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액터스(ENACTUS: Entrepreneurial. Action. Us.)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 정신 실천 공동체입니다. 2004년 인액터스 코리아 출범 이후 전국 약 30개 대학에 지부가 있으며, 누적 회원 5000여 명을 배출했습니다. 인액터스는 대학생들이 지도교수, 기업인 등과 함께 경제 개념을 적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각 대학의 인액터스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확인하세요.

‘싸라기’는 부스러진 쌀알을 뜻하는 말이다. 앞에 ‘금(金)’ 자를 붙이면 아주 드물고 귀중한 것을 비유하는 단어가 된다. 중앙대 인액터스 ‘금싸라기’ 팀은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쌀의 도정물인 싸라기를 금처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든다. 싸라기를 업사이클링해 비누 등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

금싸라기는 쌀 농사를 짓는 가족을 둔 한 팀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크기가 작고 부스러져 상품성이 떨어진 쌀은 밥상 위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농가에서 나온 싸라기는 대부분 정부가 매입하거나 가축 사료, 퇴비 등으로 쓰이는데, 상당 양은 폐기처분 되는 상황이다. 금싸라기는 버려지는 싸라기에 ‘아기쌀’이라는 새 이름을 붙이고, 업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기로 한다.

중앙대 인액터스 '금싸라기' 팀에서 활동하는 이소윤, 김지현, 유민석, 박수완, 허은지, 최서영, 이현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사진./출처=금싸라기
중앙대 인액터스 '금싸라기' 팀에서 활동하는 이소윤, 김지현, 유민석, 박수완, 허은지, 최서영, 이현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사진./출처=금싸라기

현재 금싸라기는 첫 아이디어를 제시한 유민석(경영학부‧3학년) 대표를 필두로 김지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3학년), 이소윤(영어영문학과‧3학년), 최서영(사회복지학부‧3학년), 허은지(심리학과‧3학년), 박수완(공공인재학부‧ 2학년), 이현지(영어영문학과‧2학년) 등 중앙대 재학생 7명으로 구성됐다.

2019년 중앙대 인액터스에서 뭉친 이들은 프로젝트를 구상‧발표하는 ‘PIC(Project Idea Competition)’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해 이듬해 4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금싸라기 팀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쌀 농가에서는 태풍‧장마 같은 자연재해와 흉년 등 영향으로 여러 피해와 손실이 발생한다. 벼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왕겨‧미강‧싸라기 등이 제거되면 전체 무게의 68~72% 정도만 남는데, 이를 ‘도정수율’이라고 한다. 작황이 좋아 풍년인 해에는 도정수율이 70~72%에 달하지만, 흉년인 경우 68~70%로 떨어진다. 매년 발생하는 다량의 싸라기는 마땅히 쓰이는 곳이 없어 농민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금싸라기가 개발한 '아기쌀 클렌징바'는 싸라기의 장점을 활용해 만들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허은지 팀원은 "친환경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향후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를 고민해 실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출처=금싸라기
금싸라기가 개발한 '아기쌀 클렌징바'는 싸라기의 장점을 활용해 만들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허은지 팀원은 "친환경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향후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를 고민해 실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출처=금싸라기

금싸라기는 버려지는 싸라기를 활용해 ‘비누(클렌징바)’를 개발했다. 초기에 쉐이크, 샴푸 등 여러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팀원들이 직접 공방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비누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현지 팀원은 “액체보다 고체 형태가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 더 친환경적이고, 쌀의 성분도 비누에 적합해 싸라기로 클렌징바를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상품성 높은 비누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은 전문 공방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8주에 걸쳐 수강했다. 이 과정에서 싸라기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세정력‧보습력‧거품양이 뛰어난 레시피 20여 가지를 개발했다. 샘플을 만들어 팀원과 주변 지인들이 함께 사용며 장단점을 분석해 보완한 결과, ‘아기쌀 클렌징바’ 개발에 성공한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올해 1~2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소개해 후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서포터 200명이 참여해 펀딩률 1209%를 달성하고 600만원 넘는 금액을 모았다. 허은지 팀원은 “비누보다는 아침세안에 주목해 기존 세안법의 문제점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아침세안에 순하고 저자극인 우리 제품이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야기했다. 최서영 팀원은 “제품의 효능과 더불어 금싸라기가 내세운 사회적가치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덕분에 펀딩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금싸라기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일부로 유기농쌀을 구입해 지난 2월 서울 흑석동주민센터에 기부했다./제공=금싸라기
금싸라기 팀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일부로 유기농쌀을 구입해 지난 2월 서울 흑석동주민센터에 기부했다./제공=금싸라기

펀딩으로 모은 수익금 중 일부는 코로나19로 급식업체에 납품되지 못한 유기농 쌀을 사는 데 사용했다. 구매한 쌀은 흑석동 주민센터, 밥퍼나눔운동본부, 전국천사무료급식소, 동작노인종합복지관에 80~100kg씩 기부했다. 팀원들은 흑석동 주민센터와 협업해 독거노인에게 쌀과 반찬을 전달하고,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 무료급식소의 배식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쌀 기부와 봉사활동은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금싸라기 팀원 전원이 동의하고 준비해왔다. 이소윤 팀원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펀딩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열심히 노력해 일궈낸 결실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면서 “봉사활동도 직접 나서보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들을 몸소 체험하며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금싸라기는 2020년 한국사회적기업 진흥원 육성사업 창업팀, GS SHOP소셜임패트 3기 등에 선정되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라는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중이다. 올해는 2번째 아이템을 개발하고, 싸라기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지현 팀원은 “자체 사이트 구축이나 쇼핑 플랫폼 입점 등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싶다”며 “안정적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면 싸라기를 공급하는 농가들도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싸라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박수완 팀원은 “싸라기를 먹지 못하는 것에서 먹는 것으로, 가치 없는 것에서 가치 있는 것으로,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가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금싸라기 팀은 지난 2월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에 쌀 100kg을 기부하고, 무료급식소에서 배식봉사에 참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출처=금싸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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