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직면한 사회·경제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조직 및 시민들과 협업이 필요하다. 이는 신뢰에 기반한 공동창조 활동을 지향하는 리빙랩 정신과 맞닿아 있다.

‘테스트웍스’는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테스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무한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다"라는 취지로 2015년 설립했다.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 성별, 연령, 장애, 국적에 차별 없이 잠재력 있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포용적 고용’을 사회적 가치로 추구한다. 발달 장애인, 청각 장애인 등 약 30여명의 장애인, 10여명의 경력단절여성, 시니어, 청년, 전문인력 등 다양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수혜의 대상’이 아닌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로 인식하고, 각자가 지닌 장점을 바탕으로 직무를 설계해 경쟁력 있는 전문인력으로 성장하게 돕고 있다.

창업 초기 테스트웍스는 ICT 분야에서는 낯선 ‘포용적 고용’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사회적경제에서는 생소한 ICT 분야라는 이유로 협업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웠다. 인공지능 분야도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협업할만한 기업도 극소수였다. 또, 포용적 고용을 중심으로 한 테스트웍스의 비즈니스 모델의 레퍼런스가 없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한 비즈니스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창업 초기 가장 활발히 협력했던 기관은 취약계층의 교육·채용을 지원하는 여성인력센터와 장애인 복지관이었다. 2015년 은평여성인력센터에서 교육을 통한 정규직 고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서울 시내 다양한 여성인력센터가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교육을 의뢰해 왔다. 발달장애인 및 청각 장애인의 경우 발달장애훈련센터, 청음복지관과 연계해 가르쳤다.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직무에 필요한 컴퓨터 활용 능력 교육은 이 기관들에서 수행하고, 실습 교육은 테스트웍스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했다.

테스트웍스의 ‘포용적 고용’ 모델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하나은행, SK 등 대기업과 연계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한 CSR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테스트웍스는 이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발달장애인 생활 관리 매뉴얼 등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데이터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고 회사가 본격 성장기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R&D(연구·개발)를 수행하고 기술력이 필요한 데이터 구축을 위해 대학과 협업한다. 또,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조선 산업 도메인의 인공지능 시장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울산항만공사와 같은 공공기관과의 협업도 시작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과도 활발히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테스트웍스의 고객사가 되기도 하고, 정부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협력사가 되기도 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상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테스트웍스의 ‘blackolive 데이터 자동화 가공 관리 솔루션’
테스트웍스의 ‘blackolive 데이터 자동화 가공 관리 솔루션’

한편 이미지, 텍스트, 음성 등의 대규모 데이터 셋(data set)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층이 데이터 제공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었다. 테스트웍스는 시민들이 테스트웍스의 데이터 수집 및 가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에이아이웍스(aiworks)' 플랫폼을 2019년부터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 셋 구축 과정에 참여하면,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 혹은 온라인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어 참여하는 시민 수가 빠르게 늘었다. 현재 약 6만명에 달한다. 협력 네트워크가 취약계층 교육을 위한 비영리 기관, 대기업, 공공기관, 학교를 넘어 시민들까지 확장했다.

복잡한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으며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자원을 가진 다양한 기관 및 시민들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테스트웍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취약 계층을 다양성 관점에서 잠재력이 뛰어난 인력으로 양성하고 인공지능 생태계에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하여 고객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연대와 협력이 없었다면 테스트웍스가 매년 2~3배 이상 고성장하면서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은 불가능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벤처들은 문제를 파악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시민단체 및 협회, NGO 등 현장 전문가를 보유한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리빙랩은 그것을 위한 중요한 공간이 된다. 또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 및 대기업과의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시스템 혁신을 지향하는 주체들이 모여야 한다. 각 조직이 지닌 지속가능한 혁신이 선으로 연결되고, 또 선이 면이 될 때 우리 사회의 전환은 이루어질 것이다. 테스트웍스는 그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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