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알림관으로 들어서는 길. 신나는 장구 소리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가니 국악 단체 ‘악단광칠’의 퓨전 국악 공연이 시선을 끈다. 10명 남짓 되는 단원들은 각각 장구, 꽹과리, 가야금 등을 연주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흥 나는 공연에 개막식을 보러온 참가자들도 일어나서 덩달아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든다.
?16일부터 1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Seoul International Handmade Fair 2019, 이하 SIHF 2019)’에서는 국내외 총 320여 팀의 수공예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올해로 6회째 행사를 준비해 오고 있다. 이번 주제는 ‘남과 북’으로, 남북 교류와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는 적극적인 활동으로서 핸드메이드를 조망한다.
페어 첫날인 16일 오전에는 행사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혜련 위원장, 서울디자인재단 최경란 대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 일상창작예술센터 최현정 대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김영등 센터장 등 각계 인사들이 개막식에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행사에 대해 최 대표는 "새롭게 DIY(Do it yourself) 문화가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친환경, 공공성 등의 의미를 담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 주제는 ‘남과 북’으로 새로운 만남과 미래를 이끌어가는 페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등 SIHF 2019 조직위원은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가 올해 6회째로 이제 10년을 바라보는데, 행사 곳곳에서 만남과 연결의 시도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알림1관과 복도 공간은 국내 창작자들을 모은 '생활관'이, 알림2관은 국외 창작자들을 모은 '국제관'이, 국제회의장은 올해 주제 ‘남과 북’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주제관'이 자리잡았다. 이 외에도 머그컵 업사이클 프로그램, 미니 수저 만들기, 창작놀이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 ‘생활관’에서 펼쳐지는 1,000여 개 수공예의 향연
긴 줄을 기다려 들어온 생활관에는 260여 팀이 저마다 선보인 창작품 1,000여 개가 펼쳐져 있다. 아직 부스를 마무리하지 못한 참가팀이 바쁘게 움직이던 생활관에는 이내 관람객으로 가득찼다. 생활관에는 공예, 리빙, 아트, 패션, 그린, 재료·도구, 퍼포먼스 등을 주제로 수공예품을 선보인다. 가죽을 이용해 만든 지갑과 책갈피부터 옷과 가방, 팔찌와 목걸이, 반지, 한지공예, 세라믹아트 등 전국에서 찾아온 창작자와 예술품이 그득하다.
한 곳을 둘러보고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도 채 몇 걸음 못가 눈길을 사로잡는 공예품과 만난다. 창작자들이 선보이는 공예품의 향연을 하나하나 보노라니, 앞으로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이건 ‘마미체’라고 말꼬리로 만든 커피 필터예요. 경남 사천에 계신 장인이 만든 제품이에요.”
한국 고유문화를 현대 콘텐츠로 새롭게 제안하는 취 프로젝트 부스는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와 부채 예쁘다. 합죽선이래.”
“매듭을 장인들이 직접 만들었구나.”
?부스를 둘러보는 사람들은 익숙하지만 낯선 한국 공예품을 보며 서로 설명하고, 매력에 빠져들었다.
?자수공방을 운영하는 한 부스에서는 작가와 관람객이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희가 수업 출강을 나가거든요. 기업에서 나오셨더라고요. 지역이 조금 멀리 있는데 출강을 와 줄 수 있는지 묻길래 답해줬어요.”
?서로 문답을 이어가며 펼쳐놓은 자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관람객의 눈에 많은 생각이 담겨 있다.
?제주 4.3항쟁을 알리는 창작품을 만드는 할美꽃 부스에는 한 여성 관람객이 서 있다. “제주4.3항쟁을 기억한다는 취지가 좋았어요. 그 전에 디자인이 아주 예뻐서 눈길이 가더라고요” 한동안 물끄러미 창작품을 바라보던 그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입해 갔다. 할美꽃 공예품을 든 손에는 다른 부스에서 구입한 물건들도 함께 들려 있다.
“스탬프 찍어주세요~”
“아이~귀여워, 알았어요~”
?한 꼬마 숙녀가 텀블벅 팜플렛을 들고 텀블벅 스티커가 붙은 기업을 찾아왔다. 이번 SIHF 2019에 참여하고 있는 텀블벅은 자체 ‘텀블벅 존’과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던 페어 참가팀과 스탬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던 참가팀 부스에는 텀블벅 로고스티커가 함께 붙어 있다. SIHF 2019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스탬프를 받은 꼬마 숙녀는 팜플렛을 들고 또 다른 부스를 찾으러 길을 나선다.
# 16개국 창작자들이 모였다! SIHF의 자랑 ‘국제관’
세계 핸드메이드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국제관. SIHF는 2016년 처음으로 독립적인 국제관을 조성한 후, 이제는 매년 120여 명의 해외 창작자를 페어에 불러모은다. 국제관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한국에 소개된 적 없는 해외 예술가나 단체를 소개해 한국 관람객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일과 한국인들을 만나고 싶은 해외 창작자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두안얌, 우븐 등 일회성이 아니라 몇 년째 꾸준히 참여하는 해외 창작자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는 호주, 대만, 싱가포르, 라오스 등 16개국 60여 팀이 각 국가의 특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SIHF가 올해 처음으로 새롭게 인연을 맺고 조명하는 국제관 내 3개 팀을 둘러봤다.
1. 멜버른의 자랑, 호주 수공예 전문 프리마켓 ‘로즈마켓’
국제관에 들어서자마자 카드보드지로 만든 박스 위에 가방, 장신구, 엽서 등 갖가지 공예품이 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 건너온 프리마켓, 호주 ‘로즈마켓(Rose Street Market)’이다. 로즈마켓은 멜버른 피츠로이 지역에서 18년째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역 예술가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한다.
2002년 로즈마켓을 처음 시작한 아담 페렌테(Adam Ferrante)는 “원래 조각가로 일했는데, 당시에는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가 부족했다”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직접 모여 시작했다”고 말했다. 로즈마켓은 오래된 폐차 공간을 갤러리로 재탄생시켜 주말마다 다양한 창작자들의 제품을 선보인다. 1년에 600~700명의 창작자와 함께한다. 페렌테는 “올해 페어에 참가해서 무척 기쁘다”며 “직접적인 판매보다는 참가자들과 관계를 맺고 우리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 문구류를 심으면 식물이 자라요! 싱가폴 ‘레프트핸디자인’
싱가폴 ‘레프트핸디자인(Left-Handesign)’의 제품들은 단순한 문구류가 아니다. ‘심을 수 있는’ 문구류다. 대표 라디카 마야니(Radhika Mayani)는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연필, 펜 등 문구류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게 많다”며 “레프트핸디자인의 문구류들은 이런 제품들의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설명을 위해 보여준 공책 커버에는 작은 씨앗들이 박혀 있다. 공책을 다 쓰고 난 뒤에 커버를 잘라 화분에 심으면 토마토가 자란다.
마야니는 “한국에 와본 적이 없어서 일상창작예술센터 최현정 대표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지속가능한 문구류를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여긴 최 대표의 적극적인 설득에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꼭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친환경적인 재료로도 문구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한국에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3. 라오스 여성 권익 신장 돕는 '옥팝톡'
옥팝톡(Ock Pop Tok)은 동방과 서방이 만난다는 뜻의 라오스 표현으로, 공정무역과 지속가능한 사업을 모토로 2000년에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디자인&생산 분야를 담당하는 솔린다(Soulinda)에 의하면, 현재 방직공 50명과 함께한다. 자연 재료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라오스 여성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현지 커뮤니티와 협력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해 18년째 일하는 솔린다는 “작년에 일상창작예술센터 관계자와 만난 일이 인연이 됐다”고 행사 참가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다른 나라들의 수공예 트렌드를 확인하고, 한국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핸드메이드로 북한 이해하기... ‘평양슈퍼마케트’도 들러주세요!
주제관으로 향하는 길목 복도에 분홍색 페인트를 덮어쓴 듯한 팝업스토어가 눈길을 끈다. 팝업스토어 이름은 ‘평양슈퍼마케트.’ 평양 사람들의 생활을 팝아트 스타일로 반영한 일상용품, 패션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가게다. 여기서는 탈북민들이 만든 과자를 포함해 전시 컨설팅 회사 ‘컬쳐앤아이리더스’와 디자인 회사 ‘필라멘트앤코’가 선보이는 다양한 북한 테마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뒤로 돌아 국제회의장 주제관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에 북한의 실생활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온다. 수년 간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 투어’를 창립한 니콜라스 보너가 촬영한 영상이다. 북한 놀이 공원 전경,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북한 주민들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중앙에는 국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 단체들인 ‘파우 스튜디오,’ ‘너나들이,’ ‘유니시드,’ ‘통일비내리는 날’을 소개하는 스토리보드가 전시돼 있다. 특히 너나들이는 18일과 19일 북한 카드게임 ‘사사끼’를 참가자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연다.
# 공기청정기 제작부터 머그컵 리폼까지...놓치지 말자! 체험 ZONE
주제관 앞 복도 공간에는 평양슈퍼마케트 이외에도 ‘그린핸드메이드 존’이 있다. 이곳에는 새활용 기업 ‘프레자일(Fragile)’의 이정석 대표가 ‘버려지는 머그컵 업사이클’ 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한다. 이 대표는 “기념품으로 받아 로고가 박혔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머그컵을 참가자가 가져오면 프레자일이 직접 개발한 도자기용 스티커를 붙여서 다시 굽고 배달한다”고 설명했다. 컵이 없지만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은 부스에 마련된 컵을 쓰면 된다. 참가비는 2만 원이다.
?프레자일 옆에는 ‘CAC(Cardboard Art College)가’ DIY 공기청정기 ‘아워플래닛에어(Our Planet Air)’ 만들기 체험을 참가비 3만5,000원에 진행한다. 비싸서 사기 망설여졌던 공기청정기, CAC는 공기를 정화하는 데 꼭 필요한 필터와 팬만 남겨 가격은 확 낮췄다. 공기청정기 종류는 3가지다. 2가지는 2~3평 공간에서, 나머지 한 가지는 4~5평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18일에는 알림 1관에서 ▲한국미니어처돌하우스협회의 ‘미니어처 만들기 워크샵’ ▲디자인 회사 세컨드뮤지엄의 ‘가죽, 플라워로 만드는 생활소품 만들기’ 프로그램이, 19일 비즈니스라운지에서는 ▲대만 웨일던(Wale Dawn)의 ‘미니 수저 만들기’ 프로그램이 열린다. 또한 양말을 만들고 남아 섬유폐기물로 분류되는 양말목을 수공예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프로그램 ▲'양말목 직조, 노리개 만들기'를 황새둥지가 양일 모두 진행한다.
?사진. 최범준 인턴기자/이우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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