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 

"안경을 쓰면 놀림 받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여겨지잖아요. 보청기도 안경처럼 부담 없이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올리브유니온 사무실에는 다양한 국내외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들이 놓여있다. 직원들은 일반 블루투스 이어폰 1위 제품들의 성능과 디자인을 연구한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일반 소비재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성능, 디자인을 갖춰야 보청기를 보편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편리하고 디자인을 중시한 보청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리브유니온은 난청인을 위한 블루투스 보청기를 개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보청기 성능에 주로 집중했던 기존 제품과 달리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난청이라는 신체적 다름이 일상생활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성별, 장애,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든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청력보조기를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송 대표가 보청기의 편의성과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개인적인 경험 때문. 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보청기를 사고도 불편하다며 사용하지 않는 친척의 모습을 보고 '이어폰처럼 편리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보청기‘를 떠올렸다.

올리브유니온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디자인 연구 흔적들. /출처=올리브유니온
올리브유니온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디자인 연구 흔적들. /출처=올리브유니온

기술력, 사용자와 소통... 사업 확장 기반

난청인은 보청기를 착용해도 일상에서 다양한 불편을 겪는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가 음악을 들으려면 보청기를 빼거나 위에 헤드셋을 끼는 등 비난청인과 다르게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리브유니온은 이런 일상적 불편을 덜기 위해 기존 보청 기능에 블루투스 연동을 통한 음악듣기, 통화하기 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올리브유니온이 개발한 블루투스 보청기 ‘올리브 스마트 이어’는 알고리즘과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시중에 200만원이 넘는 고가 보청기의 성능을 10~20만원대 상품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비싼 장비나 전문가 도움 없이 사용자가 간편하게 앱을 통해 청력을 측정하고 이에 맞게 사운드를 최적화할 수 있다.

올리브유니온이 개발한 블루투스 보청기 '올리브 스마트 이어'. 
올리브유니온이 개발한 블루투스 보청기 '올리브 스마트 이어'. 

기술력과 함께 올리브유니온이 시장 경쟁력 유지·향상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 피드백’이다. 사용자들이 보청기능뿐 아니라 음악듣기, 통화하기 등 연동된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인지했다. 송 대표는 “초기부터 우리 제품을 꾸준히 이용해온 30대 사용자가 보청기능과 블루투스 음악기능이 연동돼서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줬다. 그런 반응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 모델은 연동 기능을 더 강화했다”고 말했다.

‘문화적 이해’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2016년 미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업을 시작한 올리브유니온은 현재 한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 5개 나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등 해외 시장을 확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송 대표는 “특히 2019년 사업을 시작한 일본에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많고, 노인들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다는 점이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송 대표는 일본 시장에 진출한 후 현지에서 직접 살면서 문화적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품에 동봉하는 종이 매뉴얼을 보다 신경 써 만들게 된 이유다.

“현지에 살면서 일본은 상품에 동봉된 종이 매뉴얼을 꼼꼼히 읽는 문화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부분을 모르고 요즘 누가 종이 매뉴얼을 보냐는 생각으로 간소화하거나 빼버린다면 일본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겠죠.”

올리브유니온은 올리브 스마트 이어 보청기로 2020CES에서 'CES 2020혁신상'과 '베스트 웨어러블상'을 수상했다. /출처=올리브유니온
올리브유니온은 올리브 스마트 이어 보청기로 2020CES에서 'CES 2020혁신상'과 '베스트 웨어러블상'을 수상했다. /출처=올리브유니온

올리브유니온은 2020년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에서 올리브 스마트 이어가 CES 2020혁신상과 베스트 웨어러블상을 수상한 것이다. 송 대표는 ‘믿기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리브유니온은 일반 시장이 아닌 난청인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특정 시장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난청인과 비난청인 사이에 기술격차, 생활격차를 좁히려는 제품 취지가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청력 관리 서비스 등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이어갈 것”

국제대회 수상과 매출 증가 등으로 특별한 한 해를 보낸 올리브유니온은 2021년에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경중도 난청인 대상 제품의 기술력을 향상해 ‘중고도’ 난청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2021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제품의 소리 증폭 기능을 1.5~2배까지 심화시켰다. 또 이어폰 한쪽으로만 가능했던 음악듣기 기능이 양쪽으로 가능해진다.

청력을 관리해주는 헬스 케어 서비스 프로토타입도 완성했다. 평소 시력을 관리하듯 청력도 더 나빠지지 않도록 미리 관리할 수 있는 앱이다. 이어폰 볼륨 관리, 난청이 오기 전 이명 현상에 대한 모니터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연초에 올리브유니온 제품을 후원한 ‘난청인을 위한 영화감상’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가치 창출 활동도 이어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앞으로도 난청인과 비난청인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앞으로도 난청인과 비난청인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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