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신동 소재 뭐든지아트하우스/출처=아트브릿지
종로구 창신동 소재 뭐든지아트하우스/출처=아트브릿지

기자는 지난 29일 ‘사회적경제기업 취득세 감면 기준 오락가락, 현장은 속앓이’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과세당국의 오락가락한 기준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시스템의 미비를 지적했다.

임대·위탁도 부동산 '직접' 사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는 가운데 시기·기관·담당공무원마다 취득세 감면 결정을 달리 처리하면서 사회적경제 현장이 혼란을 겪어왔음을 드러내는 취재였다.

‘취득세 감면’을 다루는 만큼 취재 과정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특히나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향해 ‘좋은 일 한다더니, 세금 조금 더 내는 게 그렇게 아깝냐’는 말이 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앞섰다.

“처음부터 얼마를 내라고 명확하게 얘기 했으면 어떻게든 준비해서 냈을 겁니다.”

취재의 단초를 제공해준 아트브릿지의 양정선 공동대표(이하 양 대표)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양 대표는 사회적경제 기업이라서 감면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동일한 건물 사용계획서로 한번은 취득세 감면을, 다른 한번은 취득세 감면 불가 결정을 통보받은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번 어그러진 예측 가능성은 고스란히 아트브릿지에 피해로 돌아왔다. 법과 규정에 따라 당연히 감면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에, 수천만원에 해당하는 취득세액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느닷없이’, ‘짧은 시간’에 큰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양 대표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신축 건물 뭐든지아트하우스를 짓는 과정에서 시중은행과 공적금융을 최대한 활용한 아트브릿지에게 추가로 돈을 빌려줄 기관은 많지 않았다. 사회적경제분야 금융중간조직들에게도 이미 코로나19 위기지원 명목으로 도움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돈이든 빌려 볼 만한 돈이든 이미 다 끌어다 쓴 상황이었다. 결국 양 대표는 가족들에게 손을 벌려 추징세액을 납부해야 했다.

다른 사회적경제기업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기본적으로 여유가 넘쳐흐르는 공간은 아니지 않은가. 빠듯한 가운데서도 사회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에 매진하는 이들에게 몇 천만원의 세금을 당장 구해야 하는 문제는 당장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의 중대 사안이다. 기준이 그때그때 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득세 이슈를 취재하며 기자가 가졌던 문제의식 역시 세금의 많고 적음이 아니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지출이 불확실한 기준에 의해 결정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지난번에는 감면을 해줬는데 이번에는 감면을 못해준다면 어느 누가 납득을 할 수 있을까.

결국, 현장에서 바라는 건 과세행정의 예측 가능성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취득세 감면은 사회적경제 생태계 확산을 통해 사회적 가치 증대를 꾀한 제도다. 취지가 아무리 좋고 그것이 법으로 명문화 된다한들 현장에서 활용을 제대로 못한다면 의미는 크게 반감된다. 정부 당국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언제든, 누구에게든 공평한 원칙과 지침을 세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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