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사회적경제 박람회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경주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해 가족, 친구, 동료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회적경제인들이 협업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실용의 장이기도 했다. <이로운넷>이 ▲사회서비스 ▲판로개척 ▲소셜문화관광 등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번 박람회를 돌아본다.

“지자체나 중간지원조직은 공무원 내지는 준공무원이잖아요. 우리만큼 절박하진 않죠. 결국 판로개척은 당사자 기업들이 뭉쳐서 나서는 게 제일 좋아요”

지난 5월, 최영준 충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당사자 기업들이 모여 만든 판로지원 기관, 협동조합형 소셜벤더(이하 상사 조직)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판로개척은 결국 당사자 기업들의 몫이며 그들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연대를 체계화하고 공고히 해서 정책 한계 보완하자!

8일 경주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열린 2022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활성화 포럼
8일 경주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열린 2022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활성화 포럼

그로부터 2달 뒤,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는 이런 흐름이 조금 더 구체화됐다. 박람회 첫날인 8일, '2022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활성화 포럼'에는 상사 조직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당사자 조직 등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해 민간이 주도하는 판로개척의 구체적 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그간 판로지원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법으로 민간의 주도권을 강조했다. 다만 개별 기업 단위의 노력보다는 당자자 조직들 간의 연대를 통해 돌파할 것을 제안했다.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 상임대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판로지원 사업 및 생태계 육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체감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지역 및 기업 간 격차였다. 김종완 가치키움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지역 간 양극화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됐는데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며 “공공기관이 잘하는 기업을 찾다보면 다 서울에 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간 격차도 지적했다. 그는 “판로 지원 사업을 4년 해보니, 어느 순간 공공기관이 우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개별 기업을 만난다”며 “이렇게 되면 기존에 진출한 기업만 계속 진출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고 상임대표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지역 내의 주민과 기업들의 연대와 협력, 그리고 조정을 통해 판로 지원의 혜택이 공정하게 배분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대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공고히해서 민간이 판로 개척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사자 조직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전국의 주요 상사조직들이 모여 판로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8일,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서'에 사인하는 임영락 전국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네트워크 대표(왼쪽)과 고진석 한국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회장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서'에 사인하는 임영락 전국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네트워크 대표(왼쪽)과 고진석 한국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회장

이를 계기로 ▲사회적협동조합 제주종합상사(제주)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대구) ▲경상북도사회적기업종합상사 협동조합(경북) ▲사회적협동조합 더불업(울산) ▲가치키움 사회적협동조합(광주) ▲강원곳간 사회적협동조합(강원) ▲(사)충남사회경제연대(충남) ▲전남상사 사회적협동조합(전남)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대전・세종)등 9개 상사 조직이 모인 ‘전국사회적경제판로지원네트워크’는 향후 한기협과 판로 지원법과 판로지원 확대를 위한 민간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두 기관은 △사회적기업 판로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 △판로지원 기관(상사조직)들의 기능 및 역할 강화 △전국 네트워크 유기적 조직 △사회적경제 판로지원법 제정 등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공공기관 매칭에도 기업들 입장 반영돼야”

당사자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은 비단 협약식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날 기획재정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공공기관 구매상담회’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발견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주)할리케이의 김현정 대표는 “구매 기관의 니즈를 알게 되고 구매 담당자들의 연락처를 받은 건 설명회의 소득”이라면서도 “다만, 공공기관을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차원에서 관심이 있는 업체들이 있었음에도 연결되지 못해 안타까웠다는 설명이다.

8일 열린 제4회 사회적경제 박람회 공공기관 구매상담회 현장
8일 열린 제4회 사회적경제 박람회 공공기관 구매상담회 현장

막상 매칭이 됐지만, 지역이 너무 멀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나무와달의 김지혜 대표는 “회사 소재지가 광주인데 울산에 위치한 한국동서발전(주)과 매칭이 됐다”며 “울산에 있는 공공기관이 인쇄물을 구입하러 광주까지 온다는 게 효율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고 말하며 지역을 넘어서는 구매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늘 설명회를 지켜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이현진 대리는 “설명회의 가장 큰 목적은 만남의 접점이 없었던 사회적경제기업과 공공기관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다면서도 “지역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다음에는 지역이나 기업의 호감도등을 고려해서 매칭을 해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은 여전히 중요한 구매상대…사회적경제기업과 협력 방안 모색하고 손 내밀어야

민간이 주도하는 흐름으로 가더라도 공공기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당장 사회적기업 우선구매에서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43%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못지 않게 공공기관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협력의 손길을 내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공단)의 사례가 소개됐다. 공단은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경상북도사회적기업종합상사 협동조합(이하 경북종합상사)와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했다.

협력이익공유제란 공공기관과 공공기관의 협력사가 목표를 설정한 후, 협력사가 목표를 달성하면 공공기관이 협력 이익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총괄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 설명하는 김윤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동반성장팀 차장/출처=경상북도 사회적기업종합상사 협동조합
협력이익공유제 설명하는 김윤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동반성장팀 차장/출처=경상북도 사회적기업종합상사 협동조합

▲협력사업형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 등 총 3가지가 있는데, 공단은 경북종합상사에게 인센티브형 협력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목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에 경북 지역 중소기업 100개사에 안심콜(시설별 고유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 출입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면 기존 사업비용에 인센티브를 추가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협력이익을 나눴지만 공단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동반성장팀 차장은 “경북종합상사 사례를 포함해 다른 사업들을 종합해보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센티브를 적용하니 소통도 잘되고 결과물이 더 만족스럽다는 의견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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