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관광포럼 제7회 월례포럼이 27일 온라인(ZOOM 미팅)으로 진행됐다. ‘마을여행으로 생겨나는 지역의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공정여행 콘텐츠로 활용한 사례들이 다뤄졌다.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경기도 시흥시)의 김순영 이사와 (주)사계절공정여행(서울 성동구)의 백영화 대표가 발제에 나서 지역의 유무형 자산을 활용한 자사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김순영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 이사가 동네봄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순영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 이사가 동네봄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들만의 시각으로 여행 콘텐츠를 만든다

김순영 이사는 “기존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동네봄 만의 시각을 담은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며 동네봄의 시각을 강조했다. '사이'는 그런 동네봄의 시각이 담긴 여행 콘텐츠 중 하나다. 동네봄은 2018년 ‘사이’라는 키워드로 시흥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 이사는 “안산, 인천, 광명 등 주변 대도시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시흥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며 “사이를 드러내고 사이를 메우는 활동들로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동네봄은▲사이+예술여행(2018년) ▲사이공감 예술여행(2019년) ▲골목사이 스케치 여행 등 ‘사이’를 키워드로 한 여행상품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의 2019년 마을여행 프로그램 소개/출처=공정관광포럼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의 2019년 마을여행 프로그램 소개/출처=공정관광포럼

이 과정에서 지역의 인적자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동네봄은 지역의 작가들을 ▲골목사이 스케치 여행(2019년) ▲사이공감 예술여행(2020년) 등 여행 프로그램에 활용했다. 김 이사는 “지역의 예술가(작가)들과 꾸준히 협업해왔다”며 “순수예술가들은 생활예술로, 생활예술가들은 순수예술 쪽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눈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의 사례/출처=공정관광포럼
지역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눈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의 사례/출처=공정관광포럼

지역의 문제도 동네봄에게는 여행 콘텐츠가 됐다. 작년에 공개한 단막극 ‘게으른 쌀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으른 쌀공장은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사건이 불거졌던 경기도 시흥시의 괴림동을 배경을 한다. 동네봄은 이 사건을 지역 주민의 시각으로 살짝 비틀어 세상에 드러냈다. 김 이사는 “당시에 땅투기 사건으로 온 사회가 들썩였지만, 정작 주민들은 절대농지로 지정돼 고통을 받았었다”며 “예술가나 자본가의 시각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거주민의 입장에서 개발의 논리와 보전의 논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의 정체성부터 문제까지, '꺼리'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여행 콘텐츠화 시킨 동네봄은 작년에 ‘동네를 팝니다, Dig&Sale’이라는 브랜드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지역 자산을 발굴(Dig)해서 소비자에게 상품으로 제공(Sale)하겠다는 의미다. 올해는 ▲메타버스 활용 ▲지역 확대(파주) ▲굿즈 개발(청부 빚기) ▲지역 콘텐츠 개발(동네 문패) 등으로 해당 브랜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회적경제…골목에 있는 주민, 기업, 장인 만날 수 있어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회적경제를 여행상품으로 제안한 기업도 있었다. ‘세상을 다양한 가치로 여행하다’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주)사계절공정여행의 백영화 대표는 “(서울)성동구의 사회적경제를 일상에서 쉽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마을여행으로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계절공정여행의 마을공정여행 프로그램/출처=공정관광포럼
(주)사계절공정여행의 마을공정여행 프로그램/출처=공정관광포럼

‘여행으로 만나는 공정무역’은 사계절공정여행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공정무역 도시로 인증받은 서울 성동구에서 공정무역, 착한소비,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백 대표는 “골목 안에 있는 공정무역 업체들, 지역 생협과 연계된 업체들을 투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주)사계절공정여행의 마을여행 프로그램/출처=공정관광포럼
(주)사계절공정여행의 마을여행 프로그램/출처=공정관광포럼

동네 책방을 활용한 ‘책과 노니는 동네’도 눈에 띈다. 백 대표는 “책을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성동구에는) 뚝심있게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독립책방도 있고 타로(점)을 재밌게 이용해 그림책과 연계한 서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기능공에서 수제화 장인으로 변신한 성동구의 이야기도 여행상품으로 경험할 수 있다. ‘수제화&도시재생 투어’는 장인의 이야기를 듣고 수제화 제작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백 대표는 “수제화 장인분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성동구의) 구두공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기능공분들”이라며 “수제화&도시재생 투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두를 제작하는 수제화 장인들과 현대적인 트렌드를 원하는 청년 수제화 관계자들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성동구 사회적경제둘레길 ▲똑똑 청년예술가 투어 ▲성동야밤마실 등 지역 기업과 스토리 등을 활용한 사계절공정여행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개됐다.

지역 활동가 등 소득 증대・지역 주민들 참여 활성화 등 성과도 우수

이처럼 마을여행은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다보니 사업의 수익이 지역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한다. 김순영 이사는 ‘지역 활동가 소득 증대’를 동네봄의 성과로 짚어냈다. 김 이사는 “2021년에 당사가 창출한 지역 활동가・예술가・지역주민의 연 평균 소득은 54만3414원으로 전년도인 36만9612원보다 17만3801원 증가했다”며 “약 58명의 지역 활동가와 평균적으로 48개월간 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약 7000~8000만원 정도가 지역으로 흘러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이 창출한 성과, 지역 활동가 수입 증대/출처=공정관광포럼
협동조합 공정여행동네봄이 창출한 성과, 지역 활동가 수입 증대/출처=공정관광포럼

정성적 성과도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마을여행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지역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백 대표는 “공정무역축제를 열 때, 지역 주민들이 행사 안내자로 참여해주신다”며 “골목 기업들과 주민들이 연대해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도부터는 성동지역자활센터와 협력해오고 있다. 백 대표는 “내년부터 지역자활센터에 활동하고 계시는 24분과 중장년 1인 가구 여행 프로그램 ‘빛나는 쏠로’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 분들은 본인들이 1인 가구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여행 서비스 공급자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량적・정성적 성과에 힘입어 마을여행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사업 초기보다 마을여행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1089명의 여행자를 유치했던 사계절공정여행에는 2018년 2091명, 2019년 206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작년부터 다시 40건의 공정여행 투어를 운영하며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협동조합 동네봄의 활약 이후 경기도 시흥시의 마을여행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출처=공정관광포럼
협동조합 동네봄의 활약 이후 경기도 시흥시의 마을여행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출처=공정관광포럼

경기도 시흥시도 지역 내에서 마을여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 이사는 “시흥시 19개동 중에서 9개동에서 동네봄을 따라한 또는 더 큰 규모로 마을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며 “마을여행을 운영하는 단체가 1개 밖에 없었던 2014년과 비교해보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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