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기존 한국 멜로 드라마에서 반복되었던 밀어붙이는 남자 실장 캐릭터와 당당한 듯 하면서도 의존적인 여자 캔디 캐릭터 성별을 전환해 신선함을 만들었다. 거침없는 센 여자 캐릭터는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과 <호텔 델루나>의 아이유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의 서예지 캐릭터는 그 이상이다. 김수현에게 처음부터 “갖고 싶다”를 반복하던 그녀는 사랑 고백 방법도 남다르다. “사랑해 사랑한다니까. 내가 사랑한다는데 왜 도망쳐”라고 소리친다. 자신 앞에 나타난 노출증 환자에게도 눈을 돌리지 않고 “이래서 아담 아담 하는 거였나. 아담해서?”라고 대응할 정도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

그밖에도 동화작가로서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 주인공들을 적극적인 욕망의 주체로 새롭게 해석해낸다.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에 여성 팬들이 더 환호한다. 유튜브 영상 댓글에 “언니, 절 가져요”라는 반응에서 보듯 여성들의 완소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워너비로서 센 언니들에 대한 선망의 연장선으로 ‘코미디빅리그’ 안영미, 이국주의 ‘헤비멘탈’ 코너, 이효리의 린다G에 열광하는 이유와 동일선상에 있다. 

서예지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거침없는 센 언니로 화제가 되었다면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발달장애인을 연기한 오정세도 연일 화제다. 군 전역 후 처음 주연을 맡은 김수현을 보러 왔다가 서예지와 오정세에 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정세는 극 중에서 김수현의 형으로 자폐 스펙트럼(ASD)과 발달장애 3급의 고기능 자폐(HFA)를 가지고 있다. 37세이지만 변변한 직업없이 동생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그림에도 뛰어난 재능있지만, 발달장애인이 세상에 섞여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김수현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형의 보호자로서 모든 일상을 형을 돌보는 일에 맞추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직장을 옮기며 자신의 커리어도 제대로 쌓지 못한다. 형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으면서도 유일한 가족이기에 자신의 욕망은 모두 포기한 채 살아간다. 

발달장애인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가는 사회적경제기업

발달장애인 가족 모두에게는 김수현과 같은 어려움이 있다. 3년마다 진행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서 2017년 진행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 추정 인구는 267만명으로 인구에서 5.39%를 차지한다.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인 셈이니 4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5가구 중 1가구는 장애인과 함께 살아간다. 이 중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합친 발달장애인은 약 22만명에 이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중증장애인(1~3급)의 약 23.1%를 차지하고 있다.이들은 인지·의사소통의 제약으로 교육, 고용, 일상생활 등에서 외진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분석 및 통계구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 경제활동인구는 약 6만5560명인데, 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 등과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일자리’(43.8%)가 대부분이다. 발달장애인의 68.4%가 일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응답했지만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는 다 수용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장에서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정부도 다 채워주지 못하는 이런 발달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이 직접 나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활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어베터는 사회적기업으로 명함 인쇄, 커피 로스팅, 꽃장식에 들어가는 리본 생산, 제과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Bear” 곰을 닮은 발달장애인이 “Better”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이 회사는 네이버의 임원이었던 김정호, 이진희가 창립했다. 이진희 대표는 2010년 임원직을 그만두고 2년간 자폐를 가진 둘째 아이를 돌보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활동을 이어갔다.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훈련만큼이나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직접 팔을 걷어붙여 사회적기업을 창립했다. 2012년 발달장애인 5명 채용으로 시작된 2019년 240명을 고용할 만큼 성장했다. 직원의 80%가 발달장애인이다. 또한 연계고용제도를 통해 대기업, 중소기업과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또는 장애인표준사업장에 도급을 주어 그 생산품을 납품받는 경우 연계고용 대상 사업장에서 종사한 장애인근로자를 부담금을 납부해주는 제도이다. 2020년 약 400개 업체와 연계해서 44억원의 감면금을 만들어냈다. 

발달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언어·인지·감각통합·미술·놀이·그룹 등 치료교육을 제공하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도 있다. 장애 아동들은 학원 대신 치료실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사설 치료실이 50분 활동에 7~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이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치료실은 동일 시간 3만6000원이다. 그렇다고 치료 교육의 질이 낮지도 않다. 사설 치료실은 일반적으로 수익의 60%는 선생님, 나머지 40%는 센터장이 가져가는 구조인데, 협동조합에서는 이 40%를 부모와 치료사, 상담사에게 환원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협동조합으로 힘을 모아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되어 봉담, 동탄, 수원 등 계속 발달장애아동 대상 심리치료센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은 아마도 김수현이 발달장애인 형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끝날 것이다. 형으로부터의 도망이 아니라 발달장애인도 사회에 섞여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그 길 중 하나가 발달장애인 및 그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발달장애인 캐릭터를 보여주며 최근에는 지적장애를 앓는 첼리스트와 그의 여동생과 함께 발달장애인 캐릭터 그대로 놀이공원을 찾은 오정세의 지난달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한 소감을 인용하려 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주는 위로 같기도 해서다. 신영복 선생님이 얘기했듯이 기존의 틀을 깨고 창조적 발상과 변화로 함께 걷다 보면 길은 뒤로 만들어진다. 오늘도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 발달장애인 사회적경제기업가분들을 응원한다.

지금까지 한 100편 넘게 작업을 해왔는데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 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중략)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계속 하다 보면 평소에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에게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꽃 필 무렵'이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못 알아준다고 해도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여러분의 동백꽃이 활짝 피기를 배우 오정세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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