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지난 12월 6일 시사저널에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단독 입수’라는 이름을 걸고 보도되었다. 시민단체가 서울시에서 빌린 돈으로 30억원의 빌딩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서울시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부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 빌딩을 매입했다는 해빗투게더의 말을 들어 보면 사실이 아니다. 우선 서울시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을 보증해 주는 일은 한다. 즉 서울시는 자신의 정책에 부합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라고 보증을 해주고, 금융기관은 이를 믿고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두번째로 해빗투게더는 흔히 생각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다. 300명의 조합원들이 조합비를 내고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영리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자산화 정책은 시사저널의 기사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응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공공이건 민간이건 특정 지역을 개발하거나 재생을 하면 그 지역의 자산가치가 상승하게 되면서 건물주들이 세입자나 원주민을 내쫓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이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 시민자산화 정책이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비영리기관이 자산을 취득하여, 특정 지역의 앵커시설이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또는 지역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로컬리즘액트(Localism Act)라는 법률도 있다. 이 법은 주민이나 시민단체가 원하는 건물이나, 보존할 필요가 있거나 의미 있는 건물이 있으면 6개월간 협의를 거쳐 시민단체나 주민이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는 것 뿐 아니라 임대를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베를린의 경우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단체들이 베를린시와의 협의를 거쳐 저렴한 비용으로 60년 혹은 100년씩 임대를 받아 공간을 운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오래되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옛 모습의 공간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문화적으로 도시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서울시와 시사저널이 문제를 삼은 해빗투게더의 운영 과정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지난 7월 보도에서 다음과 같이 자세히 전하고 있다.

“날마다 치솟는 임차료를 견디지 못하고 마포 이곳저곳을 떠돌던 주민들이 어느 날 한자리에 모여 ‘우리가 건물주가 되자’는 맹세를 한다. 조금씩 돈을 내서 건물을 사버리자는 계획을 세우고 조합을 세웠다. 건물을 사유(私有)하지 않고 공유(共有)하겠다는 해빗투게더의 약속에 시민 303명과 단체 39곳이 힘을 보탰다. 2020년 11월 27일. 잔금을 치르고 건물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날이다. 건물에는 ‘모두의 놀이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마포 주민들의 활동을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보증’을 해주고 금융권은 이를 믿고 대출을 해 준 것이다.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것이다. 서울시와 시사저널은 ‘서울시가 돈을 빌려 주어 시민단체가 부정하게 자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과 관이 만들어 낸 좋은 사례’를 부정한 일을 한 사례로 둔갑시켰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그것도 불과 몇달전까지 자신의 행정방침으로 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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