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시 동작구 일대에서 저소득 소외계층 가구를 위해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금융기관 임원들./사진제공=신협중앙회
지난 13일 서울시 동작구 일대에서 저소득 소외계층 가구를 위해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금융기관 임원들./사진제공=신협중앙회

“코로나19로 연탄 기부는 59%, 자원봉사자는 54%가 줄어 역대 가장 어려운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올해 절반 넘게 줄어든 연탄 기부와 봉사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연탄으로 난방하는 가구는 전국적으로 10만 세대에 달하며, 이 중 85%는 홀몸노인, 한부모가정 등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정부나 기업·기관의 지원 없이는 겨울을 춥게 날 수밖에 없는 에너지 빈곤층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한파를 앞두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지금, 연탄 창고가 채워지지 않자 달동네와 쪽방촌에서는 깊은 한숨이 들려오고 있다. 매년 9~10월이면 곳곳에서 연탄 기부가 시작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도움의 손길이 뜸해지고 때가 되면 연탄을 나르러 찾아오던 기업이나 단체, 학생들의 발길도 끊겼다.

감염 걱정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활동을 꺼리다 보니 봉사가 줄고, 올해 기업과 단체의 기부가 마스크나 소독제 등 방역 품목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안 그래도 여러 고충을 겪었을 취약계층은 올겨울 거센 한파까지 온몸으로 버텨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분야를 취재하면서 장기적·지속가능한 지원 방식을 고민하는 담당자들의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 앞서 해왔던 단기적·일회성 사회공헌의 대표적인 예가 연탄봉사나 김장나눔 같은 직접적인 기부·봉사였는데, 최근에는 CSR 트렌드가 빈곤·환경·일자리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육성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물론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과 시도는 필요하지만, 이번 연탄 기부·봉사 부족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여전히 절실함을 깨달았다. 단기적·일회성 지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일관성 없는 사회공헌 활동에 한계를 느낀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비록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코로나19 위험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때 앞장서서 나눔의 손길을 전하는 여러 봉사자와 기업·단체의 소식들이 가슴을 더욱 뭉클하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앞둔 올해, 가장 낮은 곳에도 작은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주변을 살펴야겠다. 실천과 다짐의 의미로 연탄은행에 적은 돈이나마 기부금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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