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월 20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위기에 더해 코로나19 피해회복 차원에서 대두된 기본소득. 이번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2차 지급으로 다시 한 번 논쟁이 거세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는 지난달 1일부터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개시했다. 경기도 전체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지사는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1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앞으로 4차, 5차, N차 유행이 계속될 것이며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심화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보건방역과 경제악화를 막는 경제방역은 선후경중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롭게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라고 밝혔다.

이 지사가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논의를 꺼내자마자 야당은 물론, 친정인 정부여당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야당에선 대표적으로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이 “재난지원금에 대한 이재명 지사의 주장이야말로 곡학아세의 전형적 사례”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난 1월 31일, SNS를 통해 “1343만 경기도민 사이의 빈부격차, 소득격차는 심각하다. 그런데 10만원씩 똑같이 지급하면서 이것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우기는 궤변에 어느 경기도민이 수긍하겠는가”라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거야말로 서민에게 쓸 돈을 기득권자에게 주는 반서민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도 경기도 자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탐탁치않아 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달 인천시의 ’인천형 핀셋 지원‘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는데, 이는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 보편지급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인천형 민생경제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출처=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인천형 민생경제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출처=인천시

인천시는 집합금지·집합제한 업종에 해당하는 지역 소상공인과 문화예술인, 관광업체 등을 선별해서 피해 계층 맞춤형 긴급재난지원금을 집중 지원했다. 민주당에서도 김종민 최고위원 등이 재난기본소득 지급 전인 1월부터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방역망에 혼선을 준다”는 맥락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관련 논쟁을 이어가던 이재명 지사는 2월 23일 SNS를 통해 “더 어려운 사람을 더 많이 지원하는 선별지원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양극화 완화라는 측면에서는 보편지원이 더 효과가 컸다”며 “2차 재난기본소득의 지급과 소비가 끝나는대로, 다시금 보편지급의 경제효과를 분석해 도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래스카말고 없다” VS “기본소득 정책경쟁 환영”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싼 비판은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됐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에서 재난기본소득외에도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 추진을 준비하며 기본소득을 자신만의 의제로 끌어올렸다. 대선공약으로는 1단계 1인당 연 50만원 지급을 시작으로 국민 동의를 거친 기본소득액 순차 확대안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이 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복지체제‘를 꺼내들면서 기본소득 비판에 나섰다. 기본소득이 국민 소득보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낙연 대표의 신복지체제는 사회서비스를 촘촘하고 두텁게 하겠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2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최빈국에서 복지국가로 도약한 세계 최초의 나라”라면서도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아직 불충분하다. (...) 기존 복지제도의 축적을 바탕으로 경제·사회적 변화에 맞게 사회안전망을 혁신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4일,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바이오헬스본부 결과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4일,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바이오헬스본부 결과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더불어민주당

그의 구상을 구체화했다는 ’국민생활기준 2030‘에는 최저기준과 적정기준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소득, 주거, 교육, 의료, 돌봄, 환경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청년까지 확대하는 등 생애주기별 소득지원체계 구축, 전국민 상병수당 도입, 온종일 돌봄 비율 40%로 상향, 공공 노인요양시설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오는 9월 ’국민생활기준 2030‘ 최종안을 발표하고 입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직후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알래스카 빼고는 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다.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정세균 총리 역시 기본소득 논의를 두고 “쓸데없는 데다가 왜 전력낭비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도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며 가세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9일 ‘비전과 정책 경쟁, 그 자체만으로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기본소득은 어쩌면 그 자체보다 그 정책이 품고 있는 공정, 국민 우선, 질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사고와 정책의 질적 전환 등 비전과 방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면서 “이 훌륭한 정책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 기본소득 이외에도 여러 구상을 두려움 없이 제기하고 논쟁하며 또 배우겠다”고 밝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열린 농민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열린 농민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지사외에도 범여권에서는 대표적으로 소병훈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 찬성논의를 이끌고 있다. 소 의원은 본지에 “기본소득의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반대할 국민들은 없다고 본다”며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을 통해 이를 어떻게 다듬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 공론화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입법취지가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최근 기본소득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 정말 그런지 사회적 대토론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기본소득 공론화법은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1년동안 권역별로 숙의 토론하며 기본소득 도입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진영도 ’우파 기본소득 모델‘ 잇따라 내놓아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은 이재명 지사 비판에 가세하는 한편, 안심소득제에 이은 새로운 ’우파 기본소득 모델‘을 내놓고 있다. 먼저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선별·맞춤형 복지‘를 강조하며 기본소득 보편지급 논의에 맞불을 놓았다.

지난 2월 25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민의힘
지난 2월 25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민의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출간한 저서 ’김종인, 대화‘를 통해 청년기본소득을 거론하며 운을 띄웠다. 김 위원장은 “현재 20~30대 청년들은 각종 장벽 때문에 도약의 기회가 차단돼 있는 미래 사회의 변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며 “노동 의욕을 잃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우선 기본소득을 제공해 최소한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주자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는 전제를 붙였지만, 기본소득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김세연 전 의원은 월 30만원에서 시작하는 기본소득 모델을 내놓았다. 출발점을 1인당 월 30만원 지급으로 잡고, 중간점에서 마이너스 소득세 방식을 결합해 국민 모두가 빈곤선 이하인 중위소득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한 후, 마지막에 중위소득의 50% 규모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동시에 김 전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대선공약인 ’1년 50만원(1달 기준 4만1600원) 기본소득 지급에서 시작하자‘는 주장에 대해 액수가 너무 적다며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용돈이다. 화장품 샘플을 화장품이라고 우기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세연 전 의원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ㆍ광양ㆍ곡성ㆍ구례갑 조직위원장, 임해규 전 의원 등 10여 명의 보수인사가 참여한 ’기본모임‘을 이끌며 기본소득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 전 의원측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를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기본소득 모델을 공개한 게 아니”라며 “김 전 의원이 공부하며 느낀 개인적인 고민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학계 “기본소득, 생산 및 소득분배 악화”

한편 경제학계에서는 기본소득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5일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본소득 지급규모를 만 25세 이상 국민 3919만명에게 1인당 매달 30만원 지급하는 모델을 검토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간 2019년 기준 명목GDP의 7.35%에 달하는 141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실험은 재원 전체를 소득세율 인상으로 충당하는 시나리오를 비롯해 현금급여 폐지, 현물급여폐지, 자본소득세 인상, 소비세율 인상 등 총 5가지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근로소득세 혹은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2019년 대비 세율이 각각 17.6%p(6.8%→24.4%), 14.7%p(10%→24.7%)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총생산은 물론이고 소득 분배지표가 나빠지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는 총자본(-33%)과 총유효노동력(-16%) 감소로 총생산이 19%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득세율 인상과 기본소득 지급으로 인해 예비적 동기(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화폐를 보유하고자 하는 동기)가 감소해 총자본과 총노동이 감소한 것이다. 

아울러 지니계수 역시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전 0.413에서 지급 후 0.514까지 치솟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소개했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로 0에서 1사이 수로 표현되는데,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선별적복지를 보편적복지로 대체하는 것은 저소득층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또한 기본소득은 공적보험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비적 동기의 감소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 감소와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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