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동체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된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추석 연휴 기간 예고된 개천절 집회다. 지난달 광복절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은 그동안 의료 노동자와 관계 기관 공무원, 국민들의 노력을 무산케 할 만큼 공공 안전에 치명적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9월 27일 “현재까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로 인한 누적 확진자는 18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도 명시된 국민들의 중요한 권리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방역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을 절충적으로 지켜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한다. 대규모 오프라인 집회보다는 차량 스티커 붙이기, 공공장소 벽보 부착, 해시태크 달기, 국민청원, 지역별 줌을 통한 온라인 산발집회 등 다양한 상상력을 해볼 수 있지 않나? 개인이 있어야 공동체도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내가 속한 공동체가 유지되어야 개인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 표명을 오프라인 집회로 하는 것만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고 방역에 대한 가짜뉴스로 공동체를 파괴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절망적인 마음마저 든다. 

한반도 평화 시계를 거꾸로 돌린 북한의 만행

다음으로 온 국민을 분노에 휩싸이게 한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실종됐다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당한 사건이다. 월북여부, 북의 시신 화장 여부 등에 있어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하지만 바다에 표류하는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총격은 어떠한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국제사회는 제네바 협약을 통해 전시에도 민간인 사살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노력해온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관계 회복의 성과를 모두 수포로 되돌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2019년에는 정전선언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나 분단과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오가기도 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단일 민족 공동체는 차치하고서라도 인접 국가 간의 평화적 상생을 위한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북한에 대해서도 앞으로 어떤 신뢰를 가지고 볼 수 있을까 싶다. 

동화 머리 둘 가진 뱀 이야기 표지./사진제공=바보새
동화 머리 둘 가진 뱀 이야기 표지./사진제공=바보새

머리 둘 가진 뱀을 통해 바라본 공동체

이처럼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나와 함께 속한 공동체 속 다른 이들의 안전과 평화는 나 몰라라하고 한 행동은 결국 나에게까지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 윤리적 가치를 떠나서 이기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내게 손해인 어리석은 행동이다. 굳이 이걸 얘기해야 하나 싶을 만큼 당연한 이치인데도 위에 든 사례처럼 이해타산에 밝다고 여겨지는 이들, 오랜 인생 경험을 통해 연륜이 쌓였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자기까지 해롭게 하는 공동체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2004년에 나온 노은희 작가의 동화책 <머리 둘 가진 뱀 이야기>를 들고 와봤다. 이 책은 태어날 때부터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 쌍두사가 주인공이다. 서로를 왼쪽이, 오른쪽이라고 부르는 쌍두사는 싫든 좋든 같이 행동하고 움직여야만 살 수 있다. ‘왼쪽이’는 같이 해야 하는 이 상황이 싫었고 조심성이 많은 ‘오른쪽이’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왼쪽이는 오른쪽이를 설득해 자기가 좋아하는 비단뱀을 만나러 함께 간다. 왼쪽이는 낯선 곳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오른쪽이의 말도 흘려듣는다. 오른쪽이가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잠깐만, 조금만 더 숨어 있자"라고 했음에도 왼쪽이는 "싫다니까. 참"하며 몸을 뒤척인다. 그 순간 오른쪽이의 목은 사람들이 내민 나뭇가지에 눌려 꼼짝하지 못하게 되고 왼쪽이도 제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어 갇히게 된다.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며 개천절 집회를 강행하려는 이들, 어렵게 어렵게 이뤄낸 한반도 평화의 실마리마저 내팽개치며 민간인을 사살한 북한 정부에 이 동화를 읽도록 하고싶다. 또한 동화에 나오는 쌍두사는 상상에서만 존재하지 않고 희귀하지만 실제로 자연에서 발견되는 뱀이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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