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승자 독식의 '제로 썸 게임'이기에 그들에게 승리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갖 술수와 모략을 동원하여 가진 어떤 절대권력도 시간과 자연의 순리를 거역할 수는 없다.

지도자의 선택은 국민의 수준이다. 그리고 깃발을 따라 행동하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아래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지 결코 군림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 선거철 만이 아니다. 맡겨진 권력을 마치 생살여탈하는 여의봉으로 알고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른다면 한갖 돌 원숭이 일 뿐이다. 지도자는 신의를 지키고 국민을 두려워 할줄 알아야 한다. 민심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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