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남편의 기타가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요.”
“기증받은 첼로로 도쿄올림픽 기념 어린이 오케스트라에 한국 대표로 선발됐어요.”

서울시 ‘악기기증‧나눔 캠페인’을 통해 접수된 사연이다. 시는 시민들에게 악기 1113점을 기부받아 이 중 895점을 취약계층 학생 및 아동·어르신 이용 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지난해 10월부터 기증 캠페인을 진행했다. 악기 총 26종 1113점을 기증받았고 수리를 거쳐 취약계층 시설 등 89개소에 895점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시민에게 기증받은 악기를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시
시민에게 기증받은 악기를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시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캠페인은 시민 누구나 악기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1시민 1악기 생활음악의 장 ‘악기 나눔 공유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악기를 기증 받아 장인의 손으로 수리·조율하여 악기가 필요한 곳에 재기증 하는 사업이다.

2019년 685점 기증과 비교해 2020년 111점(62%↑)이 더 기증되며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도 나눔과 공유로 희망을 이어가는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악기 나눔 문화’의 확산을 응원하는 기업과 음악인의 참여도 있었다. 기타 제작사인 ‘크래프터 코리아’가 클래식·일렉·통기타 등 647점을 기증했고, 국내 기타 브랜드 ‘덱스터’는 기타 50점을 기증했다. 가수 김윤아는 홍보영상 제작에 참여해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낙원악기상가’ 내 장인이 기증받은 악기를 수리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시
‘낙원악기상가’ 내 장인이 기증받은 악기를 수리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시

기증받은 악기는 ‘낙원악기상가’ 내 장인의 도움을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조율의 과정을 거쳤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악기에 철저한 소독과 건조를 실시했다. 

공식 수리업체는 △근영악기사(바이올린·첼로) △유일뮤직(하프·장구) △원일악기(통기타·우쿨렐레) △태림악기(바이올린·첼로) △스위스악기(클래식·일렉·통기타) △베델악기(플룻·트럼펫) △동성피아노(피아노)다.

서울시는 수요 조사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악기를 우선 전달했다. 서울시 교육청·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배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별로 수혜처를 배분하는 등 악기가 필요한 시민들에게 악기를 전했다.

우선 고가의 악기를 구입할 수 없어 수업 시간에만 악기를 대여해 연주하던 ‘꿈의 오케스트라’와 ‘세종 우리동네 서대문구 오케스트라’ 학생 27명에게 바이올린, 첼로, 통기타 27점을 전달했다. 

나머지 26종 868점의 악기는 어린이, 학생, 어르신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 총 89개소에 전달했다. 초등생 방과 후 돌봄 공간인 ‘우리동네키움센터’ ‘서울 소재 청소년 기관’ ‘사회복지기관 및 단체’ ‘아동 관련 기관’ ‘비영리 민간단체’ 등이다.

일부 악기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저소득층 어린이 등으로 구성된  ‘꿈의 오케스트라’에 기부했다./사진제공=
일부 악기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저소득층 어린이 등으로 구성된 ‘꿈의 오케스트라’에 기부했다./사진제공=

잔여 악기 207점은 오는 14일까지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홈페이지에서 3차 수혜신청을 받아 나눔 대상을 선정하고, 개학 시기 전 교육청과 연계해 악기가 필요한 학교에도 전달할 계획이다.

향후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은 기증 받은 악기로 연습하여 실력을 쌓은 시민들의 동아리 연주회부터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콘서트 등 후속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히 악기를 기증 받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증받은 악기로 시민들이 음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간다.

올해는 악기 기증과 수혜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악기나눔 공유사회 웹지도’도 제작해 기증 악기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시민들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캠페인에 함께 해준 악기 기증자, 수리 장인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라며,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악기를 배우고 즐기며 음악으로 행복한 도시 서울이 될 수 있도록 ‘악기나눔 공유사회’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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