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 사회적경제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 ‘인재 양성’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수로 뒷받침돼야 하는 핵심 요소다. 향후 우리 사회 사회적경제 분야를 선도하고 혁신해나갈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론과 현장의 다리 역할을 할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설 때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포럼’을 개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사회혁신을 위한 사회적경제 교육’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사회적경제 선도대학, 사회적경제 학과 개설 대학, 사회적경제 대학협의회 가입 대학 등 총 31개교 연구진이 참여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포럼’에 영상 축사를 보내온 민형배 의원(왼쪽)과 김영배 의원./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포럼’에 영상 축사를 보내온 민형배 의원(왼쪽)과 김영배 의원./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교육 현장에서 사회적경제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들에 감사하다”며 “현장의 노력이 주변화하지 않도록 사회적경제 3법을 통과시켜 현장과 제도의 지체 현상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입법추진단장인 김영배 의원은 “사회적경제는 인류에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대학이 혁신의 기관차로서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돈벌이 경제’를 넘어 ‘살림살이 경제’를 위한 학문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조강연 했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조강연 했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첫 번째 기조연설은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가 맡아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사회학·정치학·행정학 등 인접 학문은 사회적경제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그 내용을 충실히 다루지는 못한다. “야구로 비유하면 외야수와 내야수 사이에 공이 떨어지면 잡기가 어렵듯, 이제는 사회적경제를 여타 다른 학문이 아닌 사회경제학이라는 이론의 틀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기존 경제학과 얼마나 다른지는 경제사상가 칼 폴라니의 이론을 인용해 설명했다. 폴라니에 따르면 경제는 ‘형식적 의미와 실체적 의미’라는 2가지 정의가 있는데, 현재 대학 경제학에서는 형식적 의미에서의 경제만 교육한다. “가성비 좋은 선택을 하도록 머리를 굴리는 ‘돈벌이 경제’를 가르치는 셈이다. 그러나 “나와 우리의 좋은 삶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행위”인 실체적 의미의 살림살이 경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홍 대표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이 100% 옳고 완벽하다고 하면 사회적경제 교육은 존재할 필요가 없지만, 사회적경제의 존재 자체가 이미 시장으로 충분히 조달되지 못하는 사회적가치가 있다는 뜻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시장경제가 다루지 못하는 사회적 필요를 위해 진취적으로 활동할 사람을 찾으려면, 대학에서 인재를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강의보다 참여형 수업을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창업가정신연구소 소장이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조강연하며, 사회적경제 교육 영역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창업가정신연구소 소장이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조강연하며, 사회적경제 교육 영역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두 번째로는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창업가정신연구소 소장이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조연설했다. 현재의 대학교육은 공통적으로 ‘강의와 시험’ 위주의 기존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시장과 사회가 이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대학의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라 교수는 “이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문제해결형·참여형 수업 및 학습 등 교육 방법의 혁신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해결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라 교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내용을 ‘사회적기업가 정신, 사회혁신, 사회적가치’ 등으로 확장하고, 인문사회 및 공학 등 분야와의 융합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더했다. 이를 위해 각 대학 국고 사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며, 나아가 재원의 마련을 위해 범 분야 차원의 사회혁신 교육기금을 조성하자고도 제안했다. 

수도권·강원·충청·경상·전라 지역별 대학의 목소리

토론에 참여한 김승균 가톨릭대 교수, 김형미 상지대 교수, 홍기빈 대표, 이상훈 성공회대 교수(사회자), 라준영 소장, 유근준 한남대 교수, 조영복 부산대 교수, 김영선 전북대 교수(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토론에 참여한 김승균 가톨릭대 교수, 김형미 상지대 교수, 홍기빈 대표, 이상훈 성공회대 교수(사회자), 라준영 소장, 유근준 한남대 교수, 조영복 부산대 교수, 김영선 전북대 교수(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토론에서 각 지역 대학교에서 권역별 토론자가 참여해 지역별 사회적경제 교육 현황을 공유하고, 대학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서울/수도권의 김승균 가톨릭대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은 교육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회혁신 랩’이 되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체인지 메이커’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권의 김형미 상지대 교수는 “도내 18개 대학이 춘천·원주·강릉에 몰려 고등교육 이수의 기회가 불평등한 상황”이라며 “가칭 ‘사회혁신대학동맹’ 같은 플랫폼을 설립해 나이·지역 등에 상관없이 혁신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대학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충청권의 유근준 한남대 교수는 “대학의 사회적경제 교육과정과 지역사회 산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우수한 창업팀 발굴을 위해 인프라 등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상권의 조영복 부산대 교수는 “현재 국내 사회혁신 교육은 우수한 학점제 커리큘럼이 부족하고, 학점 인정 및 평가 절차가 여전히 기존 방식이며, 관련 연구의 가치가 저평가돼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연구에 사회적 영향에 대한 평가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남권의 김영선 전북대 교수는 “사회적경제가 착한 경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가슴만이 아닌 냉정한 머리도 필요한데, 이를 대학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대학이 사회적경제 연대의 정신을 밑거름으로 지역사회에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현장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할 거라 믿는다”며 “이번 포럼이 사회적경제 관련 학과 개설 대학을 중심으로 혁신적 교육 운영 경험을 공유하여, 사회적경제 교육 모델 확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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