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빅이슈의 아이스 라떼. 브라우니는 빅이슈 애독자가 만들어 보내왔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빅이슈 하세요!”

오현석(49) 빅이슈 판매원, 아니 오늘만큼은 카페 사장인 오현석 바리스타가 외쳤다. 카운터 위 빅이슈 스티커를 챙겨 나가는 손님들에 전하는 인사다.

서울 동작구 남성역 인근, 요일마다 주인이 바뀌는 카페 ‘소셜;오일장(이하 오일장).’ 4월 매주 목요일에는 ‘카페 빅이슈’라는 이름을 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빅이슈 판매원 5명이 매주 번갈아가며 일일 사장님으로 변신해 손님들을 맞이한다.

자격증 교육은 에드링턴코리아의 후원으로 진행했다. 빅이슈코리아 측에서 지난해 초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은 교육을 조사한 결과, ‘바리스타 교육’이 가장 많이 나왔다. 자격증을 원한 6명의 판매원은 작년 여름 약 1달 동안 일주일에 2회 커피를 배우러 다녔다. 자기계발을 위해 잡지 판매를 잠시 접고 시간을 투자해 이들은 사단법인 한국커피바리스타협회가 주관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4월 한 달 동안 카페를 운영하는 서명진, 박영길, 오현석, 문영수 판매원. 맨 오른쪽은 강병석 대표다.

카페 빅이슈 운영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8시. 휴식 시간은 3시부터 4시 30분까지다. 판매원들이 카페를 운영하는 날에는 역 앞에서 이들을 볼 수 없다. 지난 2일에는 삼성역 6번 출구, 9일에는 고속터미널역 9번 출구 앞이 비었다. 16일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23일에는 사당역 3번 출구, 30일에는 노량진역 3번 출구가 빌 예정이다.

원래 3월로 계획돼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 첫 문을 열었다. 오일장 측은 “바이러스가 완전히 잠식되지 않았지만, 카페 빅이슈에 대한 판매원 분들의 열정과 염원을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마스크를 착용하고,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수시로 체온을 검사하는 등 주의를 기울인다.

“사장님 마인드가 뭔지 알게 됐어요”

오현석 씨는 10년차 빅이슈 판매원이다.

카페 빅이슈의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떼, 바닐라빈라떼, 콜드브루, 레몬차, 레몬에이드 등 친숙한 음료다. 9일 운영을 맡은 오현석 씨는 “바닐라빈라떼가 제일 손이 많이 가서 만들기 어렵다”면서도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메뉴라 만들면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일정 판매량을 넘으면 일급 외에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다.

정오에 문을 열고 3시간도 채 안 됐지만, 20잔 넘게 커피를 만들었다. 케이크를 들고 찾아온 애독자도 있다. 커피를 만들고 서비스 하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는 오 씨. 내내 마스크를 끼고 있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빅이슈를 팔 때도 항상 마스크를 껴서 이제는 편하다”고 답했다.

오 씨는 빅이슈 창간 한 달 후부터 합류한 베테랑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와 3년간 노숙 생활을 하다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빅이슈코리아 관계자들을 만난 게 인연이 됐다. 10년째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으며, 지금은 고속버스터미널역 8번 출구를 지킨다. 지난 2018년에는 방송사 KBS2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에도 출연해 거주 중인 임대주택을 공개했다.

오 씨의 꿈은 보일러 기사 자격증을 따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는 거다. 카페 대표가 되는 건 어떻겠냐고 물으니 커피 제조는 취미로만 남기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빅이슈 조끼를 벗을 텐데, 이후에는 독자로서 역 앞 빅이슈 판매원들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잡지 판매원으로서 고객을 만나는 것과 카페 사장으로서 손님을 대하는 건 정말 다르네요. 정말 재미있고 감사한 경험이에요.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사장님을 해보겠어요.(웃음)”

일일 카페 사장 체험 공간 ‘소셜;오일장’

4월 목요일마다 '카페 빅이슈'로 운영되는 '소셜;오일장.' 빅이슈를 포함해 노트북 굿즈도 살 수 있다.

요일마다 주인이 바뀌는 ‘소셜;오일장’은 강병석 루아르 커피바 대표가 올해 1월부터 운영하는 카페다. 카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실전 경험하게 만드는 사업 모델로 운영한다. 강 대표는 “바리스타들의 목표가 창업인 경우가 많은데, 그 꿈을 이뤄도 생존할 수 없으면 불행해진다”며 “이들이 일주일에 하루 정도 한달 간 경험해보고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예비 창업가가 아니더라도 바리스타와 로스터 등 전문가들과 계약할 때도 많다. 부담 없이 직접 와서 고급 기계로 원하는 원두를 내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일 사장들로부터는 기계 사용료, 대관료 등을 받는다. 주말에는 강 대표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주중 5일 동안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오일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빅이슈코리아와는 몇 다리 건너 연이 닿았다. 목요일 오전 개장 전 카페를 찾아가 판매원들을 교육한다. 그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이 많아 기존 ‘오일장’이라는 이름 앞에 ‘소셜’을 더했다”며 “빅이슈코리아와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만나 기쁘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일주일에 하루를 넘어 이틀짜리, 1개월짜리, 6개월짜리 사장이 운영하는 카페를 더 만들 계획이다.

사진. 빅이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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