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는 2018년 개봉한 잔잔한 영화로 자극적인 영화들 사이에서도 150만 명의 선택을 받았고, 네이버 영화기준 10점 만점에 9.04를 받았다. 이 영화는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 2편으로 나누어져 영화화가 된 바 있다. 

김태리가 맡은 혜원은 쫓기듯 고향으로 내려온다.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남자친구만 합격하고 본인은 떨어진다. 시험, 연애, 취업 그 무엇 하나 쉽지 않아 지쳤던 찰나, 차갑게 식은 편의점 도시락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렇게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워 어릴 적 살던 시골로 온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포스터. 출처=영화사수박
영화 리틀포레스트 포스터. 출처=영화사수박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의 이야기는 무척 단순하다. 나영석PD가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처럼 고향집 친구들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시작해 치유의 사계절을 보낸다. 제철 음식으로 나오는 배추전, 꽃 파스타, 아카시아 꽃 튀김, 막걸리, 떡볶이, 양배추 빈대떡(오코노미야키), 감자빵 등은 요리를 못하는 나로서도 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농촌에 대한 도시인들의 판타지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각박한 도시생활에 힘들고 지쳤을 때 떠나온 고향집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 전남 장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유치원시절 광주로 이사 온 다음에도 방학이면 형과 함께 장흥의 외가에 가곤 했다. 엄한 부모님과 달리 외할머니는 손주들에게 한없이 너그럽고 자상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집에 가기 싫을 정도였다. 지금도 힘들고 지칠 때면 그 시절의 기억을 되새겨본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원형 기억 같다고나 할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기에 <리틀 포레스트>를 비롯해 농촌에서의 삶을 다룬 예능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본다. 직접 귀농, 귀촌을 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하지만 농촌 정착이 녹녹지는 않다. 농사를 짓지 않았던 도시인으로서는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고 농업이 아닌 다른 일로 생계를 꾸리더라도 그 지역에 사는 원주민에 이주민이 섞여들기란 쉽지 않다. 

귀농·귀촌하려는 청년들을 위한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그런 의미에서 독자분께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을 알려드리고 싶다. 농업을 꿈꿨던 사람들이 2011년 홍성군 장곡면에 모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 3인으로 시작한 농업은 50여명의 조합원과 농업을 실천하는 7~8명의 조합원로 늘어나 협동조합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은 5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 협동조합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은 5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 협동조합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무엇보다 귀농·귀촌하려는 청년들을 위한 농업학교 기능을 하고 있다. 농업이, 그리고, 농촌 생활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알아보는 숙려기간, 인턴기간을 제공한다. 현재 지자체나 농림부에서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나 정보 전달이나 이론 강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젊은협업농장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1년 정도를 농사를 지어야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농촌과 농업을 경험하고 나면 청년들도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가 있다. 농촌에 남고 싶지만 농업은 맞지 않는 이들에게는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일을 모색해준다. 인큐베이팅 역할도 하여 젊은협업농장에서 다른 협동조합이 만들어진다. 마을학교 강사로 자리를 만들어주고, 사진을 찍고 싶었던 청년에게는 각 협동조합들이 촬영이 필요할 때는 이 청년에게 맡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독립하고 연대해간다.

최근에는 청년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도 농업학교를 열고 있다. 성남의 이우학교와 연결해 2박 3일 농업학교를 진행한다. 젊은협업농장만 아니라 지역의 8개 농장을 연결해 10명씩 보낸다. 짧은 기간이지만 농업에 대한 의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농가에서 교육을 한다.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부족한 공동노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협동심을 교과서에서 배울 뿐 직접 경험할 기회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0명이 한 동의 하우스 작업을 끝내고 나면 서로에 대한 연대심도 커지고 만족감도 높아진다. 교실에서는 조용했던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부심이 커지기도 한다. 3년을 이렇게 농업학교를 경험하고 나면 마지막에는 더이상 올 수 없다고 울기도 한다. 

젊은협업농장의 정민철 대표는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농촌과 농업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한번은 낙오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서울역 앞에 섰는데 주머니에 달랑 2만원만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이곳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7~80년대는 농촌 인구가 50%였다면 지금은 8% 정도다.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과 청년에게는 고향으로서 농촌이 없다. 여기 오면 함께 농사짓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다. 며칠, 몇 개월 그렇게 지내다보면 회복이 된다. 그렇게 이곳을 거쳐간 친구들에게 위험사회에서 안전지대,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 엄마로 나온 문소리의 다음 편지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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