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지역을 살리기 위해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에서도 인구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금 지급 등 일시적인 성격이 대부분이라 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의 인구가 점점 줄어 사라질 위기. 하지만 지난해 9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 지역에서는 이 법이 국내 사정에 맞게 잘 정착해 지역소멸 대응책으로 작동하길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법: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에서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제도.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열린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은 ‘고향사랑 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을 주제로,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고향사랑 기부금법에 대해 논의했다. 법의 개념과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2008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고향 납세제도(이하 고향세)’의 사례를 살펴보며, 국내에서 잘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24일 온라인으로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이 ‘고향사랑 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을 주제로열렸다./ 사진=줌(ZOOM) 화면 캡처
24일 온라인으로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이 ‘고향사랑 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을 주제로열렸다./ 사진=줌(ZOOM) 화면 캡처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으로 돌려받는 ‘고향사랑 기부금법’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개인이 주소지 외의 전국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금액에 따라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시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부액의 30% 선에서 답례품도 제공된다. 즉,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연구한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법이 시행되면 농어촌 지역의 재정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지역)균형발전 기여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및 향토산업 육성(생산 및 고용 증대) ▲관계인구 유입을 통한 지방소멸 억제 ▲애향시 포용적 성장 의지 고취 ▲지방경영시대 특성 발휘 ▲기부자와 지자체간의 직접적 연결고리 형성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염 교수는 “핵심은 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를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지역에서는 기부금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염 교수는 “가만히 있으면 절대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재원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지방 재정 운영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면서 “민간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창의력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한, 매우 새로운 형태의 재원 확충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①우리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간 출향민을 파악해 기부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출향민이 적은 지역에서는 ‘우리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우리 지역에 관심 있는 외지인을 파악해야 한다. ②그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설득해야 한다. 기부금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를 설명해도 좋다. ③기부자를 위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답례품을 준비해야 한다. 반드시 유형의 제품일 필요는 없으며, 지역 특산물이 없다면 약점을 강점으로 발굴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악지역의 경우 트래킹 코스를 만들 수 있고, 명예시민증을 발급해 기부자들에게 할인을 해 주는 방법 등도 좋다.

지역에서는 어떤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는 현내 인구 3위 도시의 관광명소지만, 코로나19 이후 관광수입이 감소했다. 이에 고향세 답례품으로 지역식당 식사권, 공연 참가권, 수제화 재단권 등 지역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했다. 지역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는 '관계인구 확대 전략 방식'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3개월간 약 1000만엔(한화 약 1억434만원) 모금에 성공했다.

이처럼 어떤 답례품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소멸을 먼저 겪은 일본에서는 정주인구 외에도 지역에 관심을 가지면서 후원도 하는 제3의 인구를 지방소멸의 대응책으로 보고 고향세를 시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초 "답례품을 받기 위해 기부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예를들어 지역의 유기견 살처분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서 NPO네트워크, 애견인(단체)등에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홍보하고, 여기에 공감한 이들이 해당 지역에 기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후 기부자들에게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10만원을 내면 전액 세액공제를 받으면서 3만원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기에 이같은 특성을 고려한 답례품을 선정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식은 지역 내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더해 무엇을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즉 지역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실제 기부할만한 사람에게 맞춰 모금 전략을 짜는 방식이다. 단순한 답례품이 아니라 충분히 기부할만한 아이템. 지역 소상공인들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면 지역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2008년부터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향세에 대한 사례도 공유됐다./사진=줌(ZOOM) 화면 캡처
이날 포럼에서는 2008년부터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향세에 대한 사례도 공유됐다./사진=줌(ZOOM) 화면 캡처

고향사랑 기부금 유치 위한 홍보 방식은?

이연경 패어트래블재팬(FTJ)매니저는 “일본의 경우 홍보의 제약이 없어 공공에서 고향세를 모금하기위한 답례품 정책을 자유롭게 홍보할 수 있다”며 “홍보는 고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주기적으로 고향세 특집 방송을 하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연말에 기부를 많이 하는 것처럼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연말 연초에는 고향세 특집 방송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기부는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플랫폼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민간 기업에서 여러 지자체를 모아 홍보해 주는 플랫폼 등 크게 두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홍보 모객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은 모금은 더 잘되지만 수수료 20%를 내야 한다. 플랫폼 중에는 쇼핑몰과 같은 형태로 등록된 지자체 답례품을 쇼핑하듯이 기부할 수도 있고, 지자체에서 크라우드펀딩 형식으로 해당 지역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나 사업에 기부받는 방식도 있다. 

염 교수는 “일본은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었다. 일본의 좋은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고, 문제는 반면교사로 삼으면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정관광포럼'은 국내외 공정관광 선진사례 공유, 지역 맞춤형 적용 가능 시사점 도출 등 공정관광 활성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월례포럼은 공정관광포럼과 피스윈즈코리아가 매달 국내외 연사를 초청해 진행한다. 첫번째 월례포럼은 지난 1월 27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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