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상경(上京)하고 있습니다. 남아도 원하는 일자리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죠” - 양승훈 경남대 교수

청년 실업률은 지속해서 오르고 있고, 기업은 일자리 채용을 점차 줄이고 있다. 혹자는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 실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공들여온 시간이 아깝다고 반문한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가 21일, 서울 마포구 소재 정치발전소에서 자신의 책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가 21일, 서울 마포구 소재 정치발전소에서 자신의 책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양 교수는 “지역 청년 입장에서 지역에 남으면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고, 성장기회도 부족하다고 본다”면서 “많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앞다투어 대기업 유치경쟁을 벌이고, 중앙정부는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했다. 양승훈 교수는 단순히 공기업을 내려오게끔 하고,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운에 기대는 것에 가깝다”는 것. 

그는 지역내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광업·요식업 중심이 아니라 산학연 협업을 통해 ‘기술기반 창업기업’을 다수 육성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양 교수는 “지역 대표 유니콘기업들이 몇 개 생기면 지역 브랜드 가치 자체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동남권은 제조업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강조한다. 동남권(부울경) 메가시티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공동문제 해결 및 글로벌 도시 경쟁력제고를 위해 생활·경제·문화·행정 공동체를 형성해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생활하고 성장하는 초광역 단일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단 도정자문위원인 양 교수는 “각 지역이 개별적으로 지역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 부울경이 함께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부울경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광역 전철을 통해 학교-직장-집이 손쉽게 연결한다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학교내 취업담당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그는 과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동남권 지역을 청년 친화적이고 혁신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난 21일, 양승훈 교수를 만나 동남권 청년 일자리 문제 및 해결방안에 대해 들었다. 

아래는 양승훈 경남대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동남권의 청년 일자리 상황은 어떠한가?
동남권은 기본적으로 제조업 벨트다. 생산직, 생산관리 분야 일자리가 많다. 노동시장이 생산직 위주로 편성돼있는데, 지역 청년의 대학진학율은 70%가 넘는다. 일자리의 ‘구조적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다고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중화학공업 분야 일자리가 다수를 이루다 보니, 여성 정규직 일자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여성들은 주로 서비스직에 취업하는데, 영세사업장이 다수이다 보니 일자리 수 자체가 적고, 저임금 일자리가 주를 이룬다. 

문제는 과거에는 남편, 아버지가 혼자 벌면서 4인 가족을 부양하는, 이른바 ‘남성생계부양 경제’가 잘 돌아갔는데, 2010년대 자동차업·조선업 등이 휘청하고, 지역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이것도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양승훈 교수가 21일, 정치발전소에서 '교차로와 알바천국 사이에서'를 주제로 산업변화 속 지방청년의 노동경험과 진로선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출처=정치발전소 유튜브 캡처
양승훈 교수가 21일, 정치발전소에서 '교차로와 알바천국 사이에서'를 주제로 산업변화 속 지방청년의 노동경험과 진로선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출처=정치발전소 유튜브 캡처

Q.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상경(上京)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역 일자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지역 상황이 이러한데도 남았다고 가정해보자. 지역 기업에서 오래 일하면 임금이 인상될 수 있어야 하는데, 임금은 정체되고 회사 규모는 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역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해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임금인상 요인은 없으니 지역 청년들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워 상경하는 것이다. 결국 지역에 남겠다고 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혁신도시 공기업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시험에 능숙한 청년들은 대부분 지방국립대 출신인데, 지역 사립대를 졸업한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Q. 지역 청년 일자리 유출 문제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일단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지역별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줬으면 한다. 지역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진입시 임금기준이 최저임금이다. 지역별 주거비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재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으면 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지역내 혁신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창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요식업, 관광업 일변도 창업을 유도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기술기반 혁신기업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과 각종 산업, 연구기관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소를 각 지역으로 내려오게 하면 협업이 더욱 손쉬워질 것이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지역 대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특히 동남권은 제조업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기술기반 혁신기업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Q. 유망한 기업들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것이 지역 일자리 문제를 고착화시키도 한다고 진단했다. 강소기업을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2010년대 이후 수도권 규제를 야금야금 풀면서 비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를 다시금 옥죄는 방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지역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북상할 수 없도록 제약을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 번 푼 규제를 다시 옥죄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지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문제는 규제완화라는게 노동권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앞서 말했듯 지역내 기술기반 혁신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남권(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출처=경상남도청
동남권(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출처=경상남도청

Q. 동남권(부울경) 메가시티에 주목하고 있다.
동남권의 경우 부산, 울산, 경상남도 등이 개별적으로 지역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 부울경이 보유한 약점과 강점을 잘 모아 함께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은 부산에 많아 노동공급이 많고, 일자리는 경남과 울산에 많다. 이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메가시티 구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울경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도심에 살고싶어 하는 이유는 전철(메트로)때문이라고 본다. 메트로폴리스라는 말도 있지 않나. 광역 전철을 통해 학교-직장-집이 손쉽게 연결된다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날 이유가 없다. 메트로시티가 되면, 예를 들어 경상남도 창원 직장에서 퇴근하고, 바로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생활권을 연결함은 물론이고, 많은 노동자들의 자기계발 욕구도 광역 전철로 해결해줄 수 있다. 권역내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Q. 제조업 대기업들이 정규직 생산직 신규고용을 하지 않으면서 지역 일자리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노동자 임금이 비싸졌고, 노사갈등이 심화됐으며, 숙련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대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늘렸던 이유는 숙련노동자를 오랫동안 사업장에 잡아두기 위해서였다.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숙련을 중요하게 봤다. 이는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를 기점으로 많은 대기업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자동화설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차체 조립을 위해서는 한 달간 교육을 받아도 부족해 재교육을 수시로 받아야 했었는데, 지금은 3시간만 교육받으면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졌다. 그러니 정규직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Q.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의 비정규직을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업무능력이 뛰어나면 원청에서도 수시채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맞다. 공채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사회에서는 첫 직장에 안 좋은 꼬리표가 붙는다는 것이다. 하청업체에서 일을 시작하면 원청에서 일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등에서 노동자 숙련도 표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을 비롯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노동자 숙련 표준을 세워놨다. 자연스레 첫 직장에 대한 꼬리표도 없어졌다. 오로지 숙련도를 기반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내 이동이 보다 수월해지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새는 엔지니어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 생산직 노동자든 사무직 엔지니어든 모두 컴퓨터 기반의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조업 도시 근방 대학들이 생산직 노동자도 공학과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실제 직무교육과 연동된 평생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 직종에 진출하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예비교육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직무교육에 대한 강조가 중요하다. 

양승훈 교수가 2019년 발간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양 교수는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과 문화를 조명하고 조선산업이 추구해야할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출처=오월의봄
양승훈 교수가 2019년 발간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양 교수는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과 문화를 조명하고 조선산업이 추구해야할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출처=오월의봄

Q. 향후 계획은
지역을 청년 친화적이면서 혁신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 지역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성과를 지방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RIS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거제 조선산업에 대해 다룬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 이어 동남권 도시산업 2편격인 울산 산업을 다룬 책도 곧 나올 예정이다.

수도권에만 집중해서는 우리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 산업정책과 산업도시, 엔지니어에 대해 연구한 경험을 살려 지역경제를 위한 정책적 어젠다를 고민하고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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