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장애인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창의적 감성과 예술적 사고를 바탕으로 공연, 미술, 도예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여러 장애유형 중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이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이들은 높은 집중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운넷>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발달장애인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의 예술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짚어본다.

드림위드앙상블은 발달장애인 단원 9명과 준단원 2명, 교육생 7명으로 이루어진 전문 연주단체다. 그들이 처음 모인 건 한 서울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단체였다. 취미로 클라리넷을 시작했던 그들의 나이가 어느새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단원의 어머니들은 “이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15년에 드림위드앙상블 사회적협동조합을 출범시키고 16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드림위드앙상블은 취업을 꿈꾸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선망하는 직장이 됐다. 이옥주 이사장은 “교육생으로 들어와도 열의가 상당하다”며 “정규직이 되면 연주자로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무대에서 프로라는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업은 그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직장인과 같이 우리도 출퇴근 시간이 있어 지각하면 안 되고 연주를 빠질 수 없어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고 공동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높아진 거죠.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옥주 드림위드앙상블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연주자의 역량을 기르고 그들에게 직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 드림위드앙상블을 만들었다.

연습 환경 배려해 수준 높은 공연 완성...다른 단체에 모범

드림위드앙상블은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가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먼저 클라리넷을 주요 악기로 사용한다. 클라리넷은 정서적 안정을 돕고 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중음역의 소리를 낸다. 그들이 연주하는 곡에도 숨겨진 특징이 있다. 윤동혁 공연팀장은 “연주자들이 들었을 때 낯익고 재밌는 곡을 선정한다”며 “우울한 음악은 일부러 고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성공은 다른 장애인 단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자회사로 장애인 예술단체를 만들고 후원을 시작했다.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재능에 대해 이옥주 이사장은 “타고난 강점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며 “선생님과 부모가 발견해 원석을 찾아 가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앞으로 다른 장애인들의 꿈을 위해서 사회공헌 활동도 실천한다. 윤동혁 공연팀장은 따라하기 좋은 클라리넷 연습 영상이나 책을 만들어 다른 장애인 단체에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연습을 위해 악보를 열 개의 파트로 나누어 단원들의 강점에 맞춰 따로 제작한다. 그들이 연습하는 방식을 그대로 책자와 영상에 담았다.

“저희만 좋을 수 없으니까요. 저희가 먼저 만들어 놓은 환경이 있으니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입장에서 칭찬만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저희 단원들이 대단하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들을 보며 성장하는 중입니다 ”

드림위드앙상블의 완성도 높은 공연에는 꾸준한 노력과 협동이 필요하다. 고립된 특성을 보이는 자폐인 등 발달장애인에게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된다.

큰 환호와 화려한 무대 뒤에는 그들의 '땀방울'이 있었다

단원들은 합주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 방문에 맞춰 연습곡 몇 개를 들려주기로 되어있었다. 단원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악기를 준비했다.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은 보통 오전에는 합주를 맞춰보고 오후에는 50분 개인 연습, 10분 휴식을 반복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완성도 높은 공연 뒤에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지휘자가 따로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발로 박자를 몇 번 맞추자 바로 연주가 시작됐다. 첫 곡이었던 ‘Quizas, Quizas, Quizas’는 젬베의 경쾌한 박자와 클라리넷의 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이어서 들려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색다른 편곡이 특징이었다. 기존 곡에 사용되는 악기인 기타에 클라리넷 소리가 어우려져 한층 부드러운 곡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곡 1개를 연주하는데 6개월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2~3개월 정도로 점차 짧아졌다. 꾸준한 소통과 연습이 완성도 있는 곡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하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클래식으로 시작해 중간에 가요, 마지막 팝으로 이어지는 공연과 진심 어린 연주로 대중에게 다가간 게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학교, 공공기관 등에 교육과 행사 목적으로 꾸준히 방문할 계획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유튜브 실시간 콘서트도 진행한다. 

드림위드앙상블이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의 하나로 8일 성남시청에서 무관중 공연을 진행했다. 조용한 공연장에 드림위드앙상블의 아름다운 연주가 울려퍼졌다.

"실력으로 증명한다" 편견 뛰어넘는 감동적인 연주

지난 8일, 성남시청에서 드림위드앙상블을 다시 만났다. 드림위드앙상블은 이날 무관중 공연을 진행했다. 무관중 공연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의 하나로 녹화됐다. 녹화된 영상은 장애인의 날인 20일에 성남시청의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영된다. 교육은 총 1시간으로 앞 30분은 장애인 인권과 법, 제도 등을 설명하고 나머지 30분은 드림위드앙상블 연주로 진행했다.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오랜만에 턱시도를 멋스럽게 차려입고 무대 위에 서 있었다. 무대는 평소와 같았지만, 공연장은 낯설도록 텅 비어있었다. 해맑던 그들의 얼굴이 전문 연주가다운 긴장감으로 진지하게 변해있었다. 낯선 환경에서도 팀원들은 평소와 같이 침착하게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곡인 ‘유모레스크’에 이어 ‘fly to the moon’, ‘Quizas, Quizas, Quizas’가 이어지고 ‘걱정말아요 그대’ 무대가 시작됐다. 누구나 알고 있는 친숙한 곡이라 자신도 모르게 가사를 붙여 따라 부르게 되는 힘이 있었다. ‘Faith’는 굉장히 흥겨운 곡이었다. 단원들은 연주하면서도 능숙하게 박수를 이끌며 ‘칼 박자’를 지켰다. 박자가 어렵지 않아 누구나 함께 따라 할 수 있는 곡이었다. 이번 공연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드림위드앙상블이 'Faith'를 연주하며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 왼쪽부터 오희망 단원, 신한수 강사, 은성호 단원, 김하늘 단원, 김우진 단원, 주호재 단원, 정종현 단원, 한태현 단원, 전현준 단원, 강원희 기획팀장, 윤동혁 공연팀장

시원섭섭했던 '무관중 공연', "그래도 관객분들이 있을 때가 좋아요"

드림위드앙상블은 마지막 곡인 ‘성자의 행진’까지 무사히 연주를 끝내고 환하게 웃으며 비어있는 관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관객이 없어도 연주에 집중하면서 공연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공연을 끝마친 단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김하늘 단원은 “무대에 올라와 연주하니까 너무 좋았다”며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서 연습실에서 만났던 김우진 단원은 “연습도 중요하지만 공연하는 게 역시 가장 좋다”고 말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주호재 단원은 무대에서 내려와 홀가분한 얼굴로 말을 건네왔다. 그는 저번 연습실 방문 당시 “연주할 때 대중분들이 환호해주는 게 제일 좋다”며 요즘은 공연이 없어 연습이 지루할 때도 있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런 그가 오래 기다렸던 무대에 올랐다가 내려온 순간이었다.

주호재 단원은 기자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소감을 묻자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연습만 하다가 오랜만에 공연해 낯설었다”며 “관객 없으니까 적응이 조금 안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관중의 환호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던 그에게 무관중 공연이란 아쉬움이 컸다. 그는 "그래도 연주를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오늘의 공연이 끝났어도 드림위드앙상블과 주호재 단원은 더 큰 꿈이 있다.

"클라리넷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요즘 가장 재밌어요. 앞으로의 꿈은 계속 앙상블에서 최대한 오래오래 활동하는 거예요. 내년에는 호주나 프랑스에서 공연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관객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우리가 연주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앞으로 공연 많이 보러와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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