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원의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4. 시스템보다 중요한 건 사람
[주수원의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4. 시스템보다 중요한 건 사람
  • 이로운넷=주수원 마을교육공동체포럼 대표
  • 승인 2020.04.28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보다

인류가 처음 겪고 있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사회의 모든 영역이 위기 상태이다. 4월 27일 세계 코로나 확진자 289만명과 20만명의 사망자를 기록 중이다. 유럽 인구의 30%가 사망했던 14세기의 페스트, 1918년 발생해 5000만명이 사망했던 스페인 독감보다는 낮은 숫자이다. 하지만 근 50년간 급속도로 진행된 전 세계의 연계와 인구의 절반이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파급효과는 더 크다. 경제적으로도 원자재 수입 및 제품 수출이 타격을 입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길거리 상점이 문을 닫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은 유례없는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고 소비를 늘려 경기부양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이미 서울, 대구, 대전, 광주,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충남, 제주 등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100% 지급안이냐 70% 지급안이냐를 놓고 답보 상태에 있었다.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지급 총액은 9조7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기재부는 국가 부채의 증대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70% 지급안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국가 부채 규모는 GDP의 40.1%로 OECD국 평균 109.2%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일본(224.1%), 이탈리아(148.5%), 프랑스(122.5%), 영국(111.8%), 미국(106.9%) 등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선진국이 많다. 

다행히 기재부도 100% 지급안을 수용하고 청와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29일까지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총선 공약으로 얼마 전까지 전국민 100% 지급을 내세웠던 미래통합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국비 충당 방안을 검토 중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때 세금도 걷어질 때 재정건정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료를 주 기준으로 해서 소득 하위 70%를 정할 때 현재의 개별적인 경제적 상황은 고려되기 힘들다. 100% 지급을 한 뒤 소득이 있는 자에게 향후 세금을 더 걷자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사고에 갇혀 망설이는 이들에게는 2016년에 개봉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여주고 싶다. 이 영화는 복지가 잘 구현되어 있다고 평가되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아내가 치매로 오랜기간 고생하느라 간병 및 병원비로 돈을 쓴 터라 심장병을 치료할 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니엘은 국가에서 질병 치료시 보조해주는 금액을 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사소한 수십 개의 질문을 던지며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신청은 지지부진해지고, 결국 질병수당도 실업수당도 모두 잘리게 된다. 전문의가 진단한 심장병을 다니엘을 대면한 적도 없는 공무원이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 영화는 싱글맘 케이티의 유사한 사례도 보여준다. 케이티는 런던에서 사회시설의 단칸방에서 생활하다 겨우 집을 구해 생소한 뉴캐슬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다. 그렇지만 그녀는 약속시간에 늦었단 이유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국가가 보조해주는 생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장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하고 먹고 살 것이 없는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다니엘이 주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꽉 막힌 사회 시스템 앞에 번번이 좌절된다. 다시 한번 경제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사회를 전제로 한 경제,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가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 사회와 분리된 경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사회적경제가 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도 이에 있다. 사회적경제는 경제와 사회는 연결되어 있으며, 실업을 최소화하고 경제활동이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영화 속 명대사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람 중심 경제를 꿈꿔본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