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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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지자체에서 적게는 2억~3억원 많게는 20억~30억원 규모의 자활기금을 조성했어요. 그런데 돈을 쌓아두고 쓰지는 않아요.”

최근 만난 취재원에게 자활기금이 잘 운용되고 있는지 물으니 전해온 답변이다. 사용하기 위해 곳간에 돈을 쌓아두긴 했지만, 곳간이 비는 게 걱정되니 애초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곳간을 채워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 말이었다. 

2019년 9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지자체에 자활기금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전국 지자체에서는 자활기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면) 자활기금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취재 중 만난 자활 분야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자활기금이 조성돼있지만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된 기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금 회수가 어려울까봐서’다. 김혜인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과장은 지난해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복지부가 지자체 자활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기금손실에 대한 법적, 행정적 책임 문제로 기금 대여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능한 안전하게 기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부분에서만 대여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A기관 관계자 역시 “빌려줬다가 못 받으면 담당 공무원이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니까 집행에 소극적인 것”이라고 했다.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활기금 관리 운용 현황 및 개선과제’ 조사에서도 “융자사업에 따른 기금 손실에 대한 법적·행정적 책임으로 인하여 소극적으로 기금을 운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기금을 빌려줬다가 회수를 못하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빌려주기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이해는 된다. 기금을 담당하더라도 기금의 대여 및 융자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으면 관리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자체 차원에서 기금 운용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닌 조금 더 효율적인 운용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 자활 분야 관계자들이 제안하는 민간 위탁 방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다. 어떤 방식이든 기금이 처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운용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활기금은 저소득층 및 자활기업에게 사업자금 등으로 빌려주며, 자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쉽게 설명하면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이 사회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자립 기반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돈인 것이다. 처음부터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기금이 잘 활용되어 제 역할을 다해 더욱 가치 있는 돈이 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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