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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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자님이라도 알아주시네요", "가끔 일을 하면서 누가 이것까지 알아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가끔 제가 왜 이걸 하는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있어요", "이걸 이렇게 까지 해야할까요?" 사회적경제조직이나 중간지원조직 실무자들을 만나다 보면 듣는 이야기다. 자신의 사업에 애정을 느끼는 실무자도 있지만 지친듯한 실무자가 좀 더 많이 보인다. 실무자들은 왜 이렇게 빨리 지치고 회의감을 느낄까.

'사회적경제조직이나 중간지원조직은 현장과 가깝겠지?'라는 생각이 보통이다. 하지만 해당 단체의 실무자들이 오롯이 현장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두어명이 사업 하나의 운영부터 성과관리까지 도맡고 적게는 5팀에서 많게는 10팀 이상까지 전국에 있는 기업 또는 사람들을 기간 내에 '관리'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업 참여자와 면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심사과정에 있는 현장실사나 대면심사, 중간점검 또는 성과보고회 정도다. 면대면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에도 '이 사람이 사업에 잘 참여할까', '운영은 어떤식으로 하고 있나', '계획했던 성과를 잘 내고 있나', '사업계획의 변경이 필요한가' 등을 고려한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 과정이 이어지면 실무자는 이들의 성장을 돕는 것보다 사업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사업 참가자의 어려움이나 좀 더 나은 방향의 지원을 고민하는 건 중요하지 않은 일이된다. 사업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한다. 그러다보면 당연하게 관리하는 자와 관리받는 자만 남는다. 평가의 지표도 단순해진다. 지원받는 기업이나 사람이 계획했던 성과를 100% 달성했다면 사업의 결과는 훌륭해진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실무자들은 지쳐서 떠나거나, 반쯤은 순응하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른다. 다른 조직이지만 비슷한 사업이 많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쳐가는 이들을 위한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이런 자리가 생기니 좋네요. 이런 게 바로 임파워링(empowering, 힘돋우기)인가봐요."

몇 주 전,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동행한 단체 관계자가 헤어지면서 지나가듯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19년의 사업기간, 400여개의 창업기업 등 문서나 수치가 말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기자 역시 동의했다. 한부모여성의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사회경제적 상황상 건강검진이 어려워 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기획하거나, 성과공유회에서 발표를 맡은 참가자를 위해 예정에 없던 스피치 교육을 따로 진행하기도 했다. 당연히 필요한 고민이지만 어찌보면 성과에 포함하기엔 작고 번거로운 일이다. 사업 담당자는 이런 사항을 번거로운 일이 아닌, 자랑할 만한 사항으로 소개했다. 

해당 사례를 몇몇 중간지원조직 실무자와 이야기하니 "그런 건 참 좋은 것 같다"는 부러움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내 일이 보고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면 더 많은 사회적경제조직이나 중간지원조직 구성원들이 힘을 얻지 않을까? 이런 효능감이 쌓이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비영리만의 전문성도 만들어 질 것이다. 높은 연봉, 복지 등도 물론 좋지만 실무자들이 오래 일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건 어쩌면 효능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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