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었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가 막심하다.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인 집합금지·영업제한 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좌석간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제과점./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좌석간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제과점./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수의 84.9%에 달한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이들의 타격이 그대로 경제 전반에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방역조치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명 '손실보상법' 도입 논의가 등장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간 재난지원금으로 이들의 손실을 메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보상을 위해서는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증폭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지급하는 지원의 성격이 강한 반면, 손실보상법은 국가나 지자체의 조치로 피해를 입은 경우,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을 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한다.

손실보상법 관련 여야 공감대 형성... 논의 탄력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청와대

가장 먼저 관련 논의를 띄운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소상공인의 피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보상금을 심의·의결해 지급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에 ‘손실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영업금지 제한 업종에 실질소득의 90%를 보상하는 안을 제시했고, 비용은 40조40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정부도 손실보상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손실 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당정이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등 코로나 3법을 2월 임시국회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과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출처=국민의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과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출처=국민의힘

야당 역시 논의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행정규제에 따른 ‘손실’에 대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상해 드릴 수 있도록 정교한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은 서병수 의원이 국가보상법을, 최승재 의원과 권영세 의원 등은 손실보상을 명시한 법 등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감염병 재난 통제방역 단계에서 발생하는 임대료와 영업이익 손실의 최대 70%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손실보상법은 향후 피해 보상위한 법... "4차 재난지원금으로 보완할 것"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제 손실보상법 소급적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지 1년이 넘어서면서 그간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8일까지 발의된 법안 중에는 민주당 민병덕 법안, 국민의힘 서병수 법안, 정의당 심상정 법안이 소급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제34차 목요대화'를 갖고, 정부의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영업 손실보상에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출처=국무총리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제34차 목요대화'를 갖고, 정부의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영업 손실보상에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출처=국무총리실

정부는 소급적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달 26일 “손실보상제는 앞으로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을 내릴 때 법령에 의해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급적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이날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강조했다. 손실보상이 소급적용될 경우, 관련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도 소급적용은 불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손실보상을 법률로 하려면 시행까지 수개월은 걸린다"면서 "언제 될지도 모르는 걸 기다렸다 소급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실 보상을 확립하기 전에는 4차 재난지원금이라도 마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손실보상 소급적용 대신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보상없는 집합금지는 위헌... 피해복구위해 보상 소급적용돼야"

소상공인연합회의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대책위원회'가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정상 영업 보장과 무이자 대출 확대 실시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출처=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의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대책위원회'가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정상 영업 보장과 무이자 대출 확대 실시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출처=소상공인연합회

현장은 손실보상의 소급적용이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대책위원회’는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시간 보장 △코로나 피해 업종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 및 소급적용 실시 △세금 감면, 무이자 대출 등을 촉구했다.

“손실보상없는 집합금지 조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 20개 중소상인·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정부에 △손실보상 소급적용 △손실보상 대상에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집합금지·제한업종 포함 △실제 손해만큼 실질적인 보상 △긴급대출 및 임대료 고통분담 방안 등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헌법소원 청구인 대리를 맡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남주 변호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영업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형식상 ‘집합금지’의 형태를 띠고 있어 법률상 근거가 미약할 뿐 아니라 재산권과 평등권, 영업의 자유 제한에 있어서도 공익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되는 ‘비례성의 원칙’,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의 균형성 원칙’ 등을 모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소급적용해야 마땅”... 정교한 지원 필요 의견도

지난해 9월 14일, 집합금지 조치가 풀려 영업을 재개한 PC방./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지난해 9월 14일, 집합금지 조치가 풀려 영업을 재개한 PC방./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손실보상법 제정시 소급적용을 명시해야 옳다는 입장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방역당국의 강제조치에 의해 영업 제한을 받은데 대해 국가는 반드시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급적용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을 사례로 들어 소급적용의 정당성을 논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발표한 선진경제 21개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출 통계에 따르면, '직접지출'을 통한 지원 전체 평균이 GDP의 9.3%에 달했지만, 한국은 3.4%에 그쳤다. 

오 위원장은 “3차에 걸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는데다 매달 임대료를 해결하기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며 “심지어 1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주다보니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혜택이 많이 돌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외의 경우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없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실질 피해 대상에게 오롯이 9%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에게 과소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라도 법제화해 소급적으로라도 지급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손실보상 소급적용 제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신청주의에 입각해 방역조치로 실제 피해를 본 업자에 한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보상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실제로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지급 후 부가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 및 정산결과를 보고 매출액 변동이 지급기준에 못 미친다면 환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자영업자를 지원할 때 매출·소득이 감소했는지를 살펴보고 사후 정산시 줄지 않았다면 환수하고 있다. 

또한 손실보상금 지급 이전에 이차지원과 각종 공과금 인하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손실보상금만으로 모든 손실을 메우려다 보면 국가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헌법재판소 앞, 집합금지조치 2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출처=참여연대
헌법재판소 앞, 집합금지조치 2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출처=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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