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같이돌봄 사업’은 노인들이 원하는 곳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돕는 '인지재활' 프로그램이다. 복지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었던 경증 인지장애 노인들에게 정서적, 인지적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한 ‘방문지도사’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경력단절여성 등 일할 곳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질좋은 일자리도 제공한다.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가 만족하는 경기도 같이돌봄 사업의 진행방식과 효과 등에 대해 <이로운넷>이 살펴봤다.

“누가 찾아와주고 대화할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노인이 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자녀들이 외출한 시간에는 노부부만 남거나, 혼자 집을 지킨다. 자녀들도 애가 탄다. 경제활동을 위해 외출해야 하지만, 집에 있는 부모님이 걱정될 수 밖에 없다. 집에 남은 노인들은 간단한 집안일을 하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외부와 소통할 기회가 적으니 외로움을 호소하거나, 인지적 능력이 감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노인들을 위해 경기도는 노인들의 집에 방문해 같이 활동하는 ‘같이돌봄’ 사업을 진행중이다. 사업은 경기광역자활센터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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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을 위한 지원이 신체적 지원, 가사 지원 등 다양하지만, 같이돌봄은 ‘인지지원 프로그램’이라는 표준화 된 서비스에요. 치매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삶의 만족감을 높여줘서 고립감과 우울증을 해소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같이돌봄 사업을 진행하는 (주)온케어구리 방선영 대표는 복지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인지장애 정도 등이 조건에 맞지않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지재활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게 입증됐지만, 중증 치매 노인에게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방선영 대표는 “치매 전단계의 노인들은 스스로 찾아가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매가 시작되기 전 예방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방 대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중 치매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기억력이 감소해 금방 치매가 진행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장순례 할머니(82세)가 같이돌봄 인지학습시간에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로운넷

방문지도사와 무엇을 하냐고요?

“매주 월요일마다 방문지도사 선생님이 오셔서 만들기도 하고 대화도 해요”

같이돌봄 사업은 방문지도사가 매주 1회 1시간씩 이용 노인의 집에 방문해 기억력이나 뇌기능 촉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일상나눔 및 활력체크 ▲운동재활 ▲인지학습 ▲인지활동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먼저 방문지도사들은 이용노인의 집에 도착하면 간단한 대화로 상태를 체크한다. 노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체조, 스트레칭 등 신체활동을 진행한 뒤, 언어, 기억력, 계산력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게임으로 구성된 학습 프로그램과 색종이, 자수 등 노인들이 직접 손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는 인지활동 등을 진행한다.

장순례 할머니가 만든 작품들. 장 할머니는 "이 외의 작품은 다른 곳에 있다며,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사진=이로운넷

“방문지도사 오는날만 기다려져요”

같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딸 친구에게 정보를 얻어 같이돌봄 사업에 신청했다는 장순례 할머니(82세)는 과거 건강이 안좋아 병원생활을 길게 하면서 외부 출입이 어려웠고, 우울감도 높은 상황이었다.

장순례 할머니는 같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장 할머니는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고, 몸이 안좋아서인지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고 우울했다. 그때는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라는 생각까지 했었다”며 “같이돌봄 서비스가 도움이 많이 된다. 이해가 빨라지고, 손놀림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잡념이 많고, 멍하게 살았던 것 같다”며 “같이돌봄을 하면서 스스로도 너무 좋아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딸과 매주 할머니 집을 방문하는 방문지도사도 할머니에게 “많이 안정되고 좋아졌다”고 이야기 한다. 장 할머니는 “딸이 나에게 같이돌봄을 하면서 머리 회전이 빨라졌다고 한다. 방문지도사도 나에게 꼼꼼하고 암기력이 빠르다고 칭친해준다”며 “배울 수 있고, 인정해 주는게 너무 고맙다. 이제는 방문지도사가 오는 날만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주화 할아버지(91세)와 아들 이도균(55세) 씨./사진=이로운넷

혼자 생활하는 이주화 할아버지(91세)도 방문지도사가 오는 매주 월요일을 기다린다고 했다. 이주화 할아버지는 “일년 반 전 아내가 요양원에 간 이후 집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 혼자 있으려니 시간 보내기가 어려웠다”면서 “집에서 사람구경을 못했는데, 방문지도사가 집을 찾아주니 오는 날만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돌봄 프로그램 중에는 만들기가 가장 재미있다. 방문지도사에게 같이돌봄 활동을 하면서 만든 작품을 벽에 붙여 달라고 했다. 작품사진을 찍어 근처 노인회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주화 할아버지 벽 한쪽엔 그동안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보호자들도 같이돌봄을 이용하면서 자신이 다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챙길 수 있어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이주화 할아버지 가족 이도균(55세) 씨는 아버지 바로 아래층에 거주하며 살피고 있지만, 외부일정이 많다보니 살뜰히 챙기지 못했다고. 이도균 씨는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신 이후 아버지 혼자 생활하시면서 자식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같이돌봄’이 단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도균 씨는 “내가 자주 살필 수 없는 입장이다보니, 누군가 들여다 보며 말벗이 돼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니 너무 만족스럽다”면서 “아버지가 고령이시라 친구분들도 많이 돌아가셔서 우울감이 있었는데, 요즘 아버지를 뵈면 방문지도사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재미있다고 하신다. 대화 상대가 생겼다는 자체로 큰 기쁨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주화 할아버지 집 한쪽 벽면엔 그동안 만든 작품을 붙여 전시장을 만들었다./사진=이로운넷

“더 자주 오랫동안 이용하고 싶어요”

같이돌봄 사업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효과를 검증한 뒤에는 확대 시행된다.

같이돌봄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더 자주, 오래 이용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11월경 올해 사업이 마무리된다고 하자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장순례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적다. 횟수를 일주일에 두 세번으로 늘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주화 할아버지 역시 “방문지도사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왔으면 좋겠다. 시간도 2시간으로 늘렸으면 한다. 방문지도사와 대화하는 시간이 충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화 할아버지 보호자 이도균씨 역시 아버지가 계속해서 같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도균씨는 “이런 사업을 보면서 향후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를 설계하게 되고, 마음의 안정이 된다. 계속해서 서비스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케어구리 방선영 대표는 “누군가 나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교류한다는 것. 그리고 치매 등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학습 하면서 자기자신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방 대표는 “복지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며 "사업이 새롭게 시작됐으니, 3년정도 진행하면서 효과성을 보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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