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는 제34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취약계층을 교육하고 고용하며 성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테스트웍스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에도 참가했다. 코트라(KOTRA) 한국관 내 오프라인 부스를 마련해 ‘엣지 AI,’ ‘블랙올리브’ 최신 업데이트 기능 등 자사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대표 ICT 사회적기업으로 승승장구하는 테스트웍스. 6년 만에 임직원 약 150명 규모로 회사를 키웠고, 지난해는 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테스트웍스와 자회사인 데이터큐(장애인표준사업장 포함)의 취업취약계층 직원 비율은 전체 임직원 중 약 30%에 해당한다.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경력단절여성, 시니어, 청년 등 다양하다. ‘포용적 고용’이 미션인 인공지능 회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석원 대표는 “어떨 때는 성장을, 어떨 때는 가치를 중시하면서 ‘시소게임’을 하듯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져, 성장하면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12일, 테스트웍스 송파구 사무실에서 윤석원 대표를 만났다.
7월 12일, 테스트웍스 송파구 사무실에서 윤석원 대표를 만났다.

명확한 소셜미션 =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회사로 알려졌지만, 테스트웍스의 정확한 철학은 “사회에서 반복적인 실패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윤 대표는 2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포용적 고용 미션을 직접 달성하고 싶어서다.

2016년, 육아휴직 중이었던 윤 대표는 은평여성인력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과 장애인 여성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 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송파구에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현수막을 발견했다. 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공교롭게도 센터장이 받았다고. 윤 대표는 그를 만나 소프트웨어 테스터 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으로는 생소한 모델이지만, 선생님 같은 분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육성사업에 지원해보라”는 답을 듣고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프로보노 활동만 해도 되는데, 굳이 창업을 원했던 이유는 뭘까. 그는 “사장이 되지 않는 한 포용적 고용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긴 회사는 이해관계자가 많고 결정 절차가 복잡해 다양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청년 기업 사외이사로 지내며 도움 주는 일도 해봤지만, 자기가 직접 리더로 나서야겠다고 판단했다.

휴직 중이었던 그는 테스트웍스가 육성사업 아이템으로 선정되자 퇴사했다.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중에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고, 이듬해 바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테스트웍스가 포용적 고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길을 돌아가지 않고 훨씬 빨리 성장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만큼 빨리 그만뒀을 거예요.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의도를 갖고 회사를 운영할 건지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그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되거든요.”

지난 MWC 2021 현장. 코트라 한국관에 마련된 테스트웍스 부스./출처=윤석원 대표 페이스북
지난 MWC 2021 현장. 코트라 한국관에 마련된 테스트웍스 부스./출처=윤석원 대표 페이스북

취업취약계층 비율 30% "전문인력으로의 성장이 제일 중요”

테스트웍스는 취약계층을 ‘수혜의 대상’이 아닌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로 인식한다. 고용 취약계층마다 업무 종류는 어떻게 나뉘는지 물었다. 그는 “취약계층 특성별로 업무를 고정해두지는 않지만, 진입할 때는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직무를 설계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자폐성 장애인 직원은 반복적인 일에 잘 질리지 않으며 디테일에 강하다는 특성을 살리고, 청각 장애인 직원은 시각데이터에 예민하다는 특성을 살린다.

그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직원들의 성장이다.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외부에서도 인정한다. 직원들이 단순한 데이터 가공 작업을 넘어 프로그램 매니저까지 오르도록 역량을 키운다. 회사에 다니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등록한 후, 현재는 보안전문가로 거듭나려는 발달장애인 직원도 있다. 직원들이 전문인력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윤 대표가 일하는 동력이다.

테스트웍스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진은 테스트웍스의 데이터큐 교육장에서 진행되는 교육 현장./제공=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진은 테스트웍스의 데이터큐 교육장에서 진행되는 교육 현장./제공=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는 올해 ‘소셜밸류리포트’ 발간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의 활동을 모으고, 창출한 사회적 가치 총체를 담은 보고서를 만드는 거다.

“지금 테스트웍스는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소화하는 회사입니다. 나중에는 특정 산업 도메인에 집중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의료 산업 도메인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데 ‘넘사벽’ 수준의 전문성을 지니는 거죠. 그렇게 고용을 늘리고, 직원 급여도 올리고, 처우도 더 좋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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