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순 대표(왼쪽에서 3번째)와 마을무지개 직원들./출처=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왼쪽에서 3번째)와 마을무지개 직원들./출처=마을무지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려면 결혼이주민의 일자리 정책부터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요” - 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

전명순 대표가 마을무지개를 설립한 건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 욕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부터 지역 도서관 내 한국어교실에서 일했다. 결혼이주여성과 교류가 잦아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일하고 싶어요.” 친해진 이주 여성 대부분이 그렇게 말했다.

단지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하려는 게 아니었다.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목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자립의지를 제고하는 취지의 지원은 적었다. 시혜적·일시적인 지원이 대다수였다. 전 대표는 “2010년대 초반까지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하는 제도는 드물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이 있어도 돌봄·양육 등 가사노동에 치우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건 나를 발견하고 싶어서였다. 전 대표는 “결혼이주여성은 사회 속에서 ‘나’를 감각할 일이 없다. 가족 내 역할로서만 존재한다”고 했다.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문화 강사’로 초빙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대표는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도서관에 제안했다. 한 번에 받아들여졌다.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았다. 나중에는 인근 학교로 출장을 나갈 수준이었다. 이후 결혼이주여성을 방과후 강사로 육성하는 사업체를 꾸렸다. 그게 ‘마을무지개’였다. 

한계가 있었다. 방과 후 강사다보니 고정수입이 보장되지 않았다. 방학 때는 수입이 없었다. 학교가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아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전 대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사 파견에서 케이터링으로 확대

공유 사무실에 모여 밥을 먹을 때였다. 직원들은 나라별 특식을 도시락으로 가져왔다. 다른 회사 직원에게도 나눠줬는데 유난히 좋아했다. ‘파는 음식이냐’고 물어보는 이도 있었다. 그게 계기였다. “이걸 팔아보자는 결심이 들었다” 전 대표는 그 당시가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의 분기점이라고 회상했다. 

곧바로 은평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메뉴를 개발하고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올린 수익은 15만원이었다. 전 대표는 “적은 수입이고 어설픈 시도였는데, 다들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즐거움의 이유는 일할 기회가 새로 생겨서였다. “일은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거잖아요. 그래서라고 생각합니다” 전 대표가 말했다. 

음식만 배달하지 않았다. 음식을 조리한 사람이 전통의상을 입고 현장으로 찾아가 거기 서린 문화를 설명했다. 관계가 생기고 단골 손님도 확보했다.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직원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마을무지개의 케이터링 메뉴 중 하나인 '분보싸오 세트'/출처=마을무지개.
마을무지개의 케이터링 메뉴 중 하나인 '분보싸오 세트'/출처=마을무지개.

시행착오도 겪었다. 초창기에는 제대로된 조리시설이 없었다. 공유 사무실 내 인덕션 하나로 20~30인분 되는 물량을 만들어야 했다.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전 대표는 “사업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 당시가 2016년이었다. 효성기업과 수출입은행의 다문화사업에 응모·선정돼 지원금을 받고 식당을 열었다. 그렇게 지금의 마을무지개에 이르렀다.

마을무지개의 현재 사업모델은 도시락·케이터링 공급, 방과후 강사 파견 등이다. 주 수입원은 도시락 및 케이터링이다. 2012년 마을기업 인증을 받았고 2017년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사우수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고용인원은 10명이다. 전 대표는 “코로나19로 운영이 잠깐 어려웠는데 금방 도시락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서 전년도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주민에 대한 편견 보며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 들어”

선주민에게 표현되지 않는 말과 행동이 이주민에게는 쉽게 격발된다. 전 대표는 “냄새날 것 같다는 말을 듣거나 불편한 시선에 노출되는 일을 경험하는 직원이 여전히 많다”고 답했다. 이주민을 안전망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한국사회의 ‘선 긋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주민은 하루 11시간씩 노동하는데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고, 재난지원금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도움을 받을 권리에서조차 배제된다. 

“이주민 차별은 이주민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부가 다문화 사회를 선언한게 2006년이다. 그 사이 다문화가정은 더 많아졌다. 이제는 그 2세들이 자라는 때다. 전 대표는 “선언말고 구체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선주민과 이주민의 간극을 메워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무지개부터 본보기가 되겠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규모를 더 키워 지점을 늘리고 싶다. 고용인원을 확대하는 것 역시 목표다. 시스템을 갖춘 ‘이주민 회사’가 늘어나면 편견 역시 개선될 것이다. 마을무지개가 그런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마을무지개 종업원 일동./출처=마을무지개.
마을무지개 종업원 일동./출처=마을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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