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 표지 이미지./사진제공=KOICA
책 ‘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 표지 이미지./사진제공=KOICA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가슴에 안고 생명과 사랑을 찾아 전 세계로 떠난 사람들이 있다.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이방인을 자처한 사람들은 바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글로벌 협력의료진이다.

KOICA가 가나, 볼리비아, 네팔, 몽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피지, 에티오피아, 카메룬, 우간다 등 개발도상국에서 의술을 펼치고 있는 11인의 글로벌 협력의사의 활동상을 담은 신간 ‘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를 발간했다. 외과, 소아청소년과, 한방내과, 내과, 한방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안과, 응급의학과 등 제각기 전문분야가 다른 11명의 의사들이 살아있는 해외 봉사의 경험을 담았다.

지난 2016년 글로벌 협력의료진 프로그램을 도입한 KOICA는 지금까지 가나, 네팔, 라오스 등 19개국에 총 29명의 의사를 파견했다. 현재 네팔,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에티오피아,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피지 등 9개국에 총 12명의 의료진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대응, 협력국 주민들을 위한 의료 활동 및 의료진 교육 등을 이어가고 있다. 

KOICA에 따르면 개도국 현장에서는 의료진 파견 요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안정적 생활과 의사로서의 경력을 포기하고 현장으로 떠나기를 자원하는 의료진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더 많은 한국 의료진이 개발도상국에도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자발적인 헌신 봉사를 수행하는 KOICA 글로벌 협력의사들이 솔직담백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의사 11명의 공통점은 단지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개도국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여긴다는 것이다. 피지에서 일하는 오충현 의사(이비인후과)는 “우리 아이가 배가 고프면 마음이 아프듯이 에티오피아에 있는 아이가 아프면 눈물이 나온다”고 고백한다.

볼리비아에 파견된 곽병곤 의사(소아청소년과)는 “나는 소아과가 ‘희망나무’를 심는 진료과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희망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면 볼리비아는 초록으로 물들 것”이라며 “인턴들과 함께 시작한 희망나무 심기가 볼리비아 각처로 이어져 건강하고 아름다운 열매가 많이 맺히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이야기한다.

네팔로 간 김병철 의사(외과)는 “네팔 의사들은 매우 똑똑하고 열정이 넘친다. 하지만 정확한 수술의 과정을 잘 알지 못한 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과거에 배운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 좋지 못한 관습이 있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내가 아는 의료 지식을 함께 나누고, 수술 술기와 원칙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개도국 현지에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병원을 세우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구하는 등 마치 영웅 같은 의사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동시에 낯선 의료 환경에 당황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지 상황에 답답해하며, 자신이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 공감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글로벌 협력의사 11인 지음. 꽃길 펴냄. 235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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