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 기부금법)’. 개인이 자기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에서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담은 법이다. 소멸해가는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 활발한 기부금 유치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제정됐다.

8월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공정관광포럼 제8회 월례포럼 '지역을 살리는 고향사랑 기부제, 관광 답례품을 중심으로'에서는 이미 이 제도가 '고향세'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무나가타 신 주식회사 트러스트뱅크 홍보부 부장이 일본 고향세 사례를 발표 중이다./사진=줌 화면 캡처
무나가타 신 주식회사 트러스트뱅크 홍보부 부장이 일본 고향세 사례를 발표 중이다./사진=줌 화면 캡처

지역 살리는 고향세의 순기능

이날 일본 사례 발제에 나선 무나가타 신 주식회사 트러스트뱅크 홍보부 부장은 “고향세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 지역 세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진학·취업하면서 다른 도시에 세금을 내는데, 이렇게 생긴 두 지역 간의 세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생긴 제도”라고 소개했다. 트러스트뱅크는 고향세(일본 명칭: 후루사토 납세) 원스톱 플랫폼 '후루사토 초이스'를 운영하며, 지역의 문제 해결과 재원 확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고향사랑 기부제와 유사한 고향세를 도입해 지난해 기준 한화 약 9조원 규모의 고향세 기금을 운용 중이다.

무나가타 부장은 가고시마 현 시부시 시에서 인기 답례품이 된 감자를 꼽았다. 그는 “시부시 시에서 구황작물 농사를 하던 농부가 있었는데, 무농약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는 이유로 지역에서 괴짜 취급을 받았다. 이를 알게 된 지자체 공무원이 그 농가의 농산물을 답례품 목록에 올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 상품은 인기를 끌었고, 이는 농부가 냉동 조리 상품까지 개발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무나가타 부장은 “지역에서는 호응받지 못해 생산을 그만두려던 농가가 고향세로 동기부여를 받았고, 이를 통해 지역에만 알려진 좋은 상품과 생산자가 기부자와 연결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활용해 순인구 증가를 이룬 지역 사례도 소개됐다.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가미시호로에서는 고향세로 모인 기부금을 육아지원을 위한 환경 정비에 썼다. 또, 기부자들에게 이주 체험 투어 상품을 제공해 가미시호로로의 이사를 유도했다. 그 결과 2014년 4884명이었던 인구가 5020명으로 늘었다. 무나가타 부장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어떤 마을의 인구 증가란 드문 일”이라고 부연했다.

단순 지역 특산품 구매와는 달라…도입 취지 잃지 말아야

얼핏 보면 소비자가 돈을 내고 특산품을 구매하는 일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과정과 취지 면에서 명확히 차이가 난다. 지자체가 미리 생산자들로부터 물건을 구매해놓고, 팔리지 않을 시 갖게 될 부담도 져준다. 또,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라는 걸 꼼꼼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지역에 온전히 그 혜택이나 수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무나가타 부장이 강조하는 고향세의 장점은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고향뿐 아니라 응원하고픈 지자체에 힘이 될 수 있다는 점 ▲지자체가 경쟁하며 국민에게 매력을 전달해 지역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일본에서는 고향세 답례품 경쟁이 생길 정도로 이렇게 확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제도 있다. 무나가타 부장은 “답례품이 인기를 끌다 보니 고향세와 답례품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고향세의 명확한 취지나 가치는 전달되지 않고, 물건을 받는 제도로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조인선 양구군 관광문화과 팀장./사진=줌 화면 캡처
조인선 양구군 관광문화과 팀장./사진=줌 화면 캡처

고향세 국내 정착 위해 ‘여행형 답례품’ 제안

이날 우리나라 측 발표자로는 최근 고향사랑기부제의 마케팅 연구를 진행한 양구군의 조인선 관광문화과 팀장이 나왔다. 그는 고향사랑기부제 확산을 위해 ‘관계인구’ 유입이 필요하다고 보며, 관계인구를 양구에 관심을 넘어 다른 지역 보다 우월적 애착이 형성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양구 인구는 올해 7월 기준 2만명을 간신히 넘는다. 자연 출생에 의한 인구 증가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 산업 구조상 정주 인구 유입 역시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관계인구라는 개념으로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자는 의미다.

그는 우리나라에 도입될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에 관해 “단순히 그 자리에서 소비하고 마는 농산물이나 상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관계인구를 만들 계기가 되는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양구 DMZ 공정여행, 커플·예비신혼부부 웨딩 촬영 서비스, 지역농산물 분양+농원 체험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조 팀장은 "유무형 상품에 스토리를 담아서 고향사랑 기부금제와 연결하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기부를 끌어와 관계인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 문제, 공동체 문제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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