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월곶에서 소셜벤처 '빌드'를 방문했다. 지자체에서 관광지로 개발하려 했지만 실패해 인근 상가 공실률이 35%가 넘는 월곶 해안가. 우영승 대표는 그곳에서 식당, 농수산물직거래매장, 카페, 키즈카페 등 매장 4개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오랫동안 발길이 끊어졌던 곳이 지금은 월 평균 방문 인원 6000~7000명을 자랑한다. '이 사람, 잘 하면 지역유지가 되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그는 "회사 이익을 주민들에게 돈으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은 이렇다.

"수요가 많아지면 땅값이든 회사 가치든 오를 수밖에 없죠.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문제는 그 상승분을 누가 갖느냐예요. 저는 가치를 높인 생산자들과 실제 구매를 한 소비자들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중심 사업이라면 지역 주민들에 이익이 돌아가야죠."

이 철학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시민자산화'다. 시민자산화, 지역자산화는 말 그대로 시민의, 지역의 자산이 되게 하는 거다. 빌드는 이달 말 매장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시민주주를 모집하며, 시민주주와 임직원의 보유 주식 비율을 30%에서 5년 후 60%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직은 시범으로 법인 운영권만이 대상이지만, 향후 부동산까지 시민자산화 할 계획이다.

빌드가 신규 법인을 설립해 시민자산화를 추진하는 식당 '바오스앤밥스.' 사진=빌드

‘루트에너지’도 비슷한 사례다. 자체 개발한 펀딩 플랫폼으로 2017년 발전용량 1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 건설을 위한 펀딩 상품을 만들어 모집했다. 총 사업비 1억8천만원 전액을 양천 지역 주민과 시민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조달했다. 총 65명의 투자자들이 1인당 평균 277만원을 투자해 함께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고, 1년간 약 23만원의 수익을 가져갔다.

사람들은 '낮은 위험, 높은 수익(Low Risk, High Return)'인 부동산 부자를 꿈꾸며 직접 살지도 않을 곳에 땅과 건물을 산다.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익이 생기더라도, 이는 투자자의 주머니로 들어가 다른 곳에서 쓰인다. 실제 노동과 구매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한 건 당사자와 주민들이다. 이들에게 공이 돌아가도록 하는 ‘시민자산화’가 당연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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