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코로나,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다’ 표지 이미지./출처=책밥
책 ‘코로나,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다’ 표지 이미지./출처=책밥

"나 입학 취소 신청했어. 내년에 다시 지원하려고.“

1년 코스 영국 대학원 석사과정에 합격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해 9월 입학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포기해버렸다는 소식이다. 영국에서 확진 환자가 하루 몇천 명씩 발생하던 때였다. 기자도 지난해 가을 계획돼 있던 유럽 현지 취재를 취소하고, 현지 전문가 화상 인터뷰로 갈음했다.

올 1월 출간된 ‘코로나,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다’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일상, 산업, 정책 변화를 조망했다. 지난해 3월 WHO가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데믹)을 선언한 후, 국가 간 이동은커녕 집 밖을 나서기도 어려워졌다. 외국인으로 바글바글하던 명동 상권에는 찬바람이 불었고, 취업 시장도 얼어붙었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얼룩졌던 2020년을 “총 맞은 한 해”라고 표현했다.

휘청이다가도 발 빠르게 자구책을 모색한 기업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지난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항공은 착륙 없는 간접 비행 서비스를, 타이항공은 비행기 레스토랑을 만들어 손님들을 모았다. 호텔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아침-저녁 객실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어렵다"를 외친 건 아니다. 손해를 본 사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서비스는 태생이 비대면이라 득을 봤다. 극장은 문을 닫았지만, 넷플릭스 구독자가 폭증했다. 밖에서 하는 소비심리가 위축된 대신, 사람들은 집 안에서 지갑을 열었다. ‘홈코노미(home+economy)’가 확대되면서 인테리어 지출이 급증하고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다. 2020년 1~7월 온라인 음식 배달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74%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은 단순히 자고 쉬는 공간을 넘어섰다. 일하고, 놀고, 운동하는 삶터다.

저자인 박연미 경제평론가는 경제 전문 기자 출신이다. 20년 경력 기자의 눈으로 구한 이 모든 현상의 최대공약수는 ‘제한’이다. 제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국가 경제의 희비도 엇갈렸다. 인명과 관광 산업의 피해가 컸던 나라에 비해 2020년 3분기 기준 한국 경제는 예상보다 선전한 편이다. 순 수출의 성장 기여도, 민간의 내수 성장 기여도의 힘이 컸다.

코로나19로 바뀐 일상, 사회 구조, 산업 풍경을 담은 뉴스가 매일 같이 쏟아져 나왔다. 책은 이를 총망라해 깔끔하게 요약했다. 파편적인 사례를 산업별, 연령별, 분야별로 묶어 읽는 동안 굵직한 경제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중요한 건 2021년 한국 경제 상황. 해외 기관들은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최적의 경제 상황)’까지 언급하며 빠른 성장을 점치는데, 과연 그럴까?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올해를 내다볼 눈을 키워줄 책이다.

코로나,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다-세계 트렌드를 바꾼 코로나19와 경제전망=박연미 지음. 책밥 펴냄. 29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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