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미래의 식탁’을 주제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 연구원./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기후위기 시대, 미래의 식탁’을 주제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 연구원./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우리가 에너지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이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가 됐다. 식료품을 생산·가공·유통·공급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탄소가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숲과 땅을 훼손해 만든 농장에서 기른 엄청난 수의 가축들은 주범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량은 늘어나는 추세이며, 기후위기는 더 빨라지고 있다.

환경·보건·안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이 ‘기후위기 시대, 미래의 식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21일 오후 2시 온라인을 통해 열린 행사에서는 ‘육식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의 밥상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정부나 기업 등 시스템에 대한 책임론이 많았던 반면, 개인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인이 실천할 만한 2가지 주요한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자동차를 타더라도 연비가 나쁜 차는 피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육식을 줄이는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고기, 어떻게 줄일까?’…육류 저감 행동 연구 발표

한국 육류 소비량 추이. 2018년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은 53.9kg으로 1970년대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한국 육류 소비량 추이. 2018년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은 53.9kg으로 1970년대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이번 토론회는 숲과나눔에서 지원한 연구사업 중 육식 저감을 주제로 한 ‘기후변화행동연구소’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육류 저감 행동의 영향 요인과 유도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약 1년간 진행했으며, 이날 ‘고기, 어떻게 줄일까?’라는 발제를 통해 그동안의 성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진행된 2050년 인류 생존을 위해서는 채소 섭취를 2배로 늘리고, 육류 소비를 2분의 1로 줄여야 한다는 권고 내용이 있다. 미래의 식탁에는 고기 없이 채소와 과일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곡류와 식물성 단백질,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만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산업화 이후 196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육류 소비량 추이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8년 기준 1인당 총 53.9kg으로, 1990년 대비 약 2.7배가량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육류 소비량의 증가는 건강 악화 문제로도 이어졌다. WHO는 가공육, 적색육 등을 1~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육류 소비량의 증가는 건강 악화 문제로도 이어졌다. WHO는 가공육, 적색육 등을 1~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육식 증가로 인한 건강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연구소는 햄·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돼지·소·양 등 적색육을 2A군 발암물질로 규정하며, 식생활에서 육식을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인의 육류 저감 행동 특성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파악하고 △한국인의 식생활 인식과 현황을 설문조사와 통계 분석을 통해 들여다봤으며 △같은 방법으로 육류 저감 행동 모형을 설계해 검증하는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해당 연구 내용이 담긴 보고서는 오는 11월 숲과나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먹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만이 아닌, 사회·문화적 규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육식 저감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식이나 기술에 영향을 받는 만큼, 환경이나 건강에 관한 객관적·구체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먹는 행위와 음식의 의미는?

이어서 김철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우리는 어쩌다 치킨, 삼겹살, 한우등심을 사랑하게 되었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책 ‘음식과 사회-사회학적으로 먹기’의 저자인 그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먹는 행위와 음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구해왔다. 김 교수 역시 “입맛은 개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문화적·지역적·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먼저 한국인이 사랑하는 ‘닭’은 조선시대에는 주로 달걀을 얻기 위해 키웠으나, 개항 이후 대량 비육법이 도입되고 양계농가가 생기면서 소비량이 늘었다. 1960년대 이후 특식 ‘통닭’, 건강식 ‘삼계탕’이 사랑받았고, 1980년대 KFC 명동점이 처음 영업을 시작해 1990년대 교촌·BBQ 같은 국내 업체가 약진하면서 ‘치킨’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현재 치킨은 배달음식의 아이콘이자 한류를 이끈 새로운 문화로 떠올랐고, 연간 약 8억 마리를 도축하기에 이르렀다.

김철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인 '닭, 돼지, 소'에 관한 소비 변화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했다./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김철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인 '닭, 돼지, 소'에 관한 소비 변화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했다./사진제공=숲과나눔 토론회 화면 갈무리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 중 가장 많은 ‘돼지’ 역시 조선시대에는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1970년대 국내 기업형 양돈 농가가 생기고, 1980년대 돼지고기 수출이 확대되면서 사육량이 크게 는다. 당시 수출 후 남는 부위를 활용해 만든 순댓국·족발·삼겹살 등 음식이 발달했는데, 특히 노동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이 크게 유행한다. 1990년대 삼겹살은 직장에서 회식을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고, 2000년 이후에도 그 인기는 이어진다.

한국인에게 최고의 육류인 ‘소’는 조선시대에도 귀한 식재료였다. 1960~1970년대 한일관·우래옥 같은 도시 전문음식점이 발달했고, 1980년대 외식문화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불고기·갈비 등이 사랑받는다. 1990년대 이후 마블링이 잘된 안심·등심이 사랑받는데, 소고기를 많이 수출하는 호주에서 한국인을 위해 기름기 많은 소 전용 농장을 만들 정도가 됐다.

이처럼 현재 한국인이 치킨·삼겹살·등심을 가장 좋아하게 된 데는 여러 사회·문화적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육식 증가로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만들기 위한 개인·조직·문화·정책 차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며 “내가 무엇을 먹는가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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