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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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남자를 같은 남편으로 두고 살아가던 두 여인의 절절한 애환을 그린 이야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리암은 지방 토호와 그의 하녀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어머니와 외롭게 살아가다가 15세가 되어 아버지의 집을 찾아갔지만 아버지의 가족은 어린 마리암을 중년의 사나이 라시드에게 팔아넘겼고 그후 온갖 학대를 받으며 비참한 삶을 이어간다. 다른 한 여인 라일라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남자 친구 타리크와 사귀다가 그마저 내전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이주해 버린다. 혈혈단신이 된 그녀를 보살펴 준 이가 이웃집에 살던 마리암이였고, 결국 라시드의 두 번째 처, 마리암의 시앗이 된다.

라일라가 결혼 전 타리크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딸 이지자를 낳자 라시드는 핏덩이를 고아원으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타리크는 내전 중 죽었다고 거짓말하여 라일라의 마지막 희망마저 끊어버린다. 그 사이 라시드를 닮은 아들 잘마이가 태어난다. 어느 날 죽었다던 타리크가 라일라의 집에 찾아오자 잘마이가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아빠에게 말한다. 이를 들은 라시드는 라일라를 무참하게 폭행한 다음, 목을 졸라 죽이려 했다. 이를 차마 보다 못한 마리암은 삽으로 라시드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리고 마리암은 같이 도망가자는 라일라의 제안을 뿌리치고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공개 처형된다.

그 후 라일라는 아이들을 데리고 타리크에게 가서 정착하고 한동안 꿈에 그리던 행복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자신을 어머니 처럼, 이지자를 자기가 낳은 딸처럼 거두어 주다가 끝내 자기를 위해 희생한 마리암을 못 잊어했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마리암과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마리암의 아버지가 남겨놓은 유산을 찾아 이지자가 있던 고아원을 수리하고 거기서  교사로 일한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마리암이 ‘영원토록 찬란한 천개의 태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치하로 다시 넘어갔다. 미군이 철수하자 대통령이란 자가 제일 먼저 야반도주했다. ‘더 큰 희생을 줄이기 위해, 민족을 위해, 평화를 위해서’라는 가당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저항하지 말라, 타협하라’는 말을 남기고 비겁하게 도망쳤다. 정권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탈레반에게 동족을 쏘지 말라고 부탁하고 자기는 이 땅을 한발도 벗어나지 않고 아프간과 함께 할 것이라고 선언해야 옳았다. 대통령이 도망가자 군대가 항복했고 탈레반은 수도에 쉽게 입성하여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탈레반이 돌아오자 동맹국의 군인과 그 조력자들의 필사적인 탈출행렬이 줄을 이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도어가 닫히고 트랩이 치워지자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 참으로 눈물겨운 정경이다. 여인들은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잔인하게 즉결 처형됐다. 거리에는 시신이 걸레처럼 널부러저 있고 선혈이 낭자하다. 그들의 반인륜적 행태는 정녕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극악무도한 동족살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군이 마지막으로 떠나던 날 탈레반은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고 축포를 쏘며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하지만 무장 테러세력이 종교를 내세워 인권을 계속 짓밟는다면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짙다.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는 최악의 경제난을 벗어 날 수 없고 미래를 약속 할 수 없다. 그들이 쉽게 아프간을 장악했지만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점령보다는 통치가 더 쉽지 않을 것이다. 창업(創業) 보다 수성(守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앞날이 안개 속의 가시밭길이다.

부르카를 입은 이슬람 여인들/사진=Getty Image
부르카를 입은 이슬람 여인들/사진=Getty Image

여자의 몸에서 나와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말하면서 왜 여성에게 그토록 잔인한가? 그대들의 관습법을 기록한 파슈튠 왈리에도 ‘여성의 명예를 수호하고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는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아프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다가 하굣길에 탈레반의 총탄을 맞고 기사회생했다. 그녀는 "약속받은 미래가 이제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걱정하며 아프간에 세계인들의 인도주의적인 구호를 호소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종교를 정치에 악용하는 종교국가가 아닌 정상국가로 나아가길 바란다. 비극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난리통에 자유를 찾아 쫒기듯이 뿔뿔이 흩어져 이역 땅으로 간 유랑민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열강이 탐내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이용하여 실크로드에서 풍요를 이루고  그 땅에 찬란한 태양이 밝게 빛나기를, 그래서 뿔뿔이 흩어진 동족들이 다시 정든 고향으로 돌아가서 함께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를 기원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수년을 생활해 본 나는 그들이 누구보다도 더 평화를 갈구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제 탈레반은 평화와 사랑의 신을 믿고 총과 칼을 버려라. 생명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 종교보다도 더 소중하다. ‘신은 진리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위대한 신은 모든 것을 용서하시는 분이다.’ 마리암이 마지막 순간에 중얼거린 코란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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