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무니타스 이코노미' 책 표지 이미지. /출처=북돋움coop
'콤무니타스 이코노미' 책 표지 이미지. /출처=북돋움coop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했을 뿐이다.”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애덤 스미스의 말이다. 스미스는 시장 속 개인은 오직 이익을 위해서만 관계를 맺으며 그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개인이 모인 시장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책 <콤무니타스 이코노미>는 이런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인류 조상인 아담의 이름에 빗대 '아담의 원죄'라고 명명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미개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한 것. 그래서 시장에서 개인이 서로를 외면하게 한 게 애덤 스미스가 저지른 원죄라는 말이다. 저자 루이지노 브루니는 애덤 스미스가 "화폐 가치로는 셈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놓치고 마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시장경제는 문명의 발달을 이끌었지만 부는 나누어지지 않고 양극화돼 계층 문제, 빈곤, 기아, 실업, 생태 파괴 등 다양한 문제를 가져왔다. 이익과 계약만 있고 관계는 없는 시장의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은 오직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스미스의 이론은 현대 경제학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의 원죄를 넘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장은 무엇일까? 저자는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에서 생략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복원한 대안적 시장경제의 비전을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 내에서 긍정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앞으로 수년간 우리 삶의 질에 결정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함께 잘 사는 긍정적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무상성’이다. 무상성은 주는 이가 받는 이에게 아무 요구 없이 건네는 선물처럼 '보답을 바라지 않는 나눔'을 말한다. 시장경제가 지금까지 몰락하지 않고 이렇게나마 지탱된 진짜 이유는, 개인의 이기심이 모여 맺은 계약이 아니라, 가격을 매길 수 없어 계산에 넣지 못한 무상성의 마음들 덕분이 아닐까.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대가가 오가지 않는 무상성에 활짝 열려 있는 여러 경제적 경험을 통해 시장경제에서 지워졌던 따뜻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탈리아 룸사대학 정치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현대 경제학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대안적 경제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책에는 이탈리아 등 유럽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끝내기 위한 경제학, 사랑과 행복에 관심을 둔 새로운 경제학이 궁금했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콤무니타스 이코노미=루이지노 브루니 지음, 강영선 외 8인 옮김. 북돋움coop 펴냄. 310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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