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협동조합은 시민들이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공동체다. 주로 접근하기 쉬운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만든다. 시민들은 조합원으로 가입해 출자금을 내고 태양광 모듈을 구입한다. 태양광 모듈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조합을 통해 한국전력에 판매된다. 그리고 그 수익금은 조합원들에게 배당된다. 시민들이 조합원으로서 전기에너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2020년. 11번째 햇빛발전소 건립을 준비하고 있던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한살림햇빛)은 경기도 여주시 금당리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에너지전환 교육에 나섰다. 에너지전환 교육을 통해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 이를 조합원 모집 확대로 연결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한살림햇빛은 곧장 ‘여주 한살림농업회사법인 햇빛발전소 준공을 위한 조합원 모집 및 에너지전환 교육’이라는 이름의 사업을 띄우고 조합원 모집을 개시했다. 이 때 ‘햇빛저금통 만들기’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다. 주민들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한 후 햇빛저금통 키트를 나눠주면 지역주민들이 동영상을 보면서 햇빛저금통을 만들어냈다.

햇빛저금통 만들기/출처=한살림햇빛발전 협동조합
햇빛저금통 만들기/출처=한살림햇빛발전 협동조합

총 6차례에 걸친 홍보와 교육 끝에 58명의 조합원들을 추가모집 했고 약 7600만원의 출자금이 모였다. 한살림햇빛은 이 돈을 보태 한살림농업회사법인 옥상에 420W짜리 모듈 238장을 설치했고 100kW 용량의 전력생산 규모를 갖춰냈다.

에너지전환 교육 병행해 지역주민 참여 이끌어내

사실 여주 한살림농업회사법인 햇빛발전소 설립 과정은 그동안 한살림햇빛이 추진해 온 방식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2013년 설립된 한살림햇빛은 그동안 주로 한살림 소속 생산자들의 생산시설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왔다. 조합원 구성도 한살림생협의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주를 이뤘다.

친환경 에너지로 널리 알려진 태양광 발전이지만 막상 설치를 하려고 들면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곤 한다. ‘빛 반사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 ‘소들이 전자파 때문에 병에 걸린다’ 등 햇빛발전소에 대한 반대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다. 안전성 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긴 쉽지 않다.

11번째 햇빛발전소 설치부지가 여전히 한살림 생산시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갑자기 100% 지역주민 참여형 모델로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참여는 늘리는건 여전히 중요했다. 한살림햇빛은 고민 끝에 에너지전환 교육을 병행하면서 조합원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조경은 한살림햇빛 사무국장(이하 조 국장)은 “한 분 한 분한테 왜 재생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중에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왜 선택했는지 등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드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괜찮았다.

여주 한살림농업회사법인 햇빛발전소 조합원 모집/출처=한살림햇빛발전 협동조합
여주 한살림농업회사법인 햇빛발전소 조합원 모집/출처=한살림햇빛발전 협동조합

에너지협동조합...‘에너지 시민’을 조직하는 힘

실제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강조하는 전문가들 중 일부는 협동조합이 햇빛발전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지역주민들을 에너지 공동체의 주체로 대우해주고 그들의 우려를 관계당국과 조합에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면, 햇빛발전소와 주민 간의 갈등 중 상당수가 해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국장 또한 협동조합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 협동조합을 운영하다보면 ‘해야 하는 일’들이 좀 많습니다. 총회도 하고 이사회도 열어야 하죠. 시민교육도 해야 하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사업들도 해야 합니다. 회계적⋅시간적 비용이 듭니다. 근데 그렇게 하다보면 조합원들도 변합니다. 조합원들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에너지 절약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죠. ‘에너지 소비자’에 머물던 조합원들이 ‘에너지 시민’으로 활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햇빛발전 확대부터 에너지 절약까지...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수 있는 일들

한살림햇빛은 햇빛발전소 운영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 개개인이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직접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태양광 지원사업도 펼쳤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미니태양광(325W)을, 단독주택 지붕에는 주택용 태양광(3kW) 설치를 지원해줬다. 이 밖에도 ‘건물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건물 옥상과 창고에도 태양광 모듈 설치를 지원해줬다. 설치비용은 국가와 지자체 등이 나누어 최대 80%까지 지원해줬다.

조경은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사진=정재훈 인턴기자
조경은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사진=정재훈 인턴기자

“넷제로(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감축하는 온실가스 양을 합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당 5k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걸 다 햇빛발전소에서 공급받는다?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햇빛발전 확대를 위해 부지확보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요. 그럼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햇빛발전소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지 않나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자가발전용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기업들은 풍력발전 설치에 나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잘 써야 합니다. 입지 않는 옷, 재활용품 다 모아 기부해서 불필요한 전력 사용량 줄여야 합니다. 이처럼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에너지 대전환 운동’이 필요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게 조 국장의 지론이다.

이에 한살림햇빛은 지난해 11월, 에너지전환 교육전문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이로운햇빛을 창립했다. 햇빛발전을 넘어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일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다.

조 국장은 “이로운햇빛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속가능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지향한다"며 "에너지자립교육,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과 함께 에너지전환 공유와 실천 등 세 가지 과제에 집중하고 지역 그린리더 양성, 시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 건립, 에너지취약계층 지원사업 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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