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간을 꿈꾸다 :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간을 꿈꾸다 :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 이로운넷=서은수 청년기자(8기), 박미리 기자
  • 승인 2020.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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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민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이사 “함께 소유하고 마음껏 운영합시다.”

경리단길, 망리단길, 연트럴파크…. 도심 내 땅값이 올라 원래 그곳에서 생활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급격히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이 애써 일군 공간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된다.

시민자산화 협동조합 해빗투게더(이사장 김성섭)는 2018년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설립됐다. 지역 자산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함으로써 ‘쫓겨나지 않는’ 오롯한 시민의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해빗투게더의 박영민 이사는 “함께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TF 런던 연수(가운데 박영민 이사)/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Q.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2016년 제가 상무이사인 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이 첫 번째 공간에서 임대료 문제를 겪었습니다. ‘나무그늘’은 마을축제, 동호회, 생활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의 거점이었습니다. 공동체가 탄생하고 활동하려면 공간이 꼭 필요한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5년마다 쫓겨난다면 무엇도 지속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유 공간에 대한 상상을 그때부터 시작했습니다. 해빗투게더는 삼십육쩜육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과 우리동네나무그늘 3개 조합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문제를 겪어왔고 같이 힘을 모으면 좋을만한 두 곳에 연대를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주셔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현재 5개 단체, 총 92명으로 이뤄진 조합입니다.

‘시민 건물주’라면 바꿀 수 있다

Q. 시민 자산화를 쉽게 설명한다면?

다수의 시민이 ‘공동 건물주’가 되는 개념입니다. 시민이 스스로 돈을 모아 건물을 공동으로 소유합니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 강제퇴거 등 다양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운영도 시민들이 직접 합니다. 물건 선정 및 매입부터 공간 운영 방안까지 의사결정권이 있는 주체로서 함께 공간을 만들어갑니다.

Q. 출자에 참여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건가요?

출자자 포함 모든 주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대신 출자자에게는 ‘히트코인’ 이라는 멤버십을 줍니다. 멤버십을 가진 조합원은 공간에서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출자금액 비례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보다 중요한 건 조합원의 권리로 공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히트코인’ 설명/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히트코인’ 설명/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코로나19 예상 못한 어려움… 그래도 한 걸음씩

Q. 출자금 확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지금까지 단체와 조합원 출자를 통해 6천여만 원을 확보했고 5월부터 크라우드 펀딩으로 4천만 원을 추가로 모을 계획입니다. 특정 집단 내 몇몇이 아닌, 다수 시민이 자산화를 위해 이 정도 금액을 모금한 사례는 없습니다. 펀딩을 앞두고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시민 자산화가 확산되는 데 기점이 될 것 같아 부담도 크고 기대도 됩니다. 지치지 않고 한 발씩 나아가려 합니다.

Q. 코로나19가 조합 활동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해빗투게더를 만든 3개 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어려움이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소득과 자산이 줄어든 지역 동료 시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선뜻 출자금을 내기 어려울 거란 부담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지역사회는 연결과 연대의 힘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모색해야 합니다. 어떤 위기에도 시민의 삶에 든든한 지반이 돼줄 공동 소유 공간은 코로나19 이후에도 필요할 것입니다.

주인이 바뀌면, 공간도 달라진다

Q. 해빗투게더의 공용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카페, 식당 등이 있는 열린 공간과 해빗투게더를 비롯한 주요 입주단체, 그 외의 다양한 개인을 위한 공동 작업공간을 구상 중입니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상시로 여는 ‘복합문화예술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주인이 바뀌면 공간도 바뀐다고 하죠. 주거나 일터를 넘어 다양한 문화적 열망을 채워주는 지역의 ‘문화생산기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첫 자산화 공간 이름을 모두의 놀이터 ‘모놀’이라고 붙인 이유입니다.

‘모놀’공간 소개/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모놀’공간 소개/사진=해빗투게더협동조합

Q. 해빗투게더가 꿈꾸는 사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부동산 문제는 앞으로 계속 겪을 모두의 문제입니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부동산을 시민의 공동소유로 이전, 전환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해빗투게더는 그 시작이 되고 싶습니다.

해빗투게더는 하반기까지 모금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적 금융에 대한 기획과 준비를 마쳐 올해 안에 목적 물건 계약에 도전하려 합니다. 부동산의 벽을 넘어 시민이 자산의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려는 행보를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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