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북경 행동강령 채택 25주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20주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 5주년 등을 맞이해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9월 3~4일 양일간 개최한다./사진제공=여가부 유튜브 화면 갈무리

북경 행동강령 채택 25주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20주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 5주년. 2020년은 전 세계 성평등 발전을 이끈 주요 이정표를 기념하는 해다. 국제사회는 강령·결의안·목표 등을 계기로 많은 성장을 이뤘으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올 상반기 닥친 코로나19는 여성이 처한 불평등과 취약성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과 여성·평화·안보 의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기 위해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Korea Gender Equality Forum·KGEF)’을 올해 처음 마련했다. 행사는 9월 첫째 주 성평등 주간을 맞아 9월 3일과 4일 양일간 온라인·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평등과 코로나19 위기’를 주제로 국내?외 정부기관, 시민사회, 학자, 청년 등이 모여 연대와 협력의 장을 이룬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 개최를 축하하며 행사의 의미와 정부의 역할을 소개했다./사진제공=여가부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해 갑작스럽게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 위기는 여성이 처한 불평등과 취약성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위기극복 과정의 주체가 되어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 또한 보여 주었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후퇴하지 않는 튼튼한 성평등 사회를 위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설계해 나가자”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 영상을 통해 “의료돌봄 종사자 70% 차지하는 여성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 역량을 발휘하고, 가정·학교·의료 현장 곳곳에서 방역과 돌봄의 주역으로 활약한 덕분에 K-방역이 성공했다”며 “그러나 세계 각국 여성들이 일자리 감소, 돌봄 부담, 폭력 증가라는 사회경제적 충격에 맞닥뜨렸다. 서로를 존중하고 일상에서 성평등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 역시 성평등 사회를 이루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1995년 북경 행동강령과 2000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은 국제사회에서 '성평등'에 관한 논의와 실천을 이끌어냈다./사진제공=여가부 유튜브 화면 갈무리

‘북경선언 및 행동강령’은 1995년 중국 북경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정부-비정부기구 사이 회의를 거쳐 합의한 여성의 역할과 권리가 담겼다. 빈곤·건강·폭력·무력분쟁·경제·의사결정·인권·환경 등 12개 주요 분야에서 성평등을 규정했다. 입법·정책·예산 등의 모든 과정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실천 전략으로 제시했고, 국제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저마다 노력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는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쟁과 분쟁 속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과 인권침해 등을 계기로 무력분쟁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문제를 종식하고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국제사회가 평화구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피해 예방 및 성주류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 세계 84개국이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수립해 실천 중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2015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글로벌 공동 추진 목표다. 17개 목표 중 ‘성평등’은 성평등 달성 및 여성과 소녀의 권익 신장을 주요하게 다룬다.

기타 센 인도 공공보건재단 석좌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여성의 권리가 곧 인권이며, 점점 커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인권과 성평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사진제공=여가부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기타 센(Gita Sen) 인도 공공보건재단 석좌교수가 화상 연결을 통해 ‘글로벌 성평등 의제의 성과와 새로운 위협’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센 교수는 “여성 권리를 북경강령 12개 분야 중 ‘인권’과 긴밀히 연결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시각에서 전반적으로 조망해야 한다”며 “두 가지 측면에서 보지 않는다면, 협소한 행동밖에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 교수는 “북경강령과 유엔 결의안 채택 이후 교육·보건 분야에서 가장 큰 성평등 성과를 거뒀다”며 “2000년 이후 90% 이상 초등 교육 수준을 달성하고, 모성 사망률이 40% 정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소녀들이 초등 이후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더디고, 연간 25만 명의 여성이 임신·출산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여성을 향한 폭력의 형태나 사건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센 교수는 △거시 경제적·정책적 환경의 개선 △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 △민족·인종·이주민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성평등 정책 △여성에 대한 폭력과 편견 해결 △여성 권리의 핵심인 인권 존중 등 5가지 요소를 잊지 말 것을 강조했다.

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향후 성평등 정책의 과제는 여성의 공적 영역으로 사회진출 뿐만 아니라 사회 재생산이라는 축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여가부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는 ‘한국 성평등 운동과 정책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이어갔다. 1995년 이후 한국에서는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여성부 출범, 여성인권 3법(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특별법) 제정, 군 위안부 문제 공식화, 성별 영향평가제도 도입, 호주제 폐지, 낙태죄 위헌 결정 등 다양한 성평등 성과를 이뤄냈다. 

민관협치로 여성 경험에 기반한 의제를 정책화하는 경험을 통해 여성 전문가와 활동가의 역량이 높아지고, 여성들의 정치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국회나 안보·평화 분야에서의 여성 대표성, 성별 임금격차, 미투 운동 및 디지털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 등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했다.

김 교수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여성주의 담론과 해결책 모색을 위한 거버넌스 재구축이 필요하다”며 “기존 성장·발전 중심, 승자독식의 파괴적 자본주의에서 공존과 상생을 중심으로 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주변적 가치였던 돌봄·보살핌의 가치를 주요한 의제로 삼고, 공적 규범화를 해야 할 때”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 세션 1~2에서는 ‘북경 행동강령,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과 새로운 세대’를 주제로 국내?외 정부기관, 시민사회, 학자, 청년 등이 의견을 나눈다./사진제공=여성가족부

이날 오후 진행되는 세션1 ‘북경 행동강령 채택 25주년과 새로운 세대’에서는 그간의 성과와 의미를 살펴보고 도전과제를 함께 논의한다. 세션2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20주년과 새로운 세대’에서는 여성·평화·안보와 관련한 국제 및 한국 사회의 노력과 성과를 재조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한다. 세션3 ‘여성과 팬데믹Ⅰ: 팬데믹과 여성의 삶’에서는 코로나19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오는 4일 2일 차에서는 ‘여성과 팬데믹Ⅱ: 팬데믹 이후의 변화’를 주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 변화 속에도 지속가능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후 종합토론과 폐회식등을 거쳐 행사를 마무리한다.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은 홈페이지여성가족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구나 생중계로 시청 및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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