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생협)은 지구와 사회, 개인의 유기적인 순환을 위해 친환경 유기농 제품 유통, 쓰레기 저감, 자원의 재활용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강조되면서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실행하는 중이다. <이로운넷>이 생활에서 환경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생협의 고민을 들어본다.

지난해 4월, 한살림연합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10월에는 한살림연합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①기후위기 대응을 한살림 전체 조직의 공동실천 의제로 채택하고 ②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한살림의 공동 실천 목표로 설정하고 ③한살림 전 조직의 2021년 사업계획에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 의지는 조직개편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 내 기후위기대응팀이 생겼다. 신설된 기후위기대응팀을 이끄는 김태열 팀장은 2004년 한살림 서울 생협에 입사해 기획부·조직지원부에서 일하고, 홍보기획팀장을 거쳐 한살림연합 정책기획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3월 17일 서울 강남구 한살림연합 서울사무소에서 김 팀장을 만나 한살림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 총괄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김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

김태열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 기후위기대응팀장.
김태열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 기후위기대응팀장.

Q. 올해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 내 ‘기후위기대응팀’이 새로 꾸려졌다.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조직화, 가시화하려는 취지다. 조직 차원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동안 한살림 자체적으로도 경각심을 갖고 포장재 개선, 되살림 운동, 햇빛발전 등을 이어왔다. 한살림 내부에서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없었다. 산재한 환경 업무를 하나로 꿰어야 한다는 조직 내 요구가 있었다.

Q. 팀을 좀 더 소개해 달라. 정확히 무슨 일을 하나.

온실가스 감축, 자원순환 강화, 생활실천 캠페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원 관리 목록’을 구축한다. 업계 용어로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다. 온실가스를 어디에서 얼마만큼 배출하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연료부터 각종 냉매까지. 대기로 확산했을 때 온실가스가 되는 것 말이다. 각 요소를 파악하고, 줄여나가고, 관리하는 게 골자다.

지금 하는 공급상자·병 재사용, 우유갑·멸균팩 되살림 활동을 규모화·체계화해 자원순환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 병 재사용 같은 경우 다른 생협과 함께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금은 한살림 안에서만 유리병이 돌고 있는데, 다른 생협과 병 모양을 통일해서 같이 쓸 수 있다. 소주병처럼 말이다. 한살림 자본만으로는 할 수 없으니 연대가 필요하다.

생활실천캠페인은 옷되살림 운동, 조합원과 내부관계자 기후위기 인식개선 활동,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탈핵 연대활동 등이 있다. 콘텐츠를 생산해 SNS, 홈페이지 등 각종 채널로 내보낼 생각이다.

구성원은 나까지 3명이다. 이세준 차장은 자원순환을, 정서윤 과장은 생활실천 캠페인과 기후위기 대응 인식개선 활동을 담당한다. 이 차장은 나와 같이 정책기획팀 소속이었는데, 자원순환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다. 정 과장은 홍보팀에서 일하며 웹과 SNS 운영 등 대중을 대하는 감각을 익혔다.

 이세준 차장, 김태열 팀장, 정서윤 과장.(왼쪽부터) 한살림연합 기후위기대응팀 구성원이다.
이세준 차장, 김태열 팀장, 정서윤 과장.(왼쪽부터) 한살림연합 기후위기대응팀 구성원이다.

Q.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다니, 어마어마한 작업 같다. 지금 어느 정도 단계까지 와있나?

전국 234개 매장을 모두 조사하는 중이다. 매장들이 소속된 23개 회원생협들로부터 자료를 받는다. 작년과 재작년 전력, 연료 배출량 등을 모두 엑셀로 정리 중이다. 이렇게 전수 조사를 하는 게 처음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온실가스 배출원과 배출량 조사를 3월까지 마쳤고, 4월 중 관리 목록 구축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목록 구축 방법에 대해서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장기적으로 감축할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2차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Q.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사용하는 연료와 전기를 줄여야 한다. 한살림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꼭 해야 하는 실천이라 생각하는 게 있다면.

두 가지를 꼽겠다. 일단 내연기관차 자체를 줄여야 한다. 운반용 화물차부터 업무용 승합차까지. 전국 23개 회원생협이 제품 운반을 위한 트럭을 갖고 있다. 서울에만 몇십대가 있을 거다. 이 차들이 수명을 다하면 수소차로 바꾸는 시도부터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매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에너지 사용 절감이다. 식품을 보관하는 냉동·냉장기기가 많은데, 적은 에너지로 같은 보온 효과를 내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에어컨 실외기도 고효율로 바꿔야 한다.

한살림연합 서울사무소 1층에 마련된 옷되살림함. 안 입는 옷을 가져와 넣으면 중고의류 판매상이나 회원생협 바자회에서 판다. 모인 수익금은 해외 빈곤아동 교육지원 및 국내 이웃 돌봄에 쓰인다.
한살림연합 서울사무소 1층에 마련된 옷되살림함. 안 입는 옷을 가져와 넣으면 중고의류 판매상이나 회원생협 바자회에서 판다. 모인 수익금은 해외 빈곤아동 교육지원 및 국내 이웃 돌봄에 쓰인다.

Q. 올해 구상 중인 포럼이나 캠페인이 있나.

4월부터 ‘남.음.제로 캠페인’을 시작한다. “남은 음식 제로(0)”를 뜻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말자는 의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만드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한다. 4월부터 6월까지는 ‘재료를 적정량으로 사용하여, 낭비 없는 요리하기’를 주제로, 9월부터 10월은 ‘남은 음식물을 자원화하기’를 주제로 실시한다. 전국 회원조직별로 릴레이 약속 영상 취합, 온라인 모임 운영,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폐기되는 음식재료 활용 나눔행사, 못난이 음식재료 및 유통기한 임박 물품 인식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한다. 참여를 약속하는 온라인 페이지를 연다. 조합원 3만명이 참여하게 하는 게 목표다.

정책토론회도 계획 중이다. 한살림이 ‘2050 넷제로’를 선언했는데, 그 로드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생산 부문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안을 이야기하는 정책토론회도 필요하다.

Q. 한살림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효과를 내려면 조합원들의 동참이 있어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기후위기로 인한 온도 상승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지 않도록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식생활, 대중교통 우선 이용,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 수도·전기 사용량을 수치로 확인하고 줄여나가기 등 생활 곳곳에서 할 수 있다.

다만 기준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선을 긋거나 압박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살림의 틀이 만들어진 게 35년인데, 온 만큼 더 가야 한다.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말고 할 수 있게끔 돕자는 게 우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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