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소비와 관련해 중요한 말을 남겼다. 반드시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 삶의 원칙 중에 마지막으로 꼽은 것이 "구매해야 할 것을 볼 때는 먼저 정의와 윤리를 생각하라"(見得思義)는 것이다. 

말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좋은 이념으로 세상이 바뀐 경우는 없다. 오직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삶의 태도 중에서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소비하는 태도, 즉 소비 습관이다. 율곡의 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선생이 말하길 '사람의 마음 가운데 악한 생각은 금방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제압하기 쉬우나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생각은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몰아내기 어렵다'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 그렇다." 

자신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도둑놈에게 갖다 바치면 도둑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돈은 권력이다. 내가 가진 실질적 주권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은 내 돈이라는 주권의 행사를 올바로 행사할 때 가능하다.

거래를 공정하게 하고 소비를 윤리적으로 하지 않는 한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유럽의 민주주의는 그 토대에 사회적경제가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역진하지 않는 거다. 

공정무역은 일반시장의 유통에 들어가기가 참 어렵다. 공정무역을 키운 것은 윤리적인 소비자들의 지지와 소비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구매는 투표다"의 저자 로르 웨리델은 이렇게 말했다.

"종종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지요.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이런 질문을 해야겠지요. '우리는 돈으로 무얼 하는가?' 소비를 하잖아요. 선거는 4년마다 한 번 하지만 소비는 매일 하지요. 그러니 어떻게 환경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도록 경제를 움직일 수 있을까를 질문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돈의 소비 방향을 알아야 합니다. 구매는 투표입니다. 내가 사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선택은 정치적 선택이죠. 구매력으로 투표권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와는 달라요. 하지만 건강한 시민으로 행동 가능한 또 다른 투표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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